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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진료해야 할 우한 교민 여전히 많은데… 어머니, 귀국 전세기 차마 못 타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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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진료해야 할 우한 교민 여전히 많은데… 어머니, 귀국 전세기 차마 못 타겠어요”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 고도예 기자 입력 2020-02-13 03:00수정 2020-02-14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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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전세기도 안 탄 교민 의사… 노부모 만류에도 현지서 무료진료
총영사관 직원도 교민 지원 총력
전세기에서 내리는 우한 교민 가족 3차 전세기로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한국으로 들어온 교민과 가족들이 12일 서울 김포국제공항에 도착해 전세기에서 내리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3차 전세기로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 교민들이 다 귀국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확인해 보니 아직 많은 분들이 우한은 물론 후베이성 곳곳에 남아 있다고 하더군요. 도저히 발길이 떨어지질 않았습니다.”

우한시의 한 성형외과 원장인 교민 의사 이모 씨(51)는 12일 새벽 출발하는 3차 전세기 탑승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이 원장은 교민들에게 무료 진료를 하기 위해 1일 떠난 2차 전세기에 탑승하지 않았다. 하지만 3차 전세기 운항이 확정되자 한국에 있는 노부모가 매일 전화해 가족도 없이 혼자 남아 있는 아들의 건강과 안전을 걱정하며 애타게 귀국을 호소했다. 부모는 아들 걱정에 밤마다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였다고 한다. 주변에서는 “편하게 귀국해도 된다”고 권했다.

이 씨 역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에 대한 심리적 두려움이 컸다. 외부와 차단된 우한은 신종 코로나 확산이 심각하고 의료 시스템이 무너진 상태다. 11일부터는 우한 시내 아파트 단지 등 주거지를 폐쇄했고, 12일에는 후베이성 내 전체 아파트 단지 등 주거지들을 폐쇄해 주민들의 출입을 사실상 금지해 불안감이 더욱 높아졌다. 이에 이 씨도 3차 전세기를 타려고 짐까지 다 싸놓았다.



하지만 그는 현지에 남는 것이 “의사의 책임”이라고 결론 내렸다. 화상 통화를 통해 노모를 안심시키며 “의사로서 교민들을 위해 보람 있는 일을 하고 싶다”며 전세기를 탈 수 없다는 점을 설득했다. 결국 전세기 이륙 직전에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는 한국행을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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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12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아프면 갈 곳이 없는 교민들이 마음으로 내게 의지하는 걸 느끼고 있었다”고 했다. “제가 3차 전세기 탑승을 신청한 뒤 한 교민이 제게 ‘이번에 떠나느냐’고 물었습니다. 너무 미안한 마음에 대답을 못 했어요.”

이날 우한에 도착한 전세기편으로 이 씨의 무료 진료 봉사를 위한 방호복과 의약품들이 도착했다. 그는 총영사관에 무료 진료소를 만들어 전화와 화상을 이용해 감기 등에 대한 원격 진료를 할 계획이다. 급한 환자가 있으면 방호장비를 갖추고 교민의 집에 직접 찾아갈 생각이다. 폐렴 의심 환자가 발생하면 우한 시내 병원 1곳에서 교민들을 검사해주도록 하는 시스템도 구상하고 있다. 이날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의 화상통화에서 이런 생각들을 밝혔다고 했다.

2차 전세기가 떠난 이후 교민들에게 마스크 등 구호물품을 전해 온 자원봉사 교민들도 대부분 현지에 남았다. 한국에 있는 최덕기 후베이성 한인회장은 “한국인 의사가 함께 남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교민들은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우한 총영사관 직원들도 교민을 돕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이광호 부총영사는 “한 달 넘게 비상대응 체제로 주말도 없이 일하면서 쌓인 피로와 감염에 대한 심리적 두려움이 크지만 교민들이 남아 있는 한 떠날 수 없다”고 말했다. 그의 건의로 행정직원 5명은 이날 귀국하고 영사 4명이 남아 교민들에게 영사 서비스를 계속 제공한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 고도예 기자
#우한#신종 코로나#우한 교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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