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스 연수’ 문규현 코치의 신념, “성공은 선수 덕, 실패는 코치 탓”

  • 스포츠동아
  • 입력 2020년 2월 17일 13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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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규현 코치가 17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의 시카고 컵스 유망주 캠프지에서 배팅볼을 던지고 있다. 사진제공 | 롯데 자이언츠
문규현 코치가 17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의 시카고 컵스 유망주 캠프지에서 배팅볼을 던지고 있다. 사진제공 | 롯데 자이언츠
아마추어 시절 포함 30여년 가까이 따라붙던 ‘선수’라는 타이틀은 곧바로 지웠다. 코치 초년병이지만 이미 확고한 철학을 세웠다. 선진야구를 피부로 느끼며 신념은 굳건해졌다. ‘초보 코치’ 문규현(37·롯데 자이언츠)의 야구인생 2막이 기대되는 이유다.

문규현 코치는 2002년 롯데에서 데뷔해 지난해까지 18년간 ‘원 팀 맨’으로 활약했다. 화려하진 않았지만 1025경기에 출장해 건실한 내야수로 인정받았고, KBO리그 최초로 이틀 연속 끝내기를 때려내기도 했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유니폼을 벗은 그에게 성민규 신임 단장이 손을 내밀었다. 현역 시절부터 베테랑으로서 팀 안팎에 기여했기에 좋은 지도자가 되리라는 판단이었다.

문 코치는 시즌 후 김해 상동구장에서 진행된 마무리캠프에서 지도자로서의 첫 발을 내딛었다. 2군 수비코치로 보직이 확정됐는데, 현재 롯데의 2군 캠프지에서는 문 코치의 모습을 찾을 수 없다. 성 단장의 네트워크를 통해 지난 1월부터 미국 애리조나에서 진행 중인 시카고 컵스의 유망주 캠프에서 연수 중이기 때문이다.

최근 연락이 닿은 문 코치는 “여기 코치들은 아침 7시부터 출근해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다.

이어 기술 훈련 등을 바쁘게 진행하다보면 오후 2~3시경 모든 일정이 마무리 된다”며 새로운 스케줄을 소개했다. 처음 피부로 느끼는 미국의 선진 야구다. 문 코치는 “훈련 방법, 멘탈 교육, 이미지 트레이닝, 식단 교육까지 모든 게 새로웠다. 사람들이 왜 선진야구를 강조하는지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유망주 위주의 미니캠프. 젊은 선수들을 어떻게 코칭하는지를 배우며 자연스럽게 육성 철학을 확립하고 있다. 유망주들을 1군에서 쓸 수 있도록 기본기를 다지는 것을 목표로 내걸었다. 문 코치는 “이번 연수는 코치 초년병인 내게 큰 경험”이라며 “지금 얻은 교훈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 고민하는 자체가 즐겁다”며 밝게 웃었다.

2월 말까지 약 한 달간의 짧은 일정이지만 수확은 충분하다. 지도자로서 확고한 철학을 세웠기 때문에 무엇보다 유익한 시간이다. 교육 중 “선수가 실패하면 코치가 실패한 것이다. 반대로 선수가 성공하면 그건 선수의 덕이다. 코치는 좋은 방향을 제시해줄 뿐이고, 그걸 받아들이는 건 선수의 공”이라는 메시지를 들었고 지도자 철학으로 금세 자리 잡았다. 문 코치는 “정말 가슴에 와 닿았다. 지도자 생활을 하며 이를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선수 생활 내내 보여줬던 확고한 철학과 이타적인 태도. 여기에 짧지만 강렬한 충격을 준 메이저리그 연수 경험까지 더해졌다. 이제 막 지도자로서 첫 걸음을 내딛었을 뿐이지만 문 코치는 ‘준비된 지도자’라는 평가를 증명하기 위해 치열하게 준비하고 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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