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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봉쇄? 중국부터 봉쇄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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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봉쇄? 중국부터 봉쇄했어야…”

박세준 기자 입력 2020-03-01 08:29수정 2020-03-01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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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정기석 한림대 교수 · 전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장
“정부, 초기 방역 안일했던 부분 있다…미미한 증상으로 병원 방문 삼가야”
[동아DB]
1월 말 중국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자 중국인 입국을 막아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2월 26일 기준 76만1833명 동의) 등 다양한 요구가 있었다. 하지만 정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굳이 중국인 입국을 막지 않아도 방역에 문제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31번째 확진자를 시작으로 대구·경북지역에 확진자가 대거 발생하자 정부와 여당이 지역 봉쇄안을 꺼내 들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지역을 봉쇄, 집중 방역에 나서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봉쇄’라는 단어를 꺼낸 것 자체가 부적절했다는 의견이 많다. 여당 소속인 김부겸 의원조차 페이스북에 ‘오해받을 봉쇄 조치 발언을 삼가달라’고 밝혔을 정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정기석 한림대 호흡기내과 교수(사진)는 현재 진행 중인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정부의 방역대책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정 원장을 2월 25일 한림대 의료원에서 만났다.

중국인 입국 금지 조치부터 취했어야
2월 6일 서울 영등포구 GS홈쇼핑 본사 직원들이 재택근무를 위해 퇴근하고 있다. [동아DB]

정부가 대구·경북지역을 봉쇄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지역 봉쇄가 필요한 상황인가.

“이제 와서 지역 봉쇄 조치를 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굳이 의미를 찾자면 다른 지역 주민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심리 방역의 의미가 있다고 본다. 중국의 코로나19 방역이 어디에서 구멍이 뚫렸는지 생각해보면 우리 정부의 문제점을 찾을 수 있다. 중국이 1월 27일 뒤늦게 우한지역을 봉쇄했을 때는 이미 병이 퍼질 대로 퍼진 뒤였다. 결국 자국 내 감염자가 늘기 시작했고 금세 걷잡을 수 없이 사태가 심각해졌다. 대구·경북지역 봉쇄가 의미 있으려면 한국에서 첫 확진자가 이 지역에서 나오고, 다른 지역에는 발병자가 없어야 한다. 하지만 확진자가 대구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지 않나. 31번째 확진자를 시작으로 이미 지역 감염이 산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확진자가 한창 발생할 때는 아무 말도 없다가 이제 와서 대구·경북지역 봉쇄를 거론하는 정부의 태도가 아쉽다.”

중국인 입국 금지 조치는 취하지 않고 대구·경북지역 봉쇄안을 꺼낸 것에 대한 불만이 크다.

“대한의사협회가 주장했던 것처럼 진작 중국인 입국을 막았어야 했다. 물론 이제 와서 중국인 입국 금지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하지만 대구·경북지역 봉쇄안을 논하려면 일단 중국인 입국부터 막아야 했다. 봉쇄 조치의 기본은 격리다. 감염자가 외부로 나가 병을 퍼뜨리는 것을 막고, 동시에 내부에서 감염자를 치료해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대구·경북 외 다양한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확진자가 늘고 있다. 이제 와서 봉쇄나 격리는 큰 의미가 없다.”


지금이라도 중국인의 입국을 막아야 할까.

“소를 잃었어도 다음을 생각하면 외양간을 고쳐야 한다. 지금이라도 중국인 입국을 막아야 한다. 일단 확진자가 추가로 들어올 수 있는 창구를 막은 뒤 내부 방역에 나서야 한다. 지붕이 뚫렸는데 아래에 물받이를 두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지붕을 고쳐 누수를 해결해야 한다. 국내 확진자를 전부 격리해 치료한다 해도 외부에서 또 바이러스가 들어온다면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행동에 지나지 않는다. 애초에 중국인 입국 금지 없이 방역하겠다는 것 자체가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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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폐된 종교집회에 정부 대책 미흡
2월 20일 폐쇄된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동아DB]

코로나19 확산에 신천지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도 있다. 신천지 신자인 31번째 확진자를 시작으로 코로나19에 감염된 환자가 크게 늘었기 때문인데….

“신천지 예배에 참석한 31번째 확진자를 시작으로 감염 환자가 크게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정부가 이를 막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했다는 지적도 피할 수 없다. 신천지 신도들이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밀폐된 공간에서 예배를 봤다는 사실을 정부가 몰랐을 리 없다. 이 같은 특수성을 파악해 관련 행사를 자제하라는 강력한 권고나 금지 등의 대책을 재빨리 내놨어야 했다.”

정부의 권고가 미흡했던 것은 사실이다. 2월 12일 정세균 국무총리는 ‘코로나19 확대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를 열고 “방역은 빈틈없이 하되 지나친 위축은 피해야 한다. 철저하게 방역 조치를 하고 예정된 행사를 계획대로 진행해달라”고 말했다.

정부는 최근 대형행사나 사람들이 밀집된 장소를 피하라며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까지 문 닫았다.

“지금 가장 위험한 곳은 밀폐된 실내지 야외가 아니다. 공원 폐쇄는 노약자들의 외출을 막는 효과는 있겠지만, 가장 급한 일은 아니다. 공원을 닫기 전 회사나 대형쇼핑몰 등 밀폐된 공간에 오랜 시간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막아야 한다. 지금이라도 전문가들이 모여 공연장과 회사, 행사, 가게 등의 영업을 어떻게 제한할지 논의해야 한다. 최근 일부 대기업은 재택근무 시행을 발표했는데, 이는 아주 좋은 아이디어다. 집에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라면 최대한 재택근무를 권장하고, 많은 사람이 오랜 시간 한곳에 모여 있는 상황을 피해야 한다.”

지역사회 감염이 시작됐다고 하는데, 민간에서 할 수 있는 방역 노력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먼저 개인위생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손을 자주 씻고 마스크를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손으로 물건을 만질 때 역시 조심해야 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손을 통해 몸속으로 들어와 감염된다. 그리고 면역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가벼운 운동으로 건강을 관리해야 한다. 이 밖에 방역당국과 의료계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개인의 노력도 필요하다.”

빠른 진화 위해서는 국민 협조 절실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정부 지침에도 자세히 나와 있지만 가벼운 질환으로 병원에 가지 않아야 한다. 단순 감기증상임에도 보건소나 병원을 방문하는 일은 삼가야 한다. 불안할 수 있지만 그간 감기증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면 병원에 간다며 밖을 나서기보다 집 안에 있는 편이 더 안전하다. 게다가 유증상자가 아닌 사람들이 자꾸 병원을 찾으면 의료 공백이 생긴다. 과도한 공포로 동네의원에 환자가 몰리면 1차 의료기관과 일반 병원에도 병이 퍼질 수 있다. 그러면 해당 의료기관은 문을 닫고 결국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은 지방 중소병원이나 대학병원을 찾게 된다. 결국 갈 수 있는 병원이 계속 줄어들면서 의료 시스템이 불안해진다.”

병원을 방문하는 일 자체가 두려운 일이 됐다. 응급실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는데 그런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전국 응급실은 메르스 사태를 거치며 방역 관련 준비를 마쳤다. 위급한 상황이라면 응급실을 찾는 일에 공포를 느낄 필요가 없다. 응급실이 지금 문을 열고 있다는 것은 그곳에 바이러스 접촉 의심자나 확진자가 없다는 뜻이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1228호에 실렸습니다]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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