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16번, 18번 환자와 함께 광주21세기병원에 머물렀던 환자들이 광주 광산구 소촌동 광주소방학교에 격리된 지 15일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지난 5일부터 격리 환자들을 상대로 의료 지원을 했던 간호사 조모씨(40·여)는 “여기에서 모두 가족이 됐다. 다들 힘든 상황이었지만 의료진은 환자에게, 또 환자는 의료진들에게 감사 인사를 항상 잊지 않았다. 잘 버텨준 환자분들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격리 해제 시점인 자정을 10여분 앞둔 19일 오후 11시50분쯤 퇴소하는 환자들을 마중나온 가족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응, 엄마 앞에 도착했어. 그래 우리 딸 금방 보자.”, “여보 우리 왔어, 짐은 다 쌌지. 앞에 있을 게 조심해서 나와.”
10여분 후면 만날 가족들이었지만 전화 통화로 안에서는 잘 있는지, 혹시나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짐은 빠짐없이 잘 챙겼는지, 환자 가족들 모두 안부 전화를 하기 바빴다.
광주소방학교에 격리된 남편을 데리러 온 아내 조모씨(54)는 “남편과 매일 영상통화를 하면서 하루하루 버텼다. 어깨 수술을 하고 몸도 안 좋은데 격리까지 돼서 너무 걱정스러웠다”고 말했다.
조씨의 남편은 광주·전남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지난 4일 오른쪽 어깨 수술을 하기 위해 21세기병원을 찾았다가 수술 직후 격리됐다.
조씨는 “처음에는 너무 안타깝고 속상했다. ‘조금만 더 늦게 갔더라도 격리가 안됐을텐데…’ 하는 생각도 들었다. 수술하자마자 격리돼서 오른팔도 못 썼는데 혼자 낑낑대며 밥 먹고 씻고 했을 생각하니 참 마음이 아팠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조씨의 남편은 추가 치료를 위해 내일 오전 21세기 병원에 다시 입원하지만 조금이라도 일찍 가족들을 보고 싶어 늦은 밤 집으로 향하게 됐다.
조씨는 “답답했을 텐데 잘 지내줘서 남편한테 고맙다. 집에 가면 어깨가 불편한 남편 머리 감는 것도 도와주고 내일 아침 맛있는 밥도 먹여서 병원으로 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군인인 아들을 데리러 왔다는 박모씨는 “아들이 군 복무 중 다쳐 병가를 내고 수술하러 나왔다가 본의 아니게 2주 동안 격리가 됐다. 방 안에만 갇혀 있었다고 생각하니 걱정도 됐는데 확진자가 나오지 않아서 마음이 놓였다”고 말했다.
박씨는 “아들이 처음에는 뭐 먹고 싶다고 몇 번 말을 했지만, 이후에는 적응도 잘하고 밥도 잘 먹는지 별말을 안했다. 나가면 복귀 전에 맛있는 밥 먹이고 보내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20일 오전 0시. 광주소방학교 격리가 해제됐다. 12시가 땡하자마자 팔과 다리에 깁스하고 휠체어를 탄 환자들이 쏟아져나왔다. 집은 한가득이고 몸은 불편해 보였지만 표정은 더할 나위 없이 기뻐 보였다.
마중을 오는 아들을 기다리던 손모씨(51·여)는 의료진들께 감사의 인사를 잊지 않았다.
손씨는 “체온 재러오고 식사 넣어주실 때 1~2분 남짓 만나는 게 다였지만 간호사 선생님들과 정말 많이 친해졌다. 유일하게 대화하고 의지할 수 있는 분들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너무 답답하고 우울했지만 선생님들이 너무 잘 챙겨주시고 도와주셔서 의지를 할 수 있었다”며 간호사 선생님의 손을 꼭 잡고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선생님 정말 감사해요. 광주에서 길 가다 만나면 꼭 인사해요. 그동안 정말 감사했어요.”
간호사 조씨 역시 “방안을 빙글빙글 1000보씩 걸으면서 버텨준 환자분이다. 힘드셨을 텐데 환자분들이 의료진을 믿고 잘 따라주셔서 정말 고마웠다”고 말했다.
광주소방학교에는 지난 5일부터 환자 31명, 보호자 5명 등 총 36명이 격리조치돼 생활했다. 격리 해제 후 퇴원하는 이들은 22명(환자 19명, 보호자 3명)이고 21세기병원으로 재입원하는 이들은 14명(환자12명 ,보호자 2명)이다. 이날 소방학교에서는 총 10명이 자택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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