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IT] 'Better Us, Better Earth', 베지스푼이 전하는 채식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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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2월 21일 17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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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적으로 '식량'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늘어나며, 사양 산업으로 여겨졌던 농수축산업에 대한 관심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관심을 토대로 품질 개선, 생산성 향상 등 농수축산업에 다양한 ICT 기술을 융합하는 시도도 꾸준히 증가했다. 더불어 농수축산업이 1차 산업이 아닌 제조와 서비스를 결합한 6차 산업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 서울 먹거리 창업센터 모습 >(출처=IT동아)
< 서울 먹거리 창업센터 모습 >(출처=IT동아)

서울시는 이러한 시대의 흐름에 맞춰 가락시장 현대화 시설인 가락몰 1관과 2관 3층(약 500평)에 국내 최초로 농식품(Food•Agri Tech)분야 스타트업 지원을 위해 설립한 창업보육센터다. 지난 2016년 12월 개관한 뒤,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푸드테크 스타트업 106개를 지원한 바 있으며, 입주기업 총 누적매출액 411억 원, 투자유치 60억 원, 고용창출 181명 등의 성과를 올렸다. 서울시가 보유한 비즈니스 네트워크와 약 1,000만 명이 거주하는 소비시장 등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할 수 있는 농식품 분야 푸드테크 스타트업이 꿈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서울먹거리창업센터 입주기업은 '사무공간', '법률', '세무회계', '지식재산권 출원' 등의 창업 교육과 '투자유치', '마케팅' 등의 멘토링, '컨설팅', '투자연계' 등의 각종 창업지원 서비스를 무상으로 지원받을 수 있으며, 6개월마다 성장평가 관리를 통해 최장 2년까지 입주할 수 있다.

이에 IT동아는 우리네 먹거리와 IT 기술을 융합해 새로운 꿈을 꾸고 있는 서울 먹거리 창업센터 입주 기업들을 만나 현장의 생생함을 담은 그들의 목소리와 함께 실제 겪고 있는 어려움 등을 전하고자 한다. 이번 인터뷰는 지난 2019년 4월 설립해 채식주의자(이하 비건)을 위한 제품 특화 서비스와 비건 식품을 개발하고 있는 스타트업, 베지스푼의 김나연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 베지스푼 김나연 대표 >(출처=IT동아)
< 베지스푼 김나연 대표 >(출처=IT동아)

채식주의자를 위한 제품과 서비스를 담은 '비밀샵'

IT동아: 만나서 반갑다. 먼저 베지스푼은 어떤 업체인지, 소개를 부탁한다.

김나연 대표(이하 김 대표): 음… 순식물성 식품 지향 기업? (너무 어렵다는 말에) 하하. 베지스푼은 채식주의자를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먹거리와 같은 식품도 판매하지만, 궁극적인 목적은 서비스다. 비건을 위한 다양한 제품을 일반인도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

IT동아: 창업 과정이 궁금하다.

김 대표: 2019 작년 4월 베지스푼을 창업했다. 강원 청년창업사관학교 9기로 선정된 뒤 초기 창업 자금을 지원받았다. 먹거리창업센터는 이보다 앞선 2월, 예비창업자로 선정되어 입주했다. (왜 강원도였는지) 비건 제품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비교적 농산물이 가까운 지역을 찾았다. 이에 강원도에 지원했고, 고맙게도 선정 받았다. 이후 농촌실용화재단 청년창업보육업체로부터 초기 창업 자금을 추가로 받았다.

< 청년창업사관학교 IR 행사에 참여한 베지스푼 김나연 대표, 출처: 베지스푼 >
< 청년창업사관학교 IR 행사에 참여한 베지스푼 김나연 대표, 출처: 베지스푼 >

IT동아: 현재 베지스푼은 비건 마켓 '비밀샵'을 운영하고 있는데.

김 대표: 2019년 7월 25일 베타 서비스를 시작했고(질문을 받자 단숨에 기억해내던 김 대표였다), 현재 정식 서비스 중이다. 지난 1월 10일 홈페이지를 리뉴얼하면서… 자연스럽게 정식 서비스 오픈으로 이어졌다(웃음). 비밀샵은 고기와 계란, 유제품을 제외한 식품과 화장품, 친환경 생활용품(대나무 빨대, 코코넛 그릇 등)을 판매하는 오픈마켓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비밀샵에서 판매하는 모든 상품은 먼저 먹어보고, 사용해본다. 오직 맛있고, 품질이 좋은 제품들만 '엄선해' 소개하고 싶었다. 그리고 단순히 제품만 판매하고 끝내는 것이 아닌, 고객과 소통하는 서비스로 다가가기 위해 노력 중이다. A제품과 같이 구매하면 좋은 B제품을 기획 구성하거나, 좀 더 쉽게 비건 제품에 접근할 수 있도록 방법을 공유하고, 좀 더 빠르고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 중이다.

이제 열심히 알리는 중이다(웃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과 같은 SNS를 활용 중이고, 네이버 블로그를 통해 소식을 전하고 있다. 비건 페스타, 대한민국 식품대전, 비건 테스티벌 등 전시회에도 참가하면서 오프라인으로 고객들과 만나고 있다.

< 베지스푼이 서비스하고 있는 비밀샵 >(출처=IT동아)
< 베지스푼이 서비스하고 있는 비밀샵 >(출처=IT동아)

젊은 암 생존자가 전하는 채식 메시지

IT동아: 궁금하다. 비건을 위한 서비스. 왜,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

김 대표: 공동창업한 친구가 있다. 우리 둘은, '젊은 암 생존자'다(두 공동대표의 나이는 30대 초반이다). 내 경우에는 2016년 여름에 암 진단을 받았다. 1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항암치료를 받았고, 암이 거의 없어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하지만, 희소식은 오래가지 않았다. 다시 아직 암이 남아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암을 완치했다는 진단은 10년 정도 지켜봐야 한다는 뜻이라는 것도, 그때 알았다.

암을 치료하는 도중(사실 지금도 치료 중인 셈이다) 채식 관련 다큐멘터리를 봤다. 채식이 몸에 주는 영향과 공장식 축산업이 사람들의 건강에 어떻게 위해하고, 더 나아가 지구 환경에 해를 끼치는지 알리는 내용이었다.

당시 완치 소식 이후 다시 재발했다는 소식을 접한 상태에서 다큐멘터리를 보며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결심했다. '그래 채식을 한번 해보자. 음식부터 건강하게 바꿔보자'라고. 2018년 이후부터 채식을 시작한 뒤, 예상대로 몸이 좋아졌다(웃음).

< 미팅 중인 김나연 대표, 출처: 베지스푼 >
< 미팅 중인 김나연 대표, 출처: 베지스푼 >

IT동아: …직접 체험한 것을 창업 아이템으로 삼은 셈이다.

김 대표: 힘들었다. 채식을 시작한다는 다짐 이후, 순식물성 제품을 일상에서 찾는 길은 험난했다. 아이스크림, 피자를 먹고 싶은데 먹을 수는 없고. 비슷한 맛을 내는 식품은 없을까 찾았다. 그렇게 채식 관련 소식을 찾아 보니, 해외에서는 대체 육류, 대체 유제품 개발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었다.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이미 상용화한 곳도 많았고.

친구와 의기투합했다. '왜 순식물성 제품은 찾기 힘들까?'라는 의문에서 시작했다. 제품을 만드는 브랜드와 제작자를 만나고, 다양한 이유로 제품을 찾는 고객들을 만났다. 제작자의 노고가 헛되지 않도록, 고객의 노력이 좀 더 쉽도록… 그런 바람으로 비밀샵을 준비했다.

< 자신의 경험을 담담하게 전하고 있는 베지스푼 김나연 대표, 출처: 비밀샵 홈페이지 >
< 자신의 경험을 담담하게 전하고 있는 베지스푼 김나연 대표, 출처: 비밀샵 홈페이지 >

IT동아: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현시점에서 베지스푼이 주력하고 있는 것은 결국 비밀샵이다. 긍정적인 상황인지.

김 대표: 확실히 충성 고객 비율이 높다. 한마디로 재방문율이 높다(웃음). 고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제품은 아무래도 먹거리다. 빵, 크래커(과자), 대체 유제품(귀리유 등), 대체 육류(비욘드미트 등)를 많이 찾는다. 아직 공개하기에는 부족한 매출액이지만, 성장만큼은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내부자료라 자세하게 밝힐 수 없지만, 비밀샵의 구매전환율은 평균 쇼핑몰 구매전환율과 비교해 높은 편이다. 또한, 보통 쇼핑몰 신규 방문자 첫페이지 이탈률은 90%이상이지만, 비밀샵의 이탈률은 20%대다. 특히, 리뉴얼 이후 상승한 구매전환률과 이탈률이라 내부적으로 많이 개선했다고 평가 중이다(웃음).

경험을 담은 베지스푼의 비밀샵

IT동아: 비건 제품을 국내에서 구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가.

김 대표: 해외와 비교하면, 구하기 어렵다. 구하기도 어렵고, 구했다 하더라도 양도 적다. 1년 전만 해도 '제품을 살 수 있는 곳' 자체를 찾기도 어려웠다. 해외에서 직구하거나 이태원에 있는 해외 전문 식료품가게를 방문해야 했다. 직접 구하러 다니면서 '채식 제품을 모아 놓고 싶다', '왜 이렇게 불편하게 사야 할까'라고 많이 생각했다. 온라인 오픈마켓은 뭐…, 언강생심이었다(웃음). 지금은 그나마 많이 생긴 편이다. H 서비스에 있는 '#비건'도 있고.

< 비밀샵 베스트 상품들, 출처: 비밀샵 홈페이지 >
< 비밀샵 베스트 상품들, 출처: 비밀샵 홈페이지 >


IT동아: 현재 국내 상황을 좀더 자세하게 듣고 싶다.

김 대표: 채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자연스럽게 채식하기 시작하는 비건이 조금씩 늘어나면서 국내에도 채식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는 늘어나고 있다. 물론,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다. 여전히 규모는 작다. 대안으로 해외에서 제품을 들여오고 싶지만, 먹거리다 보니 배송 거리와 관련 정책 등으로 인해 제약이 많다.

사실 더 중요한 문제는 따로 있다. 진정 채식주의자를 위한 제품과 서비스라고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퀄리티의 차이다. 그저 많이 주면 좋다고 말할 수는 없잖은가. 우리가 노력하고 있는 부분이다. 우리가 겪으며 불편한 것은 무엇이 있었는지 찾았다. 대체 육류를 가지고 햄버거를 만든다면, 어떤 빵을 사용하면 좋을지 고민한다.

IT동아: 직접 느끼는 불편함도 있지만, 고객들이 느끼는 불편함도 중요할텐데.

김 대표: 맞다. 고객과의 소통, 고객과의 대화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전시 행사에 나갈 때마다 설문조사를 진행한다. 현재 무슨 제품이 필요한지, 어떤 제품이 있었으면 좋겠는지, 사용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어떻게 개선하면 좋을지 등이다. 고객으로부터 제품 추천도 받고.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웃음).

올해 비건을 위한 밀크티를 출시할 예정이다. 5월에는 비건을 위한 크림수프도 선보일 예정이다. 해외 유명 제품을 들여오기 위한 노력도 진행 중이고. 아, 레시피도 개발해 공유하고 있다. 아까 언급한 SNS, 블로그, 비밀샵 홈페이지에 공개되어 있다. 음… 비건을 위한 식단을 제공하는 것이, 또 다른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2019 비건 페스타에 참여한 베지스푼, 출처: 베지스푼 >
< 2019 비건 페스타에 참여한 베지스푼, 출처: 베지스푼 >

마요네즈 하나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마요네즈와 크래커를 이용해 카나페를 만들 수 있다는 정보를 제공한다. 비건 라면과 함께 먹으면 좋은 김치, 파스타 소스와 파스타 면을 같이, 채소를 활용한 육수와 쌀국수면 등… 일종의 기획 상품이다. 블로그를 통해 집에서 아몬드 밀크를 만드는 법, 방울토마토 카나페를 만드는 법 등도 공유한다.

Better Us, Better Earth

IT동아: 그런데 참… 어려운 길을 선택했다. 오픈마켓, 쇼핑몰. 챙길 것, 신경 쓸 것이 정말 많은데.

김 대표: 돈 벌자는 생각보다 스스로 겪었던 불편함을 해결하고 싶다는 바람, 그것 하나로 시작했다. 물론, 당연히 돈도 벌고 싶고(웃음). 2월에 '비밀살롱'이라는 비건을 위한 복합문화모임을 준비 중이다(인터뷰 후 비밀살롱을 진행했다. 아래 사진을 첨부한다) 비건 베이커리 '더 브레드 블루'와 함께 비건을 위한 베이킹 클래스를 진행할 예정이다. 비밀샵에서 기획 세트로 제공했던 온라인 경험을 오프라인으로 확장하고자 한다.

< 비밀살롱의 모습, 출처: 비밀샵 인스타그램 >
< 비밀살롱의 모습, 출처: 비밀샵 인스타그램 >

IT동아: 앞으로의 계획은.

김 대표: 우리 슬로건이 있다. 'Better Us, Better Earth'. 직역하자면, 더 좋은 우리, 더 좋은 지구다. 채식을 하면 우리 몸에 좋고, 궁극적으로 지구 환경에도 도움된다는 뜻이다. 택배로 제품을 보내는 일이 많아지면서,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자는 결정도 내렸다. 종이테이프와 종이뽁뽁이 등 기존 테이프와 뽁뽁이를 바꿨다.

베지스푼은 채식주의자를 위한 배려를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 사회 생활하면서 채식주의자 겪는 불편함은 생활 곳곳에 존재한다. 하나씩, 느리더라도 한걸음씩 나아가고자 한다. 앞으로도 베지스푼에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동아닷컴 IT전문 권명관 기자 tornados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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