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세 김남조 ‘마지막 시집’ 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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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단 나이 고희 넘겨 ‘사람아… ’ 출간

김남조 시인. 동아일보 DB
김남조 시인. 동아일보 DB
결국 사랑이다. 등단 나이 고희(古稀)를 넘긴 김남조 시인이 펴낸 19번째 시집 ‘사람아, 사람아’(문학수첩·사진)에는 사랑이 오롯이 배어 있다. 93세에 펴낸 그의 마지막 시집이다.

책에 담긴 52편의 시는 그의 삶에서 돌아본 사랑의 행복을 노래한다.

‘사랑 안 되고/사랑의 고백 더욱 안 된다면서/긴 세월 살고 나서/사랑 된다 사랑의 고백 무한정 된다는/이즈음에 이르렀다/사막의 밤의 행군처럼/길게 줄지어 걸어가는 사람들/그 이슬 같은 희망이/내 가슴 에이는구나//사랑 된다/많이 사랑하고 자주 고백하는 일/된다 다 된다’(‘사랑, 된다’)

시인은 마지막 시집을 ‘노을 무렵의 노래’라며 사랑에 대해 이렇게 소회를 적었다.

“우리는 사람끼리 깊이 사랑합니다. 많이 잘못하면서 서로가 많이 고독하다는 인간의 원리를 깨닫기도 합니다. 그리하여 결국 사람은 서로 간에 ‘아름다운 존재’라는 긍정과 사랑과 관용에 이르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사랑과 함께 일상에서 얻은 포근함은 그가 잊지 않고 담고 싶었던 마음이다. 매일 쏟아지는 햇빛은 풍요롭고, 갖가지 나무들은 영감을 준다.

‘나무들아/출석을 부를 테니 대답해 주렴//비 맞는 나무/물 그림자 나무/바람막이 나무/안개 덮인 나무/벼랑 위의 나무/다섯 나무 불렀더니/다섯 시인 대답한다’(‘나무들’ 발췌)

그에게 시란 무엇일까. “시는 어떤 맹렬한 질투 같은 걸 가지고 있어서 가령 시인이 어느 기간 다른 일에 몰입하였다가 되돌아오면 시는 철문을 닫고 오랫동안 열어주지 않았다”고 고백한다. ‘시여, 한평생 나를 이기기만 하는 시여’라는 소회를 남기면서도 “우리가 함께 만나 함께 살아온 일을 진심으로 행운과 영광으로 느낀다”며 감사했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김남조#사람아#사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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