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어떻게든 살아내면 ‘봄’은 온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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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봄 상·하/미야베 미유키 지음·권영주 옮김/456, 464쪽·각 1만5000원·비채

‘일본 미스터리계의 여왕’이자 사회파 추리소설로 국내에도 마니아층이 두꺼운 ‘미미 여사’, 미야베 미유키가 등단 30주년을 맞아 소설을 내놨다. 그녀가 즐겨 쓰는 소재 중 하나인 에도시대가 배경이다.

가상의 지역 기타미번(藩)의 6대 번주 기타미 시게오키가 갑작스레 연금을 당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22세 다키는 유폐된 시게오키의 요양을 돕지만, 그는 정신착란으로 유폐된 상태다. 앳된 소년에서 중년 여인으로, 또 상스러운 사내처럼 행동하며 좀처럼 종잡을 수 없는 모습. 그러다 창밖의 고요한 진쿄 호수에 정체 모를 소년의 백골이 떠오른다. 16년 전 발생한 어린이 연쇄 실종 사건과 5대 번주의 죽음이 얽히면서 미스터리는 커져간다. 현대 추리물에서 자주 다뤄지는 ‘다중 인격 장애’와 연쇄살인이 시대극에 적용되어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원고지 3000장이 넘는 방대한 양이지만, 낯선 시대적 배경에만 익숙해진다면 대화체로 전개돼 막힘없이 읽힌다.

희생자인지, 살인범인지 알 수 없는 시게오키와 기타미번의 알려지지 않았던 비극이 시선을 붙든다. 여기에 시게오키를 향한 주변 사람들의 애틋한 마음, 특히 다키의 연정이 이야기에 따뜻함을 불어넣는다. 시게오키가 어두운 과거를 딛고 정신질환을 극복하는 과정은 제목처럼 “어떻게든 살아내면 봄은 꼭 찾아온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세상의 봄#미야베 미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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