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하락보다 더 큰 위기[동아 시론/김소영]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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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확산으로 국민 고통 가중… 기업-자영업 무너지면 ‘경제위기’
부실 우려 큰 분야 우선 지원하고 최악 염두에 둔 시나리오로 대비해야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중국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한국을 강타하고 전 세계로 확산됨에 따라 중국 경제는 물론이고 세계와 한국 경제에 대한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6%에서 5.6%로,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3%에서 3.2%로 하향 조정했고, 한국은행도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2%포인트 내린 2.1%로 변경했다. 더 낮은 성장률을 예측하는 기관도 많다.

코로나의 확산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 바이러스 전염에 대한 두려움으로 모든 국민이 외부 활동을 최소화하여 소비 등 내수가 감소할 뿐 아니라 바이러스 확진자 발생으로 기업이 일시적으로 폐쇄됨에 따라 생산 활동이 중단되고 재택 근무, 마스크 착용, 회의 최소화 등으로 생산성이 하락하는 등 공급에도 영향을 미친다.

또한 중국 등 세계 경제의 둔화로 수출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글로벌 가치 사슬에 연계돼 있는 부품 수입을 어렵게 만들 수 있어 추가적인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 국가 간 인적 왕래가 제한됨에 따라 관광뿐 아니라 문화 서비스 수출, 해외 투자, 기술 협력 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코로나의 확산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고, 얼마만큼 경제에 영향을 줄지도 불확실하기 때문에 미래에 대한 전망이 중요한 투자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부분은 코로나 확산이 진정되면 일반적인 불황에 비해 경제가 더 빨리 회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코로나가 종식되면 모든 경제 활동이 원상태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가 길어질수록 바로 원상복귀가 되지 않는 부분은 커질 것이다. 코로나 사태로 기업, 자영업자 등이 파산하게 된다면 코로나 사태가 종식되어도 그러한 부분은 바로 복구될 수 없고, 고용이 감소한 경우에는 경기가 확실하게 좋아진 후에야 기업이 고용을 다시 늘릴 가능성도 있어서 원상복귀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보기 어렵지만 가장 걱정스러운 부분은 코로나 확산이 더욱 심해지고 경제가 어려워져 ‘경제 위기’가 발생하는 상황이다. 기업과 자영업자가 파산하고, 경제성장률이 급격히 추락하면서 가계 부채가 부실해짐에 따라 금융업계에 문제가 발생하고 급격한 자본 유출이 발생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현 상황에서 부실 가능성이 큰 부문에 유동성 등 다양한 지원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코로나가 종식되었을 때 빠른 정상화를 위해, 또 경제 위기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특정 부문이 부실화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또한 추가경정예산 등 다양한 경기 부양 수단을 동원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경제 전반적으로 모든 부문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마음이 앞서는 현 시점에서도 장기적 안목을 가지는 것은 상당히 중요하다. 예를 들어 지난 몇 년간 재정을 보수적으로 운용했다면 현재 재정 여력은 더욱 많았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번에 모든 여력을 다 소진한다면 혹시라도 코로나가 오래 지속되거나 또 다른 위기 상황이 오게 되면 그때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향후 진행될 가능성이 있는 여러 시나리오를 생각하여 미리 철저히 대비하는 것도 중요하다. 코로나가 급격히 확산되는 시나리오를 미리 생각하고 준비했다면 현재보다 더 나은 상황이었을 것이다. 앞으로도 코로나가 더욱 창궐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미리 생각하고 준비해야 한다. 원하지 않는 상황을 굳이 생각하기 싫겠지만, 약간이라도 가능성이 있는 최악의 상황에 철저하게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뿐 아니라 기업들도 마찬가지이다.

현 상황에서 정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것이다. 코로나 확산을 종식시키면 건강과 생명을 지킬 수 있고, 경제는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된다. 또한 코로나 확산의 경제적 영향은 경제성장률의 하락 폭보다 훨씬 더 크다. 모든 국민이 코로나 확산으로 일상적인 사회 문화생활을 못 하게 된 것, 마스크 사려고 수많은 시간을 낭비하게 된 것, 자유로운 해외여행이 어려워진 것, 정상적인 교육이 진행되지 않아 인적 자본 형성이 어려워진 것, 매일 바이러스를 걱정하며 정신적으로 괴로움을 받는 것 등 후생의 감소는 막대한 손실이다. 엄청난 추경을 하여 경제성장률이 전혀 하락하지 않더라도 이미 회복될 수 없는 손실을 입은 셈이다. 코로나의 종식만이 건강, 생명, 경제적, 후생적 손실을 최소한으로 막을 수 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코로나19#경제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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