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동산병원의 분투[횡설수설/송평인]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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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두 병원은 대구의료원과 대구동산병원이다. 대구의료원은 공공병원이지만 대구동산병원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돈 한 푼 지원받지 않는 민간병원이다. 대구동산병원은 대구 사정이 급박해지자 코로나19 전담병원이 되겠다고 자청했다. 기존 입원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거나 퇴원시켜 병원을 비워야 하는 데다 소속 의료진을 코로나19와의 싸움에 내모는 어려운 결정이었다.

▷동산병원은 지난해 4월 대구 달서구 계명대 성서캠퍼스에 계명대 동산병원을 새로 지어 이전하고 대구 중구의 기존 동산병원은 대구동산병원이라고 해서 200개 병상만 유지하고 있다. 과거 동산병원은 1000개 병상까지 운영한 적이 있다. 전국 각지에서 힘을 보태려는 의료진이 모여들었다. 대형병원들이 빠듯한 진료 일정을 쪼개 일부 의료진을 빼내 보냈다. 개인 병원 문까지 걸어 잠그고 대구로 향하는 개업의도 적지 않았다. 지난 주말에는 의사 출신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부부도 합류해 힘을 보탰다.

▷최근 네이버의 한 카페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몇 년 전 첫아이가 하늘나라로 가기 전 동산병원 어린이중환자실을 수없이 드나들었습니다. 서울 유명 병원에서 안 좋은 일을 수없이 겪고 동산병원으로 갔습니다. 동산병원에선 가만히 누워만 있는 우리 아이를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 선생님이 얼마나 예뻐해주고 기도해주던지…. 아이가 나았다면 좋았겠지만 그럼에도 그곳에서 우리 아이가 너무 사랑을 받았기에 제게 동산병원은 은인과 같아요.”

▷의사가 단지 돈 잘 버는 직업이 아니라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해주고 있는 곳이 동산병원이다. 동산병원의 역사는 구한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선교사들이 대구에 와서 대구제일교회를 세우고 의료기관으로 대구 제중원(濟衆院)을, 교육기관으로 계명학원을 설립했다. 대구 제중원이 오늘날 동산병원이다. 120년의 역사를 갖고 있기에 단지 개인이 아니라 사회가 위기에 처했을 때 병원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잘 알고 있는 병원인 듯하다.

▷‘충북 진천 시민’이라고만 적은 익명의 기부자는 동산병원을 지정해 예쁘게 포장한 샌드위치 수십 개를 보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놓인 대구의 한 샌드위치 가게가 주문을 받아 만들어 보낸 뒤 인터넷에 사진을 올려서 알려졌다. 큰 기부금이 아니더라도 곳곳에서 섬세한 배려가 담긴 정성들이 대구를 응원하고 있다. 대구 시민들이 홀로 싸운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때 그들도 좀 더 힘을 낼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대구동산병원#대구의료원#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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