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심사후 3000억 지원… 항공업계 “실효성 의문”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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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세 달 걸려 골든타임 놓칠 우려… 착륙료도 조건 충족돼야 10% 감면
업계 “메르스-사스때보다도 못해”

정부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경기 침체로 인한 항공 수요 감소 탓에 경영 위기를 겪는 항공사를 위해 긴급 지원책을 내놨지만, 항공업계 내에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과거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위기 때보다 지원이 부실하고, 긴급자금도 심사 절차 등이 까다로워 위기 극복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토교통부는 앞서 17일 코로나19 대응 항공분야 긴급지원 방안을 발표하면서 저비용항공사(LCC)를 대상으로 총 3000억 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7개 LCC가 대상이어서 항공사당 최대 400억 원을 지원받을 것으로 업계는 예상했지만 신용평가와 재무상태 평가 등을 거쳐야 해 실제 지원금은 이보다 크게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심사 절차에 2, 3개월이 걸려 제때 지원을 받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19일 금융위원회와 국토부,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이번 긴급지원 자금은 정부가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항공사들을 위해 특별히 편성한 게 아니다. 기존에 중소·중견기업 자금지원을 위해 편성된 자금에 LCC를 급하게 포함시켰다.

하지만 LCC는 대기업 계열이기 때문에 중소기업처럼 신속한 지원이 어렵고 기업 신용평가 등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일부 재무상태가 좋지 않은 항공사들은 담보를 요구하거나 지원 금액을 줄일 수도 있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지원 심사 기간에 2, 3개월 걸리는데 당장 고객 환불 수수료와 인건비, 각종 비용에 허덕이는 항공사들에 적절한 지원이 아니다”며 “이번 지원은 금융권 일반대출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2003년 사스와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나온 항공 지원 대책보다도 지원 내용이 부실하다는 의견도 있다. 사스 사태 당시 정부와 인천공항공사 등은 인천공항 국제선 착륙료 10% 감면 및 납부유예, 국내선 시설사용료 및 공항 급유 저장시설 사용료 인하, 항공유에 붙는 수입 관세율 인하 등을 실시했다. 메르스 때도 일부 항공편에 대한 착륙료를 100% 면제해줬다. 그러나 이번 대책에는 △항공 수요 미회복 시 착륙료 6월부터 10% 감면 △각종 공항 시설 사용료 및 과징금 납부유예 조치뿐이다. 심지어 공항시설사용료를 유예하는 대신 금리 1.6%를 적용해 이자를 받기로 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공항공사 등은 항공사들에서 각종 세금과 이용료를 받아 매년 수천억 원의 흑자를 내는데, 위기 때 상생을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른 항공사 임원도 “이번 대책은 기존에 이미 하고 있던 정책들로 새로운 게 없다”고 지적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국토부#항공업#정부 지원#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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