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 사회인’ 채병용의 즐거운 상상 “후배들의 성장 본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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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2월 24일 10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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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병용. 스포츠동아DB
채병용. 스포츠동아DB
“아직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죠.”

새내기 사회인으로서 ‘변신’을 준비하는 채병용(38)은 이따금 기분 좋은 상상을 해본다. 직접 지도한 투수들이 리그 최고의 선수로 화려하게 성장하는 장면이다. 철저한 ‘팀 퍼스트’ 정신을 앞세워 SK 와이번스의 19년 원 클럽 맨으로 활약한 그는 자신의 미래 역시 묵묵한 조력자의 모습으로 그려낸다.

2019년 10월, 은퇴를 결정한 뒤에도 야구장을 쉽게 떠날 수 없었다. “은퇴를 하면 그냥 깜깜한 암흑이 될 것 같았다. 어디서부터 새롭게 시작해야할지 막막했다. 결정하기 쉽지 않았다”고 돌아본 채병용은 한동안 인연이 닿는 중·고등학교를 돌며 재능기부를 했다. 종종 강화도 2군 훈련장에서 후배들에게 배팅 볼을 던져주며 공허한 마음도 떨쳐냈다.

“팬들의 사랑 덕분에 정말 행복하게, 감사하게 야구를 했다”는 추억은 새 출발을 앞둔 그에게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다. 2015년 프리에이전트(FA) 계약 직후 남긴 ‘내 가슴에는 항상 SK가 새겨져있다’는 어록도 여전히 유효하다. “정말 고마운 마음에 그런 이야기를 했다. 느끼하게 볼 수도 있는데(웃음), 좋게 봐주셔서 다행”이라고 털어놓은 그는 “지금은 물론, 평생토록 가져갈 마음이다. 늘 팀을 위해 뛴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소망했다.

SK 선수 시절 채병용. 사진제공|SK 와이번스
SK 선수 시절 채병용. 사진제공|SK 와이번스


SK를 위한 일이라면 언제든 두 팔을 걷어붙였다. 스스로도 “팀이 없으면 나도 없다. 단 한 번도 내가 우선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고 자부한다. “선발, 중간, 패전 어느 보직을 맡더라도 상관이 없었다. 그저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는 것 자체로 감사했다. 정말 즐기면서 야구를 했다”는 채병용은 ‘마당쇠’라는 다소 투박한 수식어도 참 좋아한다. 그는 “팀은 우승을 위해 존재한다. 나만 뛰어나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빛나는 주연만큼 뒤에서 그를 받쳐주는 조연도 충분히 값지다”고 미소 지었다.

오늘날 SK가 마운드 강국으로 거듭난 데도 채병용의 눈부신 헌신이 녹아있다. 2017~2018시즌 불펜에서 중책을 맡아 경험치를 쌓아나가는 서진용, 김태훈 등의 뒤를 든든히 지켰다. 후배들이 위기 상황에 놓이면 채병용은 묵묵히 마운드에 올라 급한 불을 꺼주곤 했다. 이는 곧 2019년 서진용(33홀드)과 김태훈(27홀드)이 홀드 부문 2·3위를 차지하며 리그를 대표하는 필승계투진으로 성장하는 발판이 됐다.

이를 두고 “베테랑의 몫”이라며 멋쩍게 웃어 보인 채병용은 “선수 생활 막바지까지 후배들에게 마운드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 같아 만족스럽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이어 “후배들이 정말 많이 성장했고, 이제는 어엿한 주축 선수가 됐다. 한 팀의 일원으로서 굉장히 뿌듯하고 고맙다”며 “후배들이 워낙 잘해주고 있기 때문에 나 역시 한결 마음을 놓고 은퇴할 수 있었다. 나를 많이 따라준 (정)영일이를 비롯해 모든 후배들에게 감사하다”고 털어놨다.

구단으로부터 해외 연수 지원을 약속받은 그는 행선지를 찾고 있다. 미국, 일본 등의 팀을 알아보며 차근차근 계획을 마련하는 중이다. “틈틈이 영어 공부도 하고 있다”는 그는 “이제 약간의 밑그림을 그려뒀다. 앞으로 조금씩 색칠을 해가면 된다”며 “인생은 직진이 아니다. 길은 여러 갈래가 있다. 힘든 일도 기쁜 일도 올 테지만, 이를 헤쳐 나가면서 새로운 길을 걷고 싶다”고 미소 지었다.

‘기본기’에 충실한 지도자가 되려 한다. 채병용은 “하체 사용이나 이론을 중요하게 여기는 등 투수 코치에도 여러 유형의 지도 방식이 있다”고 짚으며 “나는 캐치볼을 할 때 정확하게 글러브를 대주는 것부터 시작하는, 기본기를 가장 우선순위에 두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기대도 있다. “투수 코치로서 선수들이 성장하고 높은 위치에 오르는 모습을 보면 ‘와’하며 탄성이 절로 나올 것 같다”는 채병용은 “아직 느껴보지 못한 기분이지만, 엄청 뿌듯하고 기분이 좋을 것”이라는 즐거운 예감으로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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