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모으기… 헌혈캠페인… 위기때마다 ‘함께 DNA’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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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 비상]

“다들 힘든 상황이었잖아요. 뭐라도 해야겠단 생각뿐이었습니다.”

경북 포항에 있는 청소대행업체 대표 김모 씨(56)는 2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멋쩍게 웃었다. 김 씨는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으로 국민이 불안에 떨던 때, 포항의 복지시설과 노인정 유치원 등을 돌며 무료 방역 봉사에 나섰다. 김 씨는 “청소업체를 운영해 그나마 손을 보탤 수 있었다”며 “다들 ‘고맙다’ 말해줘서 오히려 힘이 났다”고 떠올렸다.

위기 때마다 작은 힘이라도 보태려는 우리의 국민의식은 언제나 아름다웠다.

모든 국민이 ‘금 모으기 운동’으로 외환위기를 극복한 건 대표적인 사례다. 1998년 최모 씨(59·여)는 결혼 쌍가락지와 자녀 돌 반지 등 집에 있던 모든 금붙이를 주택은행에 가져다 줬다. ‘아쉽지는 않으냐’는 질문에 최 씨는 “오히려 가진 게 미안했다. 하루빨리 함께 위기를 극복해야 한단 생각뿐이었다”고 말했다. 당시 최 씨처럼 금 모으기 운동에 동참한 이들은 모두 351만여 명. 그 덕분에 정부는 예정보다 3년 앞당겨 2001년 국제통화기금(IMF) 차입금을 상환했다.

메르스 사태로 혈액 수급에 비상이 걸렸던 2015년 6월 정모 씨(45)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혈액 수급 비상! 헌혈 번개 제안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정 씨의 번개에 응답한 이는 4명이었다고 한다. 정 씨는 “백지장도 맞들면 낫지 않냐. 내가 할 수 있는 걸 했을 뿐”이라며 웃음 지었다. 기업과 공공기관에선 단체 헌혈로 ‘헌혈 캠페인’을 이끌었다. 당시 혈액 재고량(2.1일분)은 적정 혈액 재고량(5일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시민들이 팔을 걷어붙여 위기를 이겨냈다.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초기에 혈액 부족 위기가 닥쳤을 때도 국민의 적극적인 동참으로 극복해냈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시민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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