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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카드, 대한항공에 승리를 부르는 주문 ‘어택 커버!’ [발리볼 비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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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카드, 대한항공에 승리를 부르는 주문 ‘어택 커버!’ [발리볼 비키니]

황규인 기자 입력 2020-03-06 13:53수정 2020-03-06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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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관중 경기에서도 수비에 열심인 우리카드 선수단.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한국배구연맹(KOVO)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려로 V리그 일정을 중단한 건 이해 못하는 팬이야 아니 계시겠지만 그래도 프로배구 경기가 열리지 않으니 좀 심심한 건 어쩔 수 없습니다.

그리하여 여러분 심심함을 몇 분쯤 덜어드리고자 ‘발리볼 비키니’가 돌아왔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공격은 관중을 부르고 수비는 승리를 부른다”는 폴 ‘베어’ 브라이언트 전 미국 앨라배마대 미식축구 감독 명언이 배구에서도 통하는지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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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2019~2020 V리그에서 제일 강한 남자부 두 팀은 우리카드와 대한항공이었습니다.

우리카드는 승점 69로 창단 이후 첫 정규리그 우승을 노리던 상태였고 대한항공이 65로 그 뒤를 바짝 쫓는 상태였습니다. 3위 현대캐피탈(승점 56)부터는 두 팀과 좀 차이가 났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카드와 대한항공 두 팀이 수비에서 유독 뛰어난 면모를 자랑했을까요?

배구에서 수비라고 하면 ‘서브 리시브’나 ‘디그’를 떠올리는 분이 적지 않으실 겁니다.

그런데 만약 서브 리시브에 따라 순위가 갈린다고 하면 시즌 내내 현대캐피탈이 1위여야 했습니다. 현대캐피탈은 현재 팀 리시브 성공률(42.1%) 1위 팀이고, 이번 시즌 팀 리시브 성공률 1위를 놓친 적도 없습니다.

또 디그를 기준으로 한다면 우리카드(세트당 10.7개·1위)가 잘 나가는 이유는 설명할 수 있지만 대한항공(9.458개·5위)이 우리카드를 맹추격 중인 이유는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뭔가 다른 접근법이 필요합니다.

수비는 공격과 공격 사이를 이어주는 것

어떤 종목이든 수비로는 점수를 올릴 수 없습니다. 특히 터치 횟수 제한이 있는 배구에서 수비는 공격과 공격 사이를 이어주는 플레이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이 배구 애니메이션에서 가라스노 고교(주인공 팀) 리베로 니시노야 유(西谷夕)는 이렇게 외칩니다.

“벽에 튕겨 나온 공도 내가 이어줄 테니까… 그러니까, 그러니까 한 번 더 토스를 외쳐요, 에이스!”

니시노야 유. 애니메이션 ‘하이큐!!’ 화면 캡처

여기서 ‘벽에 튕겨 나온 공을 이어준다’는 건 무슨 뜻일까요?

맞습니다. 어택 커버(attack cover) 이야기입니다.

배구에서 어택 커버는 상대 블로킹 벽에 맞고 자기 팀 코트 안으로 떨어지는 공을 받아 올리는 플레이를 뜻합니다.

어택 커버에 성공한다고 우리 팀 득점이 올라가는 건 아니지만 상대 팀 득점은 막을 수 있습니다.

어택 커버에 성공했을 때와 실패했을 때 차이. KBSN 중계화면 캡처

기록상으로는 어택 커버 역시 그냥 디그 하나일 뿐이지만 팀워크라는 측면에서는 의미가 남다릅니다.

공격수가 수비수를 믿고 자신있게 상대 블로킹 벽을 상대하도록 도와주는 플레이니까 말입니다.

게다가 어택 커버로 이어준 공을 득점으로 연결하면 상대 블로킹 득점을 막고 우리 팀 득점을 올렸으니 +2점 효과도 누릴 수 있습니다.

우리카드 리베로 이상욱. 그는 KB손해보험 정민수와 함께 리그에서 어택 커버를 제일 많이(44번) 한 선수입니다.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우리카드가 시도한 공격 가운데 487개가 상대 블로킹에 막고 다시 우리카드 코트 쪽으로 날아왔습니다.

우리카드 수비진은 이 가운데 213개(43.7%)를 건져 올렸습니다.

물론 리그에서 제일 높은 비율입니다.


리그 평균 기록이 39.8%니까 우리카드는 약 9.8% 정도 높은 어택 커버 성공률을 기록했습니다.

이게 정말 큰 차이일까요?

‘타이 브레이크’로 치르는 5세트를 제외하면 배구에서 한 세트는 25점.

25점의 9.8%는 약 2.5점입니다. 우리카드는 어택 커버만으로도 상대를 22.5점에 묶어 둘 수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이번 시즌 남자부 경기에서 1~4세트를 내준 팀이 제일 자주 기록한 점수는 23점입니다.

아, 대한항공 역시 우리카드에 0.7%포인트 뒤졌을 뿐입니다.

팀 성적 꼴찌 한국전력이 4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처럼 어택 커버를 잘한다고 꼭 성적도 좋은 건 아니지만 성적이 좋은 팀은 어택 커버를 잘합니다.


수비는 상대 공격을 우리 공격으로 이어주는 것

배구 만화 ‘리베로 혁명’ 주인공 미키모토 카나메는 키(159cm)는 작지만 항상 공격수를 꿈꾸던 선수. 그러나 그는 수비 전문 포지션은 리베로를 맡는 재미에 눈을 뜬 뒤 이렇게 외칩니다.

만화 ‘리베로 혁명’. 삼양출판사

네, 어택 커버가 우리 팀 에이스를 살리는 플레이라면 상대 공격을 받아내는 디그는 상대 에이스를 죽이는 플레이입니다.

배구에서는 상대 득점을 막아내는 수비 플레이에는 전부 디그를 기록합니다. 상대 블로킹에 막고 나온 공을 받아내도 디그고, 우리 블로커 손에 걸리고 아웃될 뻔한 공을 살려도 디그입니다.

그래서 상대 스파이크를 직접 받아낸 ‘순수 디그’를 따로 뽑아낼 필요가 있습니다.

대한항공 팀내 최다 디그(199개)를 기록 중인 정지석.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예를 들어 상대팀에서 대한항공 코트를 향해 공격을 시도한 건 총 2796번.

이 가운데 205번은 상대 범실로 끝이 났고, 295번은 대한항공 블로킹에 가로 막혔습니다. 342번은 대한항공 블로킹에 맞은 뒤 대한항공 수비수가 받아내면서 유효 블로킹으로 남았습니다.

그러면 남은 공격은 2296번이 남습니다. 대한항공 수비수는 이 가운데 778번을 받아냈습니다. 그러면 33.9%를 받아낸 셈이 됩니다. 이 비율이 바로 ‘순수 디그 성공률’입니다.

대한항공이 리그에서 이 비율이 제일 높은 팀이고 우리카드(31.8%)가 그다음입니다.



이번에도 4위 OK저축은행이 우리카드와 거의 똑같은 기록을 남긴 데서 알 수 있듯이 이 비율이 높다고 꼭 팀 성적도 좋은 건 아니지만 양강 두 팀은 이 기록도 높습니다.

또 이 기록을 보면 한때 3강을 구축했던 현대캐피탈이 미끄러진 이유도 알 수 있습니다.

현대캐피탈은 5라운드 때도 서브 리시브 성공률 41.6%로 대한항공(45%)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기록을 남겼습니다. 하지만 대한항공이 승점 17점을 더하는 동안 승점을 8점 챙기는 데 그쳤습니다.

말하자면 현대캐피탈은 미리 예상할 수 있는 수비(서브 리시브)는 여전히 굳건했지만 예상하기 힘든 수비에는 약점을 드러냈던 겁니다.


기록은 비키니다.

야구·배구 기록 정리 ‘달인’을 소개한 1998년 1월 26일자 동아일보 기사.

토비하라 전 메이저리그 텍사스 감독은 “야구 기록은 비키니 수영복과 같다. 아주 많은 걸 보여주지만 전부를 보여주지는 않는다”고 했습니다.

비유하자면 야구는 이제 X선도 아니고 자기공명영상(MRI)까지 활용해 기록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반면 배구는 아직 청진기 정도를 쓰는 데 그치고 있는 게 사실.

그래도 배구 기록 역시 “수비는 승리를 부른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데는 큰 무리가 없었습니다.

다음 번 ‘발리볼 비키니’에서는 엘로(Elo) 레이팅을 토대로 우리카드와 대한항공이 얼마나 역사적인 양강 구도를 구축하고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다음번에 또 만나요, 꼭이요~

※ 베이스볼 비키니는 여러분들 궁금증을 대신 풀어드립니다. 평소 알고 싶었던 배구 기록이 있으시다면 e메일(kini@donga.com)로 문의해 주세요. 최대한 성심성의껏 알아보고 전해드리겠습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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