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다영의 플로리다 리포트] 2020시즌에는 시원시원한 최정이 되겠습니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20년 2월 12일 06시 30분


SK 최정은 새 시즌 팀의 주장을 맡았다. 지난해 정규시즌 우승의 문턱에서 주저앉은 데다 플레이오프에서도 3전패로 탈락한 좌절감이
 컸지만, 이를 모두 잊고 긍정적인 마인드로 새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주장을 맡은 것도 변화를 위한 의지 표현이다. 베로비치(미 
플로리다주)|서다영 기자
SK 최정은 새 시즌 팀의 주장을 맡았다. 지난해 정규시즌 우승의 문턱에서 주저앉은 데다 플레이오프에서도 3전패로 탈락한 좌절감이 컸지만, 이를 모두 잊고 긍정적인 마인드로 새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주장을 맡은 것도 변화를 위한 의지 표현이다. 베로비치(미 플로리다주)|서다영 기자
더 이상 작은 실수 하나에 얽매어있을 위치가 아니다. 2020시즌 SK 와이번스 주장이 된 최정(33)은 ‘쿨(Cool)한’ 자세로 야구를 대할 생각이다.

주위 동료와 코칭스태프에게 단단히 공언을 해뒀다. 앞으로는 경기 전 훈련 때 혼자서 배팅 게이지를 오래도록 차지하지 않겠다는 약속이다. 승부욕이 강한 최정에게는 어지간히 어려운 일이다. 로테이션으로 5개씩 배팅볼을 칠 때면 완벽을 추구하는 그는 동료들과 달리 5개를 훌쩍 넘길 때가 많았다.

11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베로비치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최정은 “선수들 사이에서 유명했다. 다들 ‘그만 치고 빨리 나오라’고 이야기하는데, 늘 ‘하나면 더’라면서 배팅 게이지를 떠나지 않았다”고 돌아본 뒤 “최근에는 타격 코치님과 선수들에게 빗맞거나 파울이 되더라도 딱 5개만 치고 쿨하게 나오겠다고 이야기를 했다”고 털어놨다.

계기가 있었다. 지난해 가을, 큰 충격을 받았다. 다잡은 정규리그 1위를 눈앞에서 놓친데 이어 포스트시즌에서는 뼈아픈 부진을 겪었다. 10월 키움 히어로즈와의 플레이오프서 12타수 무안타에 그쳤고 팀은 3연패로 탈락했다. 슬럼프는 꽤 길었다. 11월 국가대표로 나선 프리미어12에서는 간신히 8타수 2안타 1득점을 올렸다.

SK 최정. 사진제공|SK 와이번스
SK 최정. 사진제공|SK 와이번스

“벽에 가로막힌 기분이었다”던 최정은 “일본 대표팀 투수들을 상대하는데 생전 보지도 못한 변화구가 많이 왔다. 물론 단기전이었지만 적절히 대처를 하지 못했다는 게 나로선 충격이었다”고 했다.

스스로 원인을 짚었다. 곧 답이 나왔다. “나쁘게 말하면 생각이 많으니까, 쿨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삼진을 당해도 ‘다음 타석에 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되는데 그러지 못했다. 좋은 성적이 나오지 않으면 스스로에게 화를 많이 내곤 했다. 그런 자세를 없애야 했다.”

염경엽 감독이 제안한 주장직을 선뜻 받아든 것 역시 변화의 의지였다. 가까운 동료가 인식하는 그동안의 최정은 ‘조용히 야구만 잘하는 스타일’이었다. 혼자만의 시간 속에서 셀 수 없이 많은 고민에 휩싸인 최정이 곧잘 자괴감에 빠지던 이유였다. “앞에 나서는 스타일이 아니다. 하지만 부딪쳐보고 싶었다”는 최정은 야구가 뜻대로 풀리지 않아도 태연하게 행동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SK 최정(왼쪽). 사진제공|SK 와이번스
SK 최정(왼쪽). 사진제공|SK 와이번스

그는 “주장이라면 삼진을 당하고 덕아웃에 돌아와도 혼자 고민하고 자책하지 않아야 한다”며 “잘 됐을 때나, 안 됐을 때 그 상황에 빠져있지 않고 팀원들을 바라보며 모두가 더욱 잘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이끌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힘 줘 말했다. 이제 팀의 여건들을 두루 살필 줄 알게 된 그를 두고 동료들은 “책임감이 많이 보인다”고 치켜세운다.

지난날의 실수는 기억에서 지웠다. 최정은 “나뿐만 아니라 선수들 모두 지난해의 일은 다 잊었다. 2018시즌 한국시리즈 우승을 했을 때도 이듬해 스프링캠프에서 기쁨에 젖어있지 않고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갔다”고 되짚었다.

이어 “올해도 마찬가지다. 캠프에 워낙 어린 선수들이 많이 왔다. 덕분에 어느 때보다도 활기가 넘친다. 다들 하고자하는 열정이 남다르다”고 반기며 “여기에 베테랑 선수들이 잘 맞춰서 따라오려고 한다. 분위기가 정말 좋다”고 웃었다.

베로비치(미 플로리다주)|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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