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한국인 무비자 입국 중단”… 美 “여행경보 조정할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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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 비상]한국인 입국제한 62개국으로 확산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로 한국인들의 입국을 금지하거나 격리하는 나라가 급증하고 있다. 28일 오후 7시 현재 62곳으로, 세계 200여 개국 가운데 4분의 1가량이 감염을 우려해 한국인의 입국을 꺼리는 셈이다.

베트남은 한국인의 무비자 입국을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 베트남은 문재인 대통령이 추진해 온 신남방정책의 핵심 국가 중 하나다. 주베트남 한국대사관은 28일 “베트남 정부가 29일부터 한국인에 대한 무사증(무비자) 입국 허용을 임시로 중단한다고 통보해 왔다”고 밝혔다. 2004년 7월 한국인에 대해 베트남이 15일간 무비자 입국을 허용한 지 16년 만에 처음이다. 이틀 전 대구경북 거주자와 최근 14일 이내에 이곳을 방문한 외국인(한국인 포함)에 대해 입국을 금지한 데 이어 입국의 벽이 더 높아졌다.

한국인에 대한 비자 발급 요건도 엄격해졌다. 베트남 남부 호찌민시는 25일부터 대구경북 출신 한국인에 대한 신규 노동허가서 발급을 중단하기로 했다. 당장 베트남에 공장이 있는 삼성전자와 LG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8일 베트남 외교장관과의 통화에서 “과도한 입국 제한 조치에 대해 한국 내 실망감이 매우 크다”며 무비자 입국 조치의 조속한 원상 복귀를 촉구했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러시아 정부도 다음 달 1일부터 한국인과 한국을 경유한 외국인의 입국을 일부 제한한다고 28일(현지 시간) 밝혔다. 다만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 공항 출입국관리소를 통한 입국은 허용할 방침이다.


정부가 23일 코로나19 위기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올린 뒤 한국인 입국 금지 및 제한 국가는 일주일도 안 돼 62곳이 됐다. 한국인 입국을 금지한 나라나 지역은 30곳이고, 입국 시 14일간 격리하는 등 검역·입국 절차를 강화한 곳은 32곳이다. 입국한 한국인을 격리하는 중국 지방정부는 전날보다 4곳이 늘어나 9곳이 됐다.

중국은 베이징(北京) 인근 지역으로까지 한국발 입국자의 제한 조치를 확대했다. 28일 주중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27일 허베이(河北)성 옌자오(燕郊) 지역 출장을 위해 베이징 서우두(首都) 공항에 도착한 한국인 7명이 구급차로 이송돼 옌자오 지역 호텔에 격리됐다. 광둥성 선전시도 28일 한국인 195명을 포함한 한국발 항공편 승객 224명 전원에 대해 호텔 강제 격리를 시작했다.

중국 내 한국인에 대한 혐오도 끊이지 않는다. 주상하이 총영사관에 따르면 27일 장쑤(江蘇)성 난징(南京)에 도착한 한국인 30여 명이 거주하는 아파트로 들어가려다 현지 주민위원회 측에 가로막혔다. 난징에서는 27일 호텔에 체류 중이던 한국인들이 갑자기 찾아온 공안(경찰)의 요구로 쫓겨난 일도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인 입국·여행 금지에 대해 “적기가 아니다”라고 했지만 미국 내에선 강경론도 거세다. 로버트 레드필드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은 27일(현지 시간) 하원의 코로나19 청문회에서 “한국 일본 등 코로나 확산국에 대한 여행경보를 이르면 1, 2일 안에 조정할 수 있다. 이런 나라에 대한 경보 단계가 조정돼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CDC는 한국에 코로나19 발원지 중국과 같은 최고 단계(3단계 ‘경고’), 국무부는 4단계 중 3단계(여행재고)를 발령한 상태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당국자를 인용해 “중국 방문객에게만 적용했던 입국 제한 조치를 한국에서 미국으로 여행하는 모든 외국인에게 확대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정부는 여행주의보를 통해 한국인 입국 제한에 나선 국가 등에 대한 방문 재고나 연기를 권고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베이징=윤완준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한국인 입국금지#여행경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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