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이 비싼 집값에 꿈을 포기하면 안 되잖아요”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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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나눔]공유주택 ‘만인의꿈’ 김동찬 대표

19일 서울 마포구 ‘만인의꿈’ 사무실에서 만난 김동찬 대표. 태블릿PC에 적힌 ‘shareNido’는 이 회사가 제공하는 6, 7인용 공유주거공간 서비스를 가리키는 말이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19일 서울 마포구 ‘만인의꿈’ 사무실에서 만난 김동찬 대표. 태블릿PC에 적힌 ‘shareNido’는 이 회사가 제공하는 6, 7인용 공유주거공간 서비스를 가리키는 말이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대학이 밀집한 서울 홍익대∼신촌 권역, 회사가 빽빽이 들어선 강남 지역에서 방 한 칸 얻으려면 돈이 얼마나 필요할까? 안전하고 쾌적한 오피스텔에 입주하려면 보통 1000만 원이 넘는 보증금에 월세 수십만 원을 내야 한다. 이 돈이 부담스러운 청년들은 돈과 주거 안전을 맞바꿔야 한다. 비용이 합리적이면서도 안전한 공간을 찾는다는 건 마치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바라는 것만큼이나 허무맹랑하다고들 한다.

청년들이 뼈저리게 체감하는 주거난을 해소하기 위해 공유주거 서비스 회사 ‘만인의꿈’을 설립한 김동찬 대표(34)를 19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 사무실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그는 2016년 ‘만인의꿈’을 설립해 6, 7인용 공유주택을 47곳까지 늘렸다. 대체로 홍대∼신촌 권역과 강남권에 집중되어 있다.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취업학원과 일터, 학교가 몰린 곳이다. 입주자는 현재 총 250명이 넘는다.

○ 공부하러 ‘신촌’ 왔다가 느낀 주거의 벽

김 대표가 주택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국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한국에서 군 복무를 마친 그는 국내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겠다는 목표로 신촌 인근에 자리를 잡았다. 학원과 스터디 그룹에 오가는 시간을 줄이려면 ‘수험 인프라’가 잘 갖춰진 곳에 살아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형편없는 방 한 칸 빌리려 해도 월 50만∼60만 원이 들었다. 다른 생활비까지 충당하는 건 어려워 보였다. 그는 주거비를 아껴보기 위해 게스트하우스 매니저로 취업해 숙식을 해결하기로 했다. 주거 비용은 해결됐지만 일하랴 공부하랴 정신이 없었고 결국 로스쿨 입시도 난항을 겪게 됐다. 그는 “‘사장이 되면 돈을 벌면서도 공부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단순한 생각으로 사업을 꿈꿨다”고 말했다.

첫 도전은 ‘꿈꾸는 반지하’라는 이름의 스터디 카페였다. 하지만 1년 만에 사업을 접게 됐다. 당시 형편이 어려워져 함께 일하던 직원들과 한집에 모여 살면서 ‘공유주택’을 구상하게 됐다. 각자 집을 구하려면 안전과 쾌적함을 포기한 채 싼 집에 들어가거나, 아주 비싼 월세를 내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그런데 주거 비용을 여럿이 나눠서 부담하니 집다운 집에 살면서도 개인이 감당할 몫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 집값보다는 꿈에 투자하는 삶

‘내 집 마련’은 모든 세대의 고민이지만, 특히 청년들이 느끼는 좌절은 상당하다. 서울 중심부에서 직주근접을 누리며 사는 청년의 삶과 도시 외곽에서 하루 3∼4시간을 이동하는 데 써야 하는 청년의 삶이 같다고 할 수 없다. 김 대표는 “돈이 많지 않은 청년들도 아주 적은 비용으로 홍대, 신촌, 강남 일대의 인프라를 누릴 방법이 ‘공유주거’”라고 강조했다.

‘만인의꿈’은 2∼3명씩 한방을 쓰는 식으로 한 집에 6∼7명이 모여 사는 공유주거 서비스 ‘쉐어니도(shareNido)’를 운영한다. 여기에 입실하면 보증금 60만∼80만 원에 월세 30만 원대로 주거비를 크게 낮출 수 있다. 방을 혼자 쓰는 경우 보증금 100만 원에 월세 30만 원 후반대로, 혼자 오피스텔을 쓰는 것보다 저렴하다.

이렇게 아낀 주거비로 청년들은 다양한 도전을 한다. 함께 사는 사람들끼리 동아리를 만들어 여행을 다니기도 하고 취미생활도 함께한다. ‘만인의꿈’ 운영진은 “신촌 인근의 대학에 다니는 학생이나 강남권의 직장에 다니는 사회 초년생 모두 이동 시간과 주거비를 아껴 자신의 꿈에 투자한다는 면에서 큰 만족감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 타인과 함께 생활하는 만큼 서로 지켜야 할 질서가 있다. 회사 측은 입실을 희망하는 고객들에게 이런 사항을 충분히 알리고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다. 어떤 지점에 입실하든 사용자들은 한 달에 한 번씩 각 거처에서 열리는 회의에 반드시 참석해야 하고, 반복적으로 규칙을 어기는 사람은 퇴실 조치를 당할 수도 있다.

○ 밀레니얼 세대의 주거법칙 바꾸는 기업

김 대표는 최근 신학기와 더불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다. 매년 2월이면 새로 입주를 희망하는 신입생들의 문의가 이어지는데,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안전 문제를 걱정하는 이들이 특히 많다.

‘만인의꿈’은 중국 체류 이력이 있는 이들은 입국 시점으로부터 14일 이내에는 입실할 수 없게 하고 있다. 지점마다 소독·세정제도 구비해 뒀다. 공동생활인 만큼 위생 관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올해 ‘만인의꿈’은 호주에 지점을 낼 계획이다. 3월 시드니에 총 4곳을 오픈한다. 호주 어학연수나 워킹홀리데이를 통해 해외 경험을 쌓고 싶어 하는 젊은이들에게 비싼 집값이 부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김 대표는 “더 이상 집을 마련하기 위해 청년들이 모든 것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한다”며 “밀레니얼 세대의 새로운 주거법칙을 만들어 가고 싶다”고 말했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김동찬#만인의꿈#공유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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