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센병에 이어 코로나19와 사투…소록도병원 ‘백의의 천사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5일 16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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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소치료를 받는 중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노인 환자를 보살피다 보면 항상 애가 탑니다.”

5일 오전 7시 반 대구 계명대 동산병원 1층 탈의실. 국립소록도병원 간호사 이지만 씨(32·사진)가 7층 병동에서 밤새 코로나19 환자들을 보살핀 뒤 지친 몸으로 방호복을 벗었다. 그는 지난달 23일 동산병원에서 의료봉사를 시작해 방호복을 입고 벗는데 익숙했다. 하지만 방호복 착용과 탈의시간은 15분 정도로 5분가량 줄어들 정도로 여전히 고된 일이었다. 그는 “방호복을 입는 것 자체만도 긴장돼 부담이 갑니다. 8시간 근무시간에 4시간 환자치료, 4시간 휴식이지만 휴식시간에도 줄곧 대기상황”이라고 했다.

경남 창원 출신인 이 씨는 병원 물리치료사로 일하다 ‘누군가를 돕고 싶다’는 생각에 2013년 경남대 간호학과에 입학했다. 이후 2016년 간호학과를 졸업한 뒤 2018년부터 국립소록도 병원에서 일했다.

이 씨는 국립소록도병원 한센병 치료 근무를 자원한데 이어 대구 코로나 19환자 의료봉사를 자원했다. 그는 “누군가 당연히 해야 할일이라고 생각해 자원했다. 국가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공무원의 의무를 다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코로나19는 신종 전염병이라 긴장감과 두려움이 더 크다”고 했다. 그러나 환자치료와 주위 격려가 힘이 되고 있다. 이 씨는 “간호사 필요하다고 해서 동산병원에 왔다. 상사인 김선옥 간호과장이나 은사인 지영주 경남대 간호학과 교수 등이 수시로 응원전화를 해주셔서 힘이 난다”고 했다.


국립소록도병원 간호사 김진 씨(32·여)는 지난달 28일부터 인천국제공항 검역소에 검역업무를 맡고 있다. 검역소에서는 하루 평균 인천국제공항으로 들어오는 승객들 중 40,50여명의 코로나19검사를 한다. 코로나19가 확산돼 검역소 근무자들도 민감해 있는 상황이다.

김 씨는 2018년 국립소록도병원에 자원한데 이어 검역소 근무도 자원했다. 전남 목포가 고향인 김 씨는 “경찰 공무원이셨던 아버지가 공무원으로서 검역소 근무를 자원한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시고 계신다. 코로나19 현장에서 근무할수 있어 영광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전남 고흥 소록도에서 한센인들을 보살핀 백의의 천사 마리아네(마리안느) 스퇴거(86)와 마르가리타(마가렛) 피사레크(85)는 평소 “감염병에 가장 무서운 적은 공포”이라는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간호사는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간호학교를 졸업하고 1962년과 1966년 각각 한국 땅을 밟아 소록도에서 40여 년간 한센인을 위해 봉사했다. 이들의 후배인 국립소록도병원 간호사 7명은 코로나19 치료와 방역현장에서 의료봉사활동을 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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