‘셀프 자가 격리’ 중인 대구 시민들, ‘코로나19’ 확산 저지 일등공신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9일 21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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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자가 격리, 드라이브, 자동차극장 관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대구 시민들의 바뀐 일상이다. 시민들은 일찌감치 자발적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고 있다. 8, 9일 대구의 코로나19 확산이 주춤한 것은 신천지예수교(신천지) 교인들 이외에 2, 3차 감염이 크게 일어나지 않아서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9일 “지난 3주 동안 시민들께서 스스로 보호를 강화하고 대구시의 방역 대책에 적극 협조해준 덕분”이라고 말했다.

아파트 입주민 장순옥 씨(62·여)는 지난달 18일부터 바깥 활동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 필요한 생필품과 음식물은 배달을 시킨다. 장 씨는 “나처럼 집에만 있는 이웃이 많아서인지 층간 소음이 심하지만 꾹 참고 이해하고 있다. 오히려 정이 돈독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성희 씨(65·여)는 지난달 22일 손자 5명과 경북 고령의 별장으로 거처를 옮겼다. 정 씨는 “개학도 추가 연장돼 감염에 취약한 손자들을 돌보기 위해 왔다. 일종의 셀프 자가 격리라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주말 도심 외곽에 있는 산과 공원에 차량이 북적이지만 차량을 타고 내리는 모습을 보기는 쉽지 않다. 팔공산과 동화사 주변 공원지에 주차해 놓고 창문만 살짝 내린 채 시원한 공기를 마시는 가족들이 많이 눈에 띈다. 김모 씨(35)는 “인터넷에 대구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이라고 올라와 한번 해봤다. 생각보다 괜찮았다”고 말했다.

주요 드라이브 코스인 한티재 정상 주차장도 북새통이었지만 정작 이곳 카페는 한산했다. 여종업원은 “손님들이 차만 세워놓고 차안에서 풍경을 감상하고 돌아간다. 매출은 평소보다 절반가량 떨어졌다”고 말했다.

팔공산 자동차극장은 최근 매출을 조금 회복했다. 극장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초반에 매출이 크게 떨어졌지만 2주차부터 조금씩 오르고 있다. 상영시간마다 500대 주차 공간 가운데 절반 이상이 채워진다”고 말했다.

코로나19는 식사 습관도 바꿨다. 반찬이나 국물을 담는 앞 접시를 보통 3, 4개씩 사용하는 손님들이 부쩍 늘었다. 옆으로 나란히 앉아 먹는 모습은 이제 어색하지 않다. 일부 시민들은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며 산책과 운동을 즐기고 있다. 달성군의 하천 정보를 찾은 최다현 씨(34·여)는 “가족들과 함께 강가에 갔는데, 예상보다 사람들이 많아서 놀랐다. 다들 마스크를 착용하고 2m 이상 떨어져 저마다 취미를 즐기는 게 신기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예방에는 격리가 최선책이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유지하면서 외부 활동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호영 경북대병원장은 “집안에만 머물면 우울감에 지치고 햇볕을 쬐지 않으면 면역력이 떨어질 수 있다. 타인과의 거리를 충분히 두고 조심히 활동하면서 체력을 키우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구=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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