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 법원 등 2주간 휴정… 주요 재판 줄줄이 연기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25일 03시 00분


코멘트

[코로나19 확산 비상]법원행정처 “휴정기 준해 운영” 권고
광주-대구-수원-제주지법 등 결정
조국동생-부인 정경심 재판 미뤄져… 27일 대법 소부 선고도 연기 가능성
내달 6일 법원장회의도 취소 검토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24일 전국 법원에 휴정을 권고한 것은 전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경보가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올라가는 등 감염 진행 상황이 엄중한 점을 고려한 조치다.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도 휴정 권고는 없었다.

○ 2주 특별 휴정기로 주요 재판 연기


조재연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24일 법원 내부망인 코트넷을 통해 ‘휴정기에 준해’ 재판기일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형사사건의 경우 구속 피고인에 대한 재판, 구속영장 실질심사, 구속적부심 민사사건은 가압류나 가처분 심문기일 등 긴급을 요하는 사건이 아니라면 재판 날짜를 미뤄달라는 것이다.

법원행정처의 권고에 따라 전국 최대 법원인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 서울행정법원, 서울가정법원 등 서울 지역 법원들은 24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휴정하기로 했다. 광주고·지법, 대구고·지법, 수원지법, 제주지법도 2주간 휴정을 결정했다. 판결문을 열람할 수 있는 ‘판결정보 특별열람실’ 등 대법원 청사도 출입이 일부 제한된다. 일부 법원들이 휴정을 결정한 24일은 부장판사 이하의 정기인사 이동으로 원래 재판이 많지 않은 날이어서 당일 휴정 결정에 따른 혼란은 크지 않았다. 법원이 특별 휴정기를 갖는 건 이례적이다. 법원은 매년 7월 말과 12월 말 무렵 2주가량의 정기 휴정기를 갖고 이에 맞춰 판사들이 휴가를 간다. 이 같은 정기 휴정 외에 법원이 별도의 휴정기를 정하는 것은 흔치 않다.

주요 재판도 연기됐다. 25일 열릴 예정이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동생 조모 씨(53·전 웅동학원 사무국장·수감 중) 재판은 다음 달 9일로 연기됐다. 27일로 잡혀 있던 조 전 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 재판도 연기됐는데 재판 날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26일 열리기로 돼 있는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 씨(37·수감 중) 재판도 날짜가 바뀔 것으로 보인다. 27일 대법원 소부 선고도 대법관 회의를 거쳐 연기될 수 있다.

○ 법정 내 ‘마스크 착용’ 허용도 권고


조 처장은 재판을 받는 당사자와 속기사를 포함한 재판 참여관 등의 법정 내 마스크 착용을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해 달라고 했다. 휴정기에도 부득이 재판을 진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법정 내 마스크 착용을 허락하라는 것이다. 대법원 ‘법정 방청 및 촬영 등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단정한 의복을 착용하지 않은 사람은 법정 출입을 금지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이 규칙에 따라 법정 경위들은 모자나 마스크, 선글라스를 착용한 방청객이 있으면 이를 벗도록 안내해왔다. 특히 증인은 재판장에게 얼굴을 보이고 신분을 확인하는 절차가 있어 마스크 착용은 불가능했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가 확산됨에 따라 마스크 착용을 허용하는 재판장들이 늘고 있다. 6일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배출가스 시험성적서 조작 사건 1심 선고공판 때 재판장이 피고인들과 방청석에 마스크 착용을 권유했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도 21일 흰색 마스크를 쓰고 재판에 임했다.

법원행정처는 25일 오전 10시 김인겸 법원행정처 차장을 위원장으로 한 코로나19 대응위원회 회의를 열고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다음 달 6일로 예정된 전국법원장회의를 취소하거나 온라인 화상회의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현재 전국 법원에선 모든 출입자의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일정 기준 이상의 체온이 측정되면 법원 청사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법정에 출석할 당사자나 소송대리인이 고열 증상을 보이면 별도의 공간에서 대기하도록 한 뒤 담당 재판부에 연락해 재판 진행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

박상준 speakup@donga.com·이호재 기자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법원#휴정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