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대구시 모든 유치원 휴업령… 택시운전사 “손님이 타면 무섭다”
더보기

대구시 모든 유치원 휴업령… 택시운전사 “손님이 타면 무섭다”

대구=강승현 기자 , 박종민 기자 , 영천=이소정 기자입력 2020-02-20 03:00수정 2020-02-20 09:39
뉴스듣기프린트
트랜드뉴스 보기
[코로나19 확산 비상]인적 끊긴 대구-영천 시내

“살면서 대구 시내가 이렇게 텅 빈 건 평생 처음 봅니다.”(시민 A 씨)

19일 하루에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20명이나 나온 대구경북 지역이 대혼란에 빠졌다.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온 대구시와 영천시는 백화점 등 다중시설 폐쇄가 줄을 이었고, 시민들은 불안감에 휩싸여 외출을 자제하고 있다. 18일 31번 환자(61·여)가 나오기 전까지 감염자가 1명도 없었던 지역이라 충격은 더욱 컸다.

이틀 내내 대구는 휑하다 못해 을씨년스러웠다. 특히 19일 주요 번화가는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택시를 운전하는 김모 씨(62)는 “먹고살려니 영업을 나오긴 했는데, 막상 누가 타면 무서워 움츠러들었다”고 토로했다.




○ 재난영화의 한 장면 같은 대구

관련기사

확진자 15명이 격리치료를 받고 있는 대구는 초토화된 분위기다. 중구 동성로에 있는 대구백화점은 그야말로 하루 종일 ‘개장 준비 중’ 같았다. 가장 고객이 붐비는 점심시간 동안 1∼8층 모든 층을 돌아봤는데, 매장 직원 말고는 텅 비어 있었다. 1시간 동안 마주친 고객은 딱 2명뿐이었다. 한 직원은 “오전부터 손님을 한 명도 못 봤다. 취재진만 왔다 갔다”며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인근 신세계백화점과 멀티플렉스 영화관 CGV 한일점도 마찬가지였다. 영화관 매표소 직원인 B 씨는 “영화 관람객을 하루 종일 거의 보질 못했다. 예고편 상영 소리만 요란하게 울리니까 괜히 겁이 난다”고 했다. 영화관을 찾았던 김인석 씨(21)는 “여유가 생겨 영화를 보러 왔는데 이렇게 사람이 없으니 불안하다”며 그냥 발길을 돌렸다.

31번 환자가 방문했던 호텔은 종일 전화가 빗발쳤다. 예식장은 현재 문을 닫았지만, 방역 뒤 20일 오전부터 정상 영업을 할 계획이다. 예식장 관계자는 “매주 방역을 실시하고 열화상카메라 등도 설치해 안전에 만전을 기할 계획이다”며 “그래도 께름칙하다며 취소를 고민하는 고객이 적지 않다”고 했다.

바깥 거리는 더욱 분위기가 험상궂었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시민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인터뷰를 시도하면 깜짝 놀라 손사래를 치기도 했다. 한 남성은 “더 상황이 악화되면 정부가 대구를 봉쇄하는 거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가족이 다른 지역에 산다는 한 직장인은 자신이 보낸 문자메시지를 보여줬다. ‘당분간 대구에 오지 마. 여기 진짜 위험해.’

3명의 확진자가 나온 영천시도 ‘유령도시’를 방불케 했다. 가장 많은 시민들이 몰리는 ‘영천공설시장’은 사람들 말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고객들 그림자조차 찾을 길 없다 보니 상인들은 잔뜩 얼굴을 찌푸린 채 TV와 라디오만 쳐다봤다. 민모 씨(83)는 “이런 광경을 내 평생 처음 본다”면서 “환자가 얼마나 더 나올지 오늘보다 내일이 걱정이다”고 했다.


○ “오늘보다 내일이 더 걱정이다”

다음 달 개학을 앞둔 학교와 공공기관들은 더 큰 비상이 걸렸다. 확진자가 어디서 감염됐는지, 이동경로는 어떻게 되는지 정보가 ‘깜깜이’인 탓에 대응 전략을 짜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당장 대구시교육청은 19일 부교육감 주재로 긴급회의를 열고 시내 모든 유치원(343개)에 휴업 결정을 내렸다. 현 상황을 위기대응단계 가운데 ‘심각’ 수준으로 보고 강은희 교육감이 책임을 맡는 비상대책반도 꾸렸다. 다만 맞벌이나 한 부모 가정의 부담을 고려해 유치원과 초등학교의 돌봄교실은 유지하기로 했다.

열흘 앞으로 다가온 초중고교 개학은 일단 한시적 연기를 검토하고 있다. 현재 학교별로 진행하고 있는 방과후 활동 프로그램은 전면 중단한다. 기숙사도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운영하지 않도록 했다. 외부에 학교 시설을 개방하는 것도 전면 중단한다. 중요한 시험 장소 제공 등 극히 제한적인 경우에만 허용한다. 사설학원도 가능한 한 휴원하도록 권고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대구 지역에서는 사회 시스템의 ‘공동화(空洞化) 현상’이 벌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계속해서 확진자가 나올 경우 경제는 물론이고 행정, 치안에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도 “코로나19가 지역사회 깊숙이 퍼져 자체 역량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정부 차원의 특별대책반을 파견하고, 심층 역학 조사와 의료 인력 지원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대구=강승현 byhuman@donga.com·박종민 / 영천=이소정 기자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대구#확진자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주요뉴스

1/3이전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