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명 기다려도… 더 못짓는 요양센터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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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공립시설 부족 심해지자 마포-동대문 등 5곳에 신설 추진
일부 주민 “집값 떨어진다” 반대, 3곳은 착공 일정조차 못 잡아


임동원 씨(67)는 매일 아침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서부노인전문요양센터를 찾는다. 치매를 앓는 임 씨의 어머니는 2018년 2월 센터에 입소했다. 마포구에 거주하는 임 씨는 어머니를 자주 찾아뵙고 싶었다. 민간 노인요양시설은 이용료가 비쌌고 다른 지역의 시설은 상대적으로 멀어 자주 방문하기엔 어려웠다. 임 씨는 “센터가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어서 한결 마음이 놓인다”며 “특히 이 센터는 치매환자에게 필요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19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부노인전문요양센터와 같은 공립요양시설은 시립 11곳과 구립 22곳 등 33곳(정원 2983명)이 운영되고 있다. 공립요양시설엔 1, 2등급의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받은 사람이 입소한다. 3∼5등급에 해당되더라도 시설급여를 받는다면 입소할 수 있다. 장기요양등급은 치매 등 노인성 질환을 가진 사람을 대상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이 일정 절차를 거쳐 등급 판정을 내리는 기준이다. 6개 등급으로 나뉘며 다른 사람의 도움이 상당 부분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1, 2등급을, 시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시설급여’의 판단을 내린다.


문제는 공립요양시설의 공급이 크게 부족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현재 입소 대기 인원은 1만87명이다. 서부노인전문요양센터(정원 270명)와 서초노인요양센터(정원 200명)는 대기자가 각각 1194명, 1206명이다. 임 씨의 어머니도 3년 이상을 기다린 뒤 센터에 들어갔다. 중랑노인전문요양원과 중계노인전문요양원 등 기초생활수급자가 우선 입소하는 5곳을 빼면 나머지 공립요양시설들은 소득에 따른 입소 제한 규정이 없다. 입소 제한 규정이 없는 시설엔 희망자가 더 몰려 대기 기간이 길어진다. 오랜 기간 아버지의 시설 입소를 희망했던 김인성 씨(64)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갑자기 입소하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내년부터 2022년 8월까지 마포 동대문 강동 송파 서대문구 등 자치구 5곳에 공립요양시설인 ‘시립실버케어센터’를 추가로 열기로 했다. 실버케어센터는 입소자들이 거실을 중심으로 한 가족처럼 생활할 수 있도록 지어진다. 개인 생활을 하며 다른 방에 사는 입소자들과도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하지만 강동 송파 서대문구 등 3곳의 시설은 아직까지 착공 일정조차 정하지 못했다. 인근 아파트 단지 주민들이 서울시와 구청 등에 민원을 제기하며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주민은 공립요양시설이 들어설 경우 집값 하락 등을 우려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공립요양시설을 생활 사회간접자본(SOC) 중 하나로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공립요양시설은 병원과 비슷한 시설이다. 동네 가까이에 병원이 하나 더 들어섰다고 생각해도 된다. 의료기관이 더 들어선 만큼 일부 주민의 우려와는 달리 해당 지역의 가치가 더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서울시#실버케어센터#고령화#요양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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