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거주’ 숨기고 대학병원 입원… 70대 확진자에 서울백병원 뚫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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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다니던 교회서 감염자” 시인
병원측, 외래-응급실 등 폐쇄… “접촉의심 환자-의료진 모두 검사”
분당제생병원 퇴원환자 2명 확진… 나흘간 13명 양성 ‘집단감염’ 우려

주소지를 서울이라고 밝힌 한 70대 여성이 서울의 대형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자 실제 거주지가 대구라는 사실을 뒤늦게 털어놨다. 여성이 머무르던 대학병원은 외래 및 응급실, 병동 일부를 폐쇄했다.

8일 서울백병원에 따르면 구토, 복부 불편감 등의 소화기 증상을 보인 A 씨(79)가 보호자와 함께 이 병원을 방문했고 이달 3일부터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당시 A 씨는 소화기 증상만을 보였고 백병원 의료진은 관련 진료를 실시했다. 의료진은 A 씨의 입원 기간 여러 차례 대구 방문 여부를 물었으나 A 씨는 이를 부인했다. A 씨는 입원했을 당시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딸의 주소지를 자신의 주소지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A 씨의 호흡기에서 코로나19와 관련된 유사 증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의료진은 이후 A 씨에게 방사선 촬영과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 등 여러 검사를 실시했다. 또 A 씨는 병실에서 대구와 관련된 이야기를 여러 차례 했고 청진 소견 등을 종합할 때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의료진은 결국 7일 A 씨에게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했고 8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서울백병원 관계자는 “A 씨는 지난달 29일 서울 딸의 집으로 옮겨왔고 이달 3일 다른 병원에 먼저 예약했으나 거주지가 대구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진료를 받지 못했다. 이후 백병원으로 왔다”며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뒤 비로소 실거주지가 대구라고 밝혔다”고 말했다. 이어 “A 씨가 대구에서 다녔던 교회의 목사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사실도 털어놓았다”고 말했다. A 씨는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서울백병원의 음압병실에 격리 입원했다가 다른 국가지정병원으로 이송됐다.

서울백병원은 입·퇴원 금지와 모든 직원 이동 금지, 병원 입구 방문객 차단 등의 조치를 내렸다. 또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팀과 공동으로 진료 기록, 폐쇄회로(CC)TV 동영상 확인 등을 통해 A 씨와 동선이 겹치는 접촉자를 파악하고 있다. 오상훈 서울백병원 원장은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입원 환자와 교직원의 안전을 위해 확진자와 조금이라도 접촉한 것으로 의심되는 모든 환자와 의료진들의 검체를 채취해 철저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의료계에서는 A 씨의 주장처럼 설사 병원이 진료를 거부했더라도 자신의 거주지를 속이고 대형병원을 찾은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코로나19 확진 환자와 접촉한 대구 거주자라면 먼저 1339(질병관리본부 콜센터)에 전화를 걸었어야 했다는 것이다. 대형병원이 응급실을 폐쇄해 의료 공백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경기 지역 병원에선 코로나19 확진자가 늘면서 집단 감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8일 성남 분당제생병원 등에 따르면 입원하다 치료를 받고 퇴원한 환자 2명이 이날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5일 처음으로 확진자가 나온 분당제생병원은 모두 13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8일 확진 판정을 받은 이들은 81병동에 입원했었다. 81병동은 앞서 3명의 확진 환자가 머무르던 병동이다. 분당제생병원은 폐암 환자 가운데 3명이 확진 판정을 받자 81병동의 밀접 접촉자를 추려내고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했다.

김하경 whatsup@donga.com·이미지 / 성남=이경진 기자

#서울백병원#코로나19#대구 거주지#분당제생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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