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배우 라미란 “여성 원톱 코미디, 역사에 한 획을 그어야죠”

  • 스포츠동아
  • 입력 2020년 2월 14일 06시 57분


영화 ‘정직한 후보’의 주연으로 나선 연기자 라미란은 “여성 원톱 코미디 영화의 독보적인 존재로 남고 싶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사진제공|NEW
영화 ‘정직한 후보’의 주연으로 나선 연기자 라미란은 “여성 원톱 코미디 영화의 독보적인 존재로 남고 싶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사진제공|NEW
■ 영화 ‘정직한 후보’서 ‘라미란표 코미디’ 가능성 증명한 라미란

거짓말 못하게 된 3선 국회의원 열연
돌직구 발언으로 통쾌한 웃음 선물
“코미디선 진지, 내 연기는 청개구리
띄워줄 때 넙죽 받아야하는 것 맞죠?”


“어차피 겪을 일이라면 빨리 겪자. 대중이 내게 원하는 게 있다면 망설이지 말자. 그런 마음으로 달려들었어요.”

라미란(45)은 한국영화계가 가장 ‘탐내는’ 배우 가운데 한 명이다. 누구에게나 편안하게 다가가는 친근한 매력이 무기다.

12일 개봉한 ‘정직한 후보’(감독 장유정·제작 수필름)는 그 힘과 매력이 집약된 영화다. 라미란은 한국영화에선 ‘희귀템’으로 통하는 여성 원톱 코미디의 가능성을 증명하며 개봉 첫 날 흥행 1위로 출발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세가 다소 주춤해져 주말 성과도 기대해볼 만하다. 개봉을 앞둔 6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라미란은 “마치 뼈를 깎는 고통을 느끼면서 치열하게 코미디를 찍었다”고 말했다.

●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아임 오케이!”

‘정직한 후보’는 거짓말도 일삼으면서 유권자의 환심을 얻는 3선 국회의원이 대선의 길목인 4선 도전을 앞두고 갑자기 거짓말을 못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원작인 브라질의 동명 영화는 남성 정치인을 내세웠지만, 이를 리메이크한 제작진은 여성 국회의원으로 주인공을 바꿨다. 라미란이 있어서 가능했다. 선심성 빈말마저도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 황당한 상황에 놓인 라미란의 쉼 없는 ‘돌직구’ 발언과 깨알 같은 에피소드가 큰 웃음을 안긴다.

라미란은 “실제로도 직설적인 편”이라고 했다. 돌려 말하는 법을 잘 모른다.

“요즘처럼 개봉 시기엔 걱정이 많아서 조금 부정적으로 변하지만, 평소엔 누구보다 긍정적인 사람이예요. 어떤 일이 벌어져도 ‘뭐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아임 오케이!’ 그렇게 넘깁니다.”

영화 ‘정직한 후보’의 주연배우 라미란. 사진제공|NEW
영화 ‘정직한 후보’의 주연배우 라미란. 사진제공|NEW

라미란은 지난해 형사물 ‘걸캅스’에 이어 ‘정직한 후보’를 통해 주연의 위치를 확고히 했다. 특히 이번 영화로 ‘라미란표 코미디’라는 평가도 얻는다. 다만 카메라 밖에서도 유머감각을 발산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재미없는 사람이고 모든 일에 무딘 편”이다.

연극배우로 활동하면서 영화에는 단역으로 출연했던 라미란은 ‘댄싱퀸’ ‘소원’ ‘히말라야’ 등으로 존재감을 서서히 드러냈다. 2016년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로 인기를 얻으며 긴 무명의 시간을 보내고 40대 중반에 영화 주연으로 올라선 ‘저력’의 소유자인 셈이다.

“일만 잘 풀린다면 연기자처럼 좋은 직업이 또 있을까 싶어요. 연기가 좋아요.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아본다는 게 재미있습니다. 연기가 예술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연기는 저에게 ‘업’(業)이죠. 직업이 배우일 뿐이지 다른 사람들보다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요즘은 자꾸만 포장돼 비치니까 조금 부담스럽기도 하고요.”

라미란은 “촬영 기회를 기다리면서 시간을 보내곤 했는데, 그 시간이 헛되지는 않았던 것 같다”며 “다만 조연일 때보다 주연인 지금 더 큰 책임과 부담을 느낀다”고 말했다.

“분량이 적을 땐 어떻게든 편집당하지 않고 살아남으려 애를 썼어요. 지금은 불안하죠. 그래도 그때나 지금이나 제 꿈은 같아요. 촬영현장에 오래 남는 거죠. 여러 사람이 나란히 서 있는 장면일지언정 카메라 앞에서 오랫동안 연기하고 싶어요.”

배우 라미란. 사진제공|NEW
배우 라미란. 사진제공|NEW

● “왜 라미란? 나니까!”

라미란은 최근 사립고교 교사들의 이야기를 다룬 tvN 드라마 ‘블랙독’에서도 활약했다. 대학입시를 중시하면서도 교육자로서 사명감도 놓을 수 없는 교사들의 세계를 세밀하게 그려 호평 받았다.

“변화의 폭이 크지 않은 인물을 연기하기가 더 어려워요. ‘블랙독’이 그래요. 대사도 거의 없잖아요. 청개구리처럼 연기하는 편이죠. ‘블랙독’ 같은 정극에서는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을까 생각하고, ‘정직한 후보’ 같은 코미디에서는 더 진지해지려고 합니다. 가령 대본의 지문에 ‘눈물을 흘리면서’라고 써 있으면 오히려 웃으면서 연기하기도 하고요.”

라미란은 기회가 주어지면 ‘해낼 수 있나’ 고민하기보다 ‘일단 해보자’는 생각이 깊다. ‘정직한 후보’도 마찬가지다. 아직 영화의 잔향을 느끼는지 인터뷰 도중 간간히 극중 캐릭터에 빙의한 듯 돌직구 화법을 구사했다.

“여성 원톱 코미디가 없잖아요. 그렇다면 역사에 한 획을 그어 보자, 독보적인 존재로 남아보자. 하하! 이렇게 띄워줄 때 넙죽 받아야 하는 거 아닌가요. 사실 코미디는 상업영화인데, 저를 선택한 것부터 대단하죠. 왜인지 궁금하다고요? 나니까? 하하!”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지만 정작 라미란이 대중으로부터 듣고 싶은 평가는 소박하다. “‘보기 싫다’는 말만 듣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그는 “오래 일하다 보면 때로는 비겁하고 초라해질 때도 있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사는 것 자체가 중요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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