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감염 예방하려면 얼굴 만지는 습관부터 버리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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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전문가가 권하는 ‘예방 수칙’

코로나19로 인해 타인과 마주치는 공간에서의 감염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변을 꼼꼼히 소독하는 것도 도움이 되지만 손 씻기나 손으로 얼굴 만지지 않기 등 기본적인 수칙을 지킬 것을 조언한다. 대한항공 제공
코로나19로 인해 타인과 마주치는 공간에서의 감염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변을 꼼꼼히 소독하는 것도 도움이 되지만 손 씻기나 손으로 얼굴 만지지 않기 등 기본적인 수칙을 지킬 것을 조언한다. 대한항공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여러 사람이 이용하는 교통수단과 공용 공간이 주요 확산 경로로 지목되고 있다. 실제 지난달 25일 대한항공 객실 승무원 1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홍콩에서는 이달 4일까지 17명의 집단 감염이 발생한 ‘복혜정사’라는 불교사찰 화장실 손잡이와 방석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흔적이 발견됐다. 이달 3일까지 7명이 숨진 경북 청도대남병원도 병원에서 일어난 집단 감염 사례로 분석된다. 실내에서 감염 우려가 커지자 지방자치단체와 방역당국은 공용 공간 이용과 일상 접촉을 줄이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권고하고 나섰다.

○오염된 병실도 청소하면 위험성 확 낮아져

전문가들은 실내 공간과 주변을 세척하거나 청소, 소독하는 것만으로도 감염 위험을 낮춘다고 보고 있다. 또 손을 자주 씻고 손으로 얼굴 만지지 않기 등 기본적인 수칙만 지켜도 감염 가능성을 낮춘다고 조언한다.

지금까지 분석된 결과로 보면 코로나19는 주로 감염된 환자의 입이나 코에서 나오는 침방울, 점액을 통해 주로 퍼진다. 환자의 침방울이 물건에 튄 후 다른 사람이 이를 만진 손으로 입이나 코, 눈을 만지면 감염되기도 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물건 표면에서 얼마나 오래 살아남는지는 아직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다. 보통 2, 3시간이면 전염력을 잃는 다른 바이러스와 달리 코로나 계열의 바이러스는 2, 3일까지 살아남는 것으로 보고됐다.

독일 그라이프스발트대병원과 보훔 루르대 연구팀은 지난달 6일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를 유발하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유리와 플라스틱, 금속 같은 단단한 표면에서 평균 4∼5일, 습도와 재질에 따라 9일까지 살아남는다는 연구 결과를 ‘병원감염저널’에 발표했다. 하지만 연구팀의 실험 결과 표면에 묻은 코로나바이러스는 에탄올이나 프로판올, 과산화수소를 물과 섞어 만든 소독제로 닦으면 금방 죽는 것으로 확인됐다. 충분한 소독과 세척을 통해 바이러스 확산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학협회지(JAMA)도 이달 4일(현지 시간) 코로나19 환자가 있는 병실도 정기적인 세척과 청소, 소독만 하면 바이러스를 상당수 제거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싱가포르국립감염병센터 연구진은 올해 1월 24일부터 2월 4일까지 코로나19 환자 3명이 입원했던 병실에 있던 각종 물체 표면에서 채취한 샘플과 병실에 딸린 대기실, 화장실 공기 샘플을 분석한 결과 세척과 청소가 이뤄진 병실 샘플에서는 대부분 음성 반응이 나왔다. 청소 전 채취한 병실 샘플에서는 87%가 양성 반응이 나온 것과 비교된다. 청소 후 병실에서 채취한 공기 샘플도 대부분 음성 판정이 나왔다. 연구진은 “이런 결과는 정기적인 세척과 소독, 청소, 공기 순환만으로 바이러스 오염이 상당수 제거될 수 있음을 뜻한다”고 말했다.

○ 항공기서 감염 위험 낮추는 자리 있다


항공기나 열차 등 밀폐된 공간도 감염 우려가 큰 공간으로 꼽힌다. 뉴욕타임스는 3일 기내에서 감염으로부터 안전한 공간을 만들기 위한 전문가의 조언을 소개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항공기를 타면 먼저 알코올이 포함된 소독용 물티슈를 이용해 머리와 팔받침, 안전벨트 버클, 터치스크린, 간이 테이블 같은 딱딱한 부분을 닦아주는 게 좋다. 시트처럼 젖을 수 있는 물체는 닦지 않는 게 좋다. 바이러스는 알코올이 닿지 않고 물에 젖은 부위에서 더 오래 살아남을 수 있어서다.

객실 내에선 창가 자리를 택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2018년 미국 에머리대는 3∼5시간 정도 비행하는 항공기 10편에 탑승한 승객 1540명과 승무원 41명을 관찰한 결과 창가 좌석에 앉은 사람이 가장 덜 이동하고 다른 승객과 접촉할 확률이 낮다는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실제로 승객 동선을 분석했더니 복도 쪽 승객은 80%가 한 번 이상 일어나 돌아다닌 반면 창가에 앉은 승객은 43%만 움직였다. 코레일도 3일부터 승객 간 거리를 유지할 수 있도록 모든 열차에 창측 우선 배정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엘리베이터 또한 고위험 공간이다. 2003년 홍콩 메트로폴 호텔에서는 한 명의 사스 감염자가 최소 16명에게 병을 옮겼다. 여기에서 병이 옮은 이들이 여러 나라로 이동해 전 세계에 사스가 확산되는 계기가 됐다. 이때 감염자는 9층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는데 홍콩 보건당국은 이 버튼을 사스를 전파한 매개체라고 보고했다. 한국에서도 지난달 28일 확진 환자와 엘리베이터를 1분간 함께 탄 탑승자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가 5일 뒤인 4일 다시 음성 판정을 받은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다른 사람이 손댄 물건을 만져야 할 때는 휴지 등을 이용해 손을 직접 대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매번 휴지로 닦거나 직접 접촉을 피하기란 쉽지 않다. 손 대신 스마트폰이나 열쇠 같은 도구로 버튼을 누르는 경우가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를 권하지 않는다. 이런 도구도 소독하지 않으면 오염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손을 자주 씻고 가급적 손을 얼굴에 갖다대지 않는 식의 기본 위생 수칙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입을 모은다. 에런 밀스톤 미국 존스홉킨스대 의대 교수는 “바이러스가 스스로 사람의 입으로 들어가지는 않는다”며 “물체를 만지는 것을 조심하는 것보다 얼굴에 손을 갖다대는 습관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수 reborn@donga.com·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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