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옛 선비 일기 속 날것의 조선史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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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책에 없는 조선사/이상호, 이정철 지음/376쪽·1만8000원·푸른역사

경상도 상주 출신으로 대사헌을 지낸 권상일(1679∼1759)은 19세 때부터 죽기 전까지 일기를 썼다.

1754년 2월 일기에는 과거를 못 보게 된 조카 권수의 아쉬운 사연도 기록했다. 오랜만에 특별 과거시험이 경상도에서만 열렸는데 권수의 아버지인 현감 권상룡이 시험관으로 발탁된 것. 조선은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아버지가 감독관으로 있는 시험장에서 자식이 시험 보는 걸 법으로 금지했다. 권수는 현감이던 아버지를 원망했을까?

한국국학진흥원이 번역한 옛 선비들의 일기 20종에서 흥미로운 내용을 골라 설명했다. 조선 사람들의 일상 속 희로애락과 중앙 정치권력이 향촌에 미친 영향 등을 볼 수 있다. 인조반정 뒤 경상도 안동에서도 향회를 열고 축출된 대북파와 관련된 이들을 동네에서 내쫓으며 집을 헐어버리는 광경도 담겼다. 일기 원문이 일부라도 함께 실리지 않은 점은 살짝 아쉽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역사책에 없는 조선사#이상호#이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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