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분양 10채중 4채, 중도금 대출불가 9억초과 아파트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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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새 16.5%P 늘어 작년 39.9%
집값 뛰면서 분양가도 동반상승… 30, 40대 내집마련 꿈 더 멀어져

지난해 서울에서 분양한 아파트 10채 중 4채가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없는 9억 원 초과 아파트인 것으로 나타났다.

8일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가 2018년과 지난해 서울에서 분양한 아파트 2만2288채의 분양가를 분석한 결과 2018년 23.4%였던 9억 원 초과 아파트가 지난해 39.9%로 늘었다. 정부 규제에 따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공적 보증을 통한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아파트가 1년 만에 급증한 것이다.

이는 정부의 집값 안정 대책에도 불구하고 2018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서울 집값이 계속 올랐기 때문이다. HUG가 분양가 심의를 통해 고분양가를 관리하고 있지만 주변 시세와 최근 분양가 등을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집값이 뛰면 분양가도 동반 상승할 수밖에 없다.

다만 분양가 15억 원이 넘는 아파트 비중은 2018년 10.6%에서 지난해 4.7%로 절반 이하로 줄었다. 그 대신 분양가 9억 원 초과 15억 원 이하 아파트 비중이 2018년 12.8%에서 지난해 35.2%로 급증했다. 이는 2018년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자이’, 서초구 반포동 ‘디에이치클라스’ 등 서울 강남권 주요 지역에 분양이 몰린 반면 2019년에는 상대적으로 집값이 낮은 강남권 외곽이나 강북권 분양이 많았기 때문이다.

강남 주요 지역의 분양이 줄면서 강남3구(강남 서초 송파구)의 평균 분양가는 2018년 3.3m²당 4373만 원에서 지난해 2877만 원으로 급감했다. 반면 동작구(2207만 원→2873만 원) 성북구(1803만 원→2392만 원), 강서구(1961만 원→2488만 원) 등 강남3구를 뺀 서울 대다수 지역의 분양가가 전년보다 올랐다.

분양가 9억 원 초과 아파트가 늘면서 30, 40대의 내 집 마련은 더욱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약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들은 중장년층에 비해 청약 가점이 낮아 당첨 가능성이 적은 데다, 어렵게 당첨되더라도 분양가 9억 원 초과 아파트는 대출이 되지 않아 중도금(분양가의 60%)을 직접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대출 없이 주택 구입이 어려운 30, 40대의 청약 문턱은 높아진 반면 무주택자 현금 부자들이 시세보다 싼 ‘로또 아파트’에 당첨될 기회는 더욱 늘었다”고 말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분양#아파트#중도금 대출#강남3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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