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유치원비 내라고요?” 개학 연기에 학부모들 불만 속출

  • 뉴시스
  • 입력 2020년 3월 4일 11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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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맘카페 등에 원비 환급 관련 문의 잇따라
학비지원금 법적 환불 근거 없어 골치
사립유치원측 "지침 마련해달라"

“유치원비랑 집에서 아이 돌보면서 드는 식비, 장난감 구입비 등 평소보다 돈이 두배로 드는 상황이에요.”

6살 난 딸을 동네 사립유치원에 보내는 A(37·여·울산시 남구)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개학이 또 일주일 연기됐다는 소식에 볼멘소리가 나온다.

A씨는 지난달 중순부터 딸을 집에서 보육하고 있지만 최근 교육비 청구서를 받고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청구서에는 3월 유치원 교육비로 국가지원금을 뺀 실제 부담금 40여만원이 평소와 같이 찍혀있었기 때문이다.

A씨는 “23일 개학하면 한달 넘게 유치원에 안 보내고 있는데도 교육비나 방과후 과정, 특성화 활동비를 지난달과 같이 내야 하는 건 좀 아니지 않느냐”라며 “아이를 맡긴 ‘을’ 입장에서 제대로 항의도 못했다”고 하소연했다.

울산지역 대부분 사립유치원에서는 교육비를 선납받고 있다. 그러나 휴원에 대한 교육비 환급이나 이월을 해주지 않고 있어 학부모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 개학 연장에 따른 가정 보육으로 가계 생활비가 늘어나, 그 부담은 더 커지고 있다.

이 같은 불만 내용은 인터넷 맘카페 등에도 잇따르고 있다.

반구동에 사는 주부 B(35)씨는 한 포털사이트 맘카페에 “유치원 원장님과 통화했는데 환불은 없고 정상입금 해야 한다네요. 교재비야 수업 못해도 집에서 하면 된다치고 방과후학습, 부모부담금, 식비, 현장학습비는 환불처리하든 일할 계산하든 해야하는거 아니냐”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지난달 24일에는 ‘코로나19로 인한 휴원 시·유치원비를 감면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와 4일 10시 현재 2만322명이 동의한 상태다.

이에 대해 사립유치원연합회는 교사 등 인건비 등으로 인해 유치원비 환급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백영희 울산사립유치원연합회장은 “사실 유치원 입장에서는 개학 연기를 하고싶어서 하는건 아니지 않느냐”라며 “교사, 운전기사, 조리사 등은 평소대로 다 출근해 입학 준비를 하고 있고, 긴급돌봄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 회장은 “교육부에서 인건비 등을 지원해주는 방안 등 지침을 마련해줘야 하는데 아직까지 없다”며 “이런 대책도 없이 개학 연기만 발표하면 수익자부담금으로 운영하는 사립유치원들은 입장이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울산시교육청 관계자는 “현재 유치원 휴원에 따른 교육비 환불 등에 대한 교육부 지침은 없고, 논의 중인 것으로 안다”며 “수업료와 입학금 규정에 의해 원비는 학비 개념으로 반환이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추후 교육부 결정을 지켜봐야 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앞서 교육부는 유치원 개학을 이달 2일에서 9일로 연기한데 이어, 다시 23일까지로 추가 연기했다.

[울산=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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