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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점보다 ‘기여점수’… 배구도 ‘데이터 놀음’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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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점보다 ‘기여점수’… 배구도 ‘데이터 놀음’이죠”

인천=강홍구 기자 입력 2020-02-20 03:00수정 2020-02-2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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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카드 고공비행 ‘숨은 공신’, 전력분석관 출신 김재헌 수석코치
18일 인천 송림체육관에서 만난 김재헌 우리카드 수석코치가 팀의 경기 장면을 보며 전력분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분석보다 더 중요한 건 작전 수행 능력이다. 분석은 분명 득이 되지만 때론 독이 되기도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인천=김동주 기자 zoo@donga.com
대형 스크린 앞에 선 그는 끊임없이 노트북 앞을 들락거렸다. 가능한 한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듯했다. 자판을 건드릴 때마다 화면이 빠르게 전환됐다. 경기 영상부터 공격, 토스 분포도 등이 쉴 틈 없이 쏟아져 나왔다.

“보시는 것처럼 리시브가 세터의 앞쪽으로 쏠린 상황을 주목해 보세요. 이 세터의 패턴이 드러나는 대목이죠. 여기서 공이 예상과 반대로 가니까 원 블로킹 상황이 되는 거예요.”

신이라도 난 것처럼 표정이 환해졌다. 18일 인천 송림체육관에서 만난 프로배구 우리카드 김재헌 수석코치(42)다. 그는 올 시즌을 앞두고 전력분석관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수석코치직을 맡았다.



국내 프로배구 전력분석관 1세대인 그는 고공비행 중인 우리카드의 숨은 공신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우리카드는 19일 현재 승점 61점(22승 7패)으로 대한항공(62점·22승 8패)에 이어 남자부 2위다. 아직 대한항공보다 한 경기를 덜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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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 후 시작되는 본격 업무

상무 시절의 김재헌 코치. KOVO 제공
경기 내내 감독을 보좌하는 김 수석코치의 주 업무는 경기 후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복기에 필요한 기초 자료를 준비하는 데만 6, 7시간이 걸린다. 한국배구연맹(KOVO) 자료를 토대로 자체 기록지도 따로 만든다. 매 경기 후 새로 나오는 분석, 영상 자료만 5∼6GB(기가바이트) 규모다. 이 밖에 감독, 선수들의 요청에 따라 끊임없이 맞춤형 자료들을 만들어낸다. 통상 한 경기를 치르기 전까지 두 차례의 비디오 미팅이 열린다.

이탈리아 프로그램 ‘데이터 발리’를 쓰되 매뉴얼대로만 사용하진 않는다. 끊임없이 다양한 자료를 만들어낸다. 야구, 축구 등 다른 종목도 참고한다. 그 결과가 우리카드의 ‘기여점수’다. 김 코치는 “공격수가 20∼30득점을 했다고 거기에 속아선 안 된다. 블로킹에 몇 개 걸렸는지, 서브 범실이나 네트 터치는 몇 개를 했는지 다 따져서 새로 기여점수를 매긴다”고 설명했다. 두 자릿수 득점을 하고도 기여점수는 마이너스가 나오는 일도 있다. 이번 시즌 우리카드가 가장 범실(588개)이 적은 팀으로 거듭나게 된 데에는 이 같은 현미경 분석이 큰 역할을 했다. 상대 세터 파악도 기본이다. 세터 머리 위, 한 발 앞, 한 손 토스 등 최대 16가지로 상황을 나눠 세트 분포를 파악한다.

○ 분석관실 두문불출, 미친듯이 공부

2001년 삼성화재에 입단한 그는 2005년 상무에서 복귀한 뒤 일찍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레프트였던 그는 신진식, 석진욱 등 톱스타들과 포지션이 겹쳐 출전 기회가 많지 않았다. 신치용 당시 삼성화재 감독(현 진천선수촌장)이 그에게 전력분석을 제안했다. 김 코치는 “당시 나는 MP3에 파일도 넣을 줄 모르는 ‘컴맹’이었다. 내가 생각해도 미친 듯 공부했다. 밖에도 안 나가고 분석관실에서 살았다”고 했다. 김 코치는 2017년 중반 삼성화재에서 우리카드로 옮겼다.

김 코치에게 ‘완벽주의자’라는 핀잔을 주는 신영철 우리카드 감독은 더 넓게 코트를 보길 바라는 뜻에서 지난해 6월 그에게 수석코치 자리를 맡겼다. 김 코치는 15년 만에 선수 뒤(전력분석관석)가 아닌 옆(팀 벤치)에서 경기를 본다. 김 코치는 “아직도 수석코치 자리가 어색하다”고 손사래를 치면서도 “인터뷰, 작전타임마다 감독님의 입 모양을 눈여겨보게 된다. 가까이서 보니까 새롭다. 그래서 더 재밌다”고 말했다.

인천=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프로배구#우리카드#김재헌 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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