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총선, 반미 보수파 압승…대미 강경 외교 가속 전망

  • 뉴시스
  • 입력 2020년 2월 24일 00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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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보수파, 290석 중 200석 차지 예상
투표율 42%, 1979년 이후 역대 최저

지난 21일 개최된 이란 총선에서 예상대로 반미 보수파가 총 의석(290석)의 과반 이상을 차지하며 압승을 거둘 전망이다. 2016년 총선에서 대승을 거둔 중도·개혁파 의원들이 물러나며 이란의 대미 외교는 더욱 강경 일변도로 나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란 파르스 통신은 22일(현지시간) 자정께 민심의 바로미터로 꼽히는 수도 테헤란의 의석 30개를 모두 강경 보수파 후보가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고 보도했다. 에스파한, 후제스탄 등 주요 도시에서도 보수파가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이란 반관영 메흐르 통신 등에 따르면 290석 가운데 반미 보수성향 후보 200여명의 당선이 확실한 상황이다. 중도·개혁파는 17석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정부에 대한 불만이 투표 ‘보이콧’으로 이어지며 선거 참여율은 저조했다.

이란 내무부는 지난 21일 실시된 총선의 투표율은 42%을 기록했다고 23일 발표했다. 1979년 이슬람 공화국이 시작된 이후 가장 낮은 참여율이다. 테헤란의 투표율도 20~25% 안팎으로 상당히 낮았다.

총선 예비 후보의 사전 자격을 심사하는 이란 헌법수호위원회가 개혁파 후보들의 피선거권을 제한한 데에 대한 반발과 함께 다시 시작된 미국발 경제 제재로 인한 불만, 이란 내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공포가 모두 악재로 작용했다.

이란 내무부는 조금이라도 더 높은 투표율을 기록하기 위해 지난 21일 전국 5만5000개의 투표소의 마감 시간을 세 차례나 연장했으나 유권자들의 마음을 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고 가디언 등은 전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공식 성명을 발표하고 “선거라는 큰 시험을 통과한 이란인들의 빛나는 업적을 이뤄냈다”고 발언했다.

그는 이어 “서구 프로파간다 세력들이 이란 선거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부정적인 여론을 형성했다”며 “이들은 시민들이 투표소에 가는 것을 막기 위해 코로나19의 위험성까지 강조하고 나섰다”고 비난했다.

대선거구제로 치러지는 이란 총선은 주(州)별로 나눠진 선거구에 인구비례로 의석을 할당한다.

유권자는 투표용지 1장에 자신의 선거구에 할당된 의석수만큼 후보의 이름을 적는다. 예를 들면 총 30석인 테헤란의 유권자는 투표용지에 후보 이름을 30명까지 쓸 수 있다.

당선자는 이 표를 합산해 다득표 순으로 결정된다. 다만 득표율이 20% 미만인 당선자는 두 달 뒤 다시 결선투표를 치러야 한다.

이란 의회는 정당제를 채택하지 않고 있어 후보들은 이합집산을 통해 정파를 결성해 선거 운동을 펼친다. 일반적으로 미국에 우호적인 중도·개혁파와 반미 세력인 강경·보수파로 나뉜다.

강경·보수파의 의회 장악은 곧 하메네이가 대통령직을 제외한 이란의 요직을 장악했다는 의미다.

내년 5월 대통령 선거에서도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이끄는 중도 개혁파는 힘든 싸움을 이어가야할 것으로 분석된다.

파르스 통신에 따르면 전국 득표 1위인 후보는 테헤란에서 당선된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전 테헤란 시장이다.

갈리바프는 “현재 이란이 겪고 있는 경제난의 30%만이 미국 제재로 인한 것”이라며 “미국, 유럽이 아닌 이웃 국가들과의 무역 확대를 꾀하겠다”며 유권자를 설득했다.

혁명수비대 장성 출신인 갈리바프 전 시장은 당선 후 차기 의회 의장 자리를 넘겨받을 가장 유력한 인물이다.

이란의 대미 외교 정책은 더욱 강경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란 의회는 외교 정책에 대한 공식적인 역할은 없으나 로하니 대통령와 미국 정부의 회담에 개입하는 식으로 방향을 흔들 수 있다.

가디언은 많은 이란 유권자들이 미국으로부터의 경제적 독립을 위해 앞으로도 6년간의 제재를 견딜 수 있다고 답했다며, 반미 보수 세력의 정책은 계속 힘을 얻을 것으로 내다봤다.

로하니 정부는 2015년 7월 미국·유럽과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타결하며 서방의 대이란 제재를 완화했다. 그러나 2018년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일방적으로 핵합의를 파기하며 이란 옥죄기를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확률이 높아지는 가운데 이란 역시 전면전에 나서기 위한 채비를 시작한 셈이라고 서구 매체들은 전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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