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예배 중단[횡설수설/송평인]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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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천주교 모든 교구가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미사를 일시 중단했다. 한국은 신부가 들어오기 전부터 천주교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 나타난 나라다. 하지만 미사는 신부 없이는 드릴 수 없어 최초의 미사는 중국 베이징교구의 주문모 신부가 파견되고 나서야 비로소 가능했다. 1795년 4월 5일 부활절에 서울 가회동에 있는 신자의 집에서 최초의 미사가 몰래 거행됐다. 그 이후 조선 왕조의 박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미사가 중단된 적은 있지만 한국의 모든 곳에서 자발적으로 미사가 중단된 것은 처음이다.

▷개신교회의 예배 중단과 천주교회의 미사 중단은 비슷해 보이지만 차이가 있다. 개신교 예배는 설교가 중심이고 천주교 미사는 성찬(聖餐)이 중심이다. 천주교에서는 우리가 흔히 먹고 마시는 빵과 포도주라 할지라도 신부가 축성(祝聖)하면 그것이 예수의 몸과 피가 된다. 이런 성체(聖體)와 성혈(聖血)을 먹고 마시는 의식이 미사의 중심이다. 그러나 개신교에서는 빵과 포도주가 예수의 몸과 피로 변한다는 걸 상징으로 보는 경향이 점차 강해지고 예배의 중심도 설교로 옮겨갔다.

▷많은 개신교회들이 오프라인 예배를 온라인 예배로 대체하고 있다. 설교가 중심인 예배는 온전하지는 않을지라도 온라인 예배로도 어느 정도는 대체할 수 있다. 그러나 미사는 신부가 축성한 빵과 포도주를 일일이 신자들에게 배달하지 않는 한 온라인으로는 불가능하다. 천주교회는 그 대신 대송(代誦)을 권하고 있다. 대송은 신자가 미사 참석 등 정해진 의무를 다하지 못했을 때 대신해 하는 묵주기도 성경읽기 등을 말한다. 대송은 신행(信行)일 뿐이다.

▷예배와 미사의 중단은 교회의 정체성 유지에 어려움을 초래할 뿐 아니라 재정적으로도 힘든 상황을 가져올 수 있다. 온라인으로 헌금하는 제도를 정착시킨 선진적인 교회도 일부 있지만 대부분의 교회들이 입구에 헌금함을 마련해 놓거나 예배나 미사 시간에 헌금주머니를 돌린다. 몇 주씩 예배와 미사를 중단하면 재정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자발적으로 예배와 미사를 중단하고 있다.

▷성경에 ‘모이기에 힘쓰라’고 나와 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모이면 모일수록 교회도 피해를 입고 교회 밖도 피해를 보는 난감한 상황이다. 박해를 피해 숨어서 예배를 드리고 숨어서 미사를 드릴 때도 없던 어려움이다. 교회 절기로는 26일부터 사순절(四旬節)이다. 교회가 예수의 고난을 묵상하는 마음으로 국민이 처한 어려움을 나누고 그 극복에 동참하는 노력이 결실을 거둬 40일 이후에는 기쁨의 부활절을 맞을 수 있기를 바란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코로나19#미사 중단#대송#온라인 예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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