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 “칸서 奉감독 갈비뼈에 실금… 오스카선 리액션 자제”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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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이 전하는 현장의 감동
이선균 “벅차도 눈물 날 수 있다 느껴, 큰 선 넘은 아카데미 회원들께 감사”
이정은 “캠페인 중 경쟁작과 동지돼”, 조여정 “영화는 하나의 언어 체감”

봉준호 감독을 비롯한 영화 ‘기생충’의 주역들이 19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 후 환하게 웃었다. 배우 송강호는 “‘기생충’을 통해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관객들에게 뛰어난 한국 영화를 선보이고 돌아와 기쁘다”고 밝혔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봉준호 감독을 비롯한 영화 ‘기생충’의 주역들이 19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 후 환하게 웃었다. 배우 송강호는 “‘기생충’을 통해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관객들에게 뛰어난 한국 영화를 선보이고 돌아와 기쁘다”고 밝혔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굉장히 자제한 겁니다.”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51) 옆자리에 앉아 ‘기생충’ 4관왕의 순간을 함께한 배우 송강호는 19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작품상 수상작으로 기생충이 호명되자 송강호는 두 팔로 봉 감독의 목덜미를 부여잡고 얼싸안았다. 현장의 감격이 그대로 전달되는 순간이었다.

송강호는 “(봉 감독) 바로 옆에 앉아 있어서 제 얼굴이 TV 화면에 나오는데 굉장히 자제하는 모습을 보실 수 있다”며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을 때 제가 너무 과도하게 하는 바람에 감독님 갈비뼈에 실금이 갔다. 이번에는 뺨을 때리고 뒷목을 잡기도 하며 갈비뼈만 피해 갔다”고 말하며 웃었다.

기생충의 주역들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자제하기 어려웠던’ 아카데미 시상식의 흥분과 감동의 순간을 공유했다. 출연진으로는 송강호를 비롯해 박명훈 장혜진 이정은 박소담 이선균 조여정이 참석했다. 최우식은 촬영 일정이 있어 오지 못했다.

한국 영화 100년, 아카데미 92년 역사를 다시 쓴 영광의 순간은 배우들에게는 ‘벅참’ 그 자체였다. 이선균은 “벅차도 눈물이 날 수 있구나라는 걸 느꼈다”며 “저희가 도전하고 선을 넘은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카데미가 큰 선을 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편견 없이 응원하고 좋아해주신 아카데미 회원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조여정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저희만 한국 사람이었다. (한국이라는) 타지에서 온 기생충팀 전체가 무대에 올라가 있는 걸 보면서 영화의 힘은 대단하다는 걸 느꼈다. 봉 감독님의 수상 소감처럼 ‘영화는 하나의 언어’라는 걸 체감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봉 감독과 6개월간의 아카데미 캠페인에 함께하며 ‘1인치 자막의 장벽’을 허물기 위해 치열하게 달려왔다. 송강호는 “타인의 위대함을 느끼는 (캠페인) 과정”이었다며 세계 영화인들과 소통하면서 자신이 더 성장했음을 강조했다. 그는 “6개월간 최고의 예술가들과 호흡하고 얘기를 나누면서 내가 아니라 타인들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알아갔다. 저 자신이 작아지는 느낌이었다”며 “상을 받기 위해 (캠페인) 과정을 밟는다기보다 작품을 통해 세계 영화인들과 어떻게 호흡하고 소통과 공감할 수 있는지 알아가는 과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정은은 “되게 경쟁적인 구도 같지만 (지난해) 8월부터 캠페인을 하면서 그들(다른 경쟁작 제작진)과 동지가 됐다. (봉 감독이) 항상 유머를 잃지 않으셨고 그게 소감에서도 늘 묻어났기 때문에 더 인기가 있으셨던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기생충이 북미는 물론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베트남 등 세계에서 큰 사랑을 받으면서 배우들이 할리우드에 진출할지 관심도 뜨겁다. 송강호는 “국내에서라도 일이 좀 있었으면 좋겠다. 마지막 촬영이 작년 1월이다. 13개월째 아무런 일이 없다”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이정은은 “초반에는 인터뷰 때마다 ‘배우가 돼서 할리우드에는 한 번 가봐야 되지 않겠느냐’는 말을 자주 했다. (기생충으로) 각광을 받다 보니 ‘굳이 할리우드를 안 가도 영화를 잘 찍으면 세계가 알아주는구나’ 싶다”고 말했다. 장혜진은 “저는 한국에서 화보도 찍어본 적이 없어 일단 한국 화보부터 찍고 싶다”며 “외국에서 만약 제의가 온다면 ‘오브 코스, 와이 낫? 아임 레디(물론이지, 왜 안 하겠어. 준비됐다고)”라고 영어로 말해 좌중이 웃음바다가 됐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송강호#기생충#봉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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