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엔 보복관세, 中엔 수출규제… 미국發 무역갈등 다시 살아나나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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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에어버스 관세 10%서 15%로… 무역협상 앞두고 기선제압 나서
중국 차세대 여객기 제조사엔 엔진 수출금지 방안 카드 만지작
전문가 “트럼프 대선앞 확전 힘들듯”

미국이 유럽연합(EU)의 항공기 제조회사인 에어버스에 대한 보복 관세를 5%포인트 인상하겠다고 예고했다. 미국은 또 중국에 대한 항공기 제트엔진 수출 규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국발 무역갈등’의 불씨가 되살아나고 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14일(현지 시간) 3월 18일부터 에어버스 항공기에 부과하는 관세를 10%에서 15%로 올린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지난해 10월 세계무역기구(WTO) 판결에 따른 것이다. 미국은 EU의 에어버스 보조금 지급을 인정한 WTO 판결에 따라 에어버스 항공기에 10%, 와인 위스키 치즈 등 유럽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했다. 이번 조치는 항공기 관세를 추가로 올린 것이다. USTR는 항공기 이외의 유럽산 제품에 대한 관세도 조정할 계획이다.

EU도 보잉에 대한 미 정부의 보조금 지급을 인정한 WTO 판결에 따라 보복 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EU에 다시 맞보복을 경고해 미국과 EU의 무역갈등이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국가 안보 위협을 이유로 EU 등의 자동차와 부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EU는 구글 등 정보기술(IT) 대기업에 대한 디지털세 부과를 추진해 미국과 정면충돌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EU와 무역협상을 앞두고 기선 제압을 하기 위해 이번 조치를 추진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대선 전 EU와 무역협상 타결을 희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10∼12년 이상 유럽에 엄청난 적자를 봤다”며 EU를 압박하고 있다.

지난달 ‘1단계 무역합의’에 서명한 미중 간에도 이상 기류가 흐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제너럴일렉트릭(GE)과 프랑스 사프랑의 합작벤처인 CFM인터내셔널이 생산하는 제트엔진 ‘리프(LEAP) 1C’의 중국 추가 수출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 전했다. 미 행정부는 또 GE가 C919에 공급하는 항공기 전자 시스템의 수출 규제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국영 항공기 제조 회사인 코맥(COMAC)은 차세대 여객기 C919를 개발하고 있다. 이 여객기에 CFM의 리프 1C 엔진이 들어간다. 미 행정부는 20일과 28일 각각 회의를 열고 중국에 대한 엔진 수출 금지 여부 등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수출 규제가 현실화된다면 C919를 2021년 상업화하려는 중국의 ‘항공굴기(굴起·일으켜 세운다)’는 차질이 불가피하다. 중국 당국의 보복과 중국에 납품하는 미국 제조회사가 입을 피해도 예상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11월 대선 전에 무역전쟁을 다시 확전시킬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하지만 미 법무부의 화웨이 추가 기소에 이어 항공기 엔진 수출 규제까지 더해질 경우 무역갈등이 다시 고조될 가능성이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등으로 1단계 무역합의에 따른 중국의 미국산 상품 구매 약속 이행도 지연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미국#유럽연합#에어버스#보복 관세#미중 무역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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