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종, 美 웡 부대표와 러시아 동행…제재 완화 동향 파악

  • 뉴시스
  • 입력 2020년 2월 12일 23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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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모스크바로 출국…14일 오전 귀국, 2박3일 일정
웡, 유엔 美차석 대사 지명 후 러시아로…제재 완화 제동 관측
전문가 "김현종, 미·러 간 제재완화 신경전 파악차 러시아 급파"
김현종, 작년 3월에도 러시아행…4월 북러 정상회담 동향 점검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이 2박3일 일정의 러시아 방문을 위해 12일 출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지 나흘 만에 러시아를 찾았다는 점에서 한반도 정세를 논의하기 위한 행보로 관측된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김 차장은 이날 오후 1시20분께 인천국제공항에서 출발한 러시아 모스크바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오는 14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돌아오는 2박3일 일정의 방문이다.

앞서 이날 오후 김 차장의 출국 모습이 언론을 통해 포착되면서 행선지에 관심이 쏠렸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차장의 출국과 관련해 “외교안보 관련 사안을 지금 밝히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같은 비행기에는 전날 미국 유엔 특별 정무 차석대사로 발탁된 알렉스 웡 미 국무부 대북특별부대표도 함께 탑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김 차장의 러시아행을 두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한 일정을 조율하고 한·러 수교 30주년 기념 행사를 준비하기 위한 행보라는 관측을 제기한다.

하지만 이보다는 대북제재 완화를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간 물밑 신경전이 벌어지자 김 차장이 급히 투입된 것이 합리적이라는 해석에 무게가실린다. 러시아는 중국과 함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완화 결의안을 제출했다.

김 차장이 지난 8일 3박4일 일정의 미국 워싱턴 D.C.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지 나흘 만에 러시아행을 택했다는 점도 중국과 러시아 중심의 대북 제재완화 움직임에 대한 미국의 불편한 시각과 연계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을 뒷받침한다.

특히 웡 부대표가 러시아 방문 직전 한국에서 한미 워킹그룹 회의와 한미 북핵 차석대표 회의를 가졌던 것도 국제사회의 제재 완화 움직임에 대한 제동을 걸기 위한 차원으로 분석된다.

한미 워킹 그룹은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9·19 평양 공동선언을 토대로 ‘조건부 제재 완화론’에 대한 공론화를 국제사회에 시도한 직후 미국의 주도로 출범하게 된 ‘족쇄’의 성격을 갖고 있다는 게 외교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웡 부대표가 방한 기간 이동렬 외교부 평화외교기획단장과 가졌던 한미 워킹그룹 회의도 문 대통령이 올해 들어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남북협력 사업 추진을 감시하기 위해 이뤄진 측면이 강하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날 뉴시스와 통화에서 “웡 부대표가 유엔 특별 정무 차석대사로 발탁되자 마자 러시아로 날아간 것은 중러가 유엔 안보리에 제출한 대북제재 완화 결의안에 관여하겠다는 신호로 보는 게 타당하다”며 “남북관계 발전을 감시하기 위한 한미 워킹 그룹 회의를 끝내고 간 점이 이를 방증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김 차장은 미국이 러시아를 시작으로 대북제재 완화에 제동을 거는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어떤 논의의 흐름이 전개되는지 동향을 살피러 러시아행을 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 차장은 지난해 4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북러 정상회담 개최 한 달 전인 3월 러시아를 극비리에 방문, 관련 동향을 파악하고 돌아온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7일 신년사를 통해 ▲남북 철도도로 연결 ▲남북 접경지역 협력 ▲2032년 올림픽 남북 공동개최 ▲비무장지대(DMZ) 유네스코 세계유산 공동 등재 ▲김정은 국무위원장 답방 등 5가지의 남북협력 사업 추진 의사를 공식화 하며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적극 밝혔다.

문 대통령은 당시 “지난 1년간 남북협력에서 더 큰 진전을 이루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며 5가지 남북협력 사업을 공개 제안했었다. 이를 두고 ‘하노이 노딜’ 이후 지난해 1년을 꼬박 3차 북미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남북관계 발전을 미뤄둔 것에 대한 ‘셀프 반성문’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청와대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올해 신년사를 생략한 점에 착안해 남북관계 회복을 추진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고 판단하고 남북 협력사업 추진을 구체화 시켜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을 향해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지 않은 것으로 볼 때 남북관계 개선을 타진할 여지가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최종건 평화기획비서관이 실무를 맡아 구체적인 대북정책 방향을 발전시켜 온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최 비서관은 지난달 7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미국을 방문해 백악관에 문 대통령의 올해 남북협력 사업 추진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정 실장 주재로 열린 지난달 23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서 유엔 대북제재 면제 조항을 활용해 추진할 수 있는 남북 협력사업 50개에 대한 리스트를 확정하고 외교부와 통일부 등 관련 부처간 공유를 마쳤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 개별 관광, 남북 접경지역 협력, DMZ 유네스코 세계유산 공동 등재 등 남북협력 사업은 유엔 제재 면제조항을 활용해 얼마든지 추진 가능하다는 판단 아래 지난해 말부터 청와대에서 계획을 발전시켜 왔다”면서 “그것을 토대로 문 대통령의 신년사가 나오게 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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