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일본서도 흥행 대박…“아카데미 수상 납득된다”

도쿄=김범석 특파원 입력 2020-02-10 20:20수정 2020-02-10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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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도 10일 오후 영화 ‘기생충’의 낭보는 주요 뉴스로 전해졌다. 제 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주요 4개 부문의 수상이 발표되자 NHK는 “외국어 영화의 사상 첫 작품상 수상”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하며 “봉준호 감독이 ‘(외국어) 자막의 벽을 넘었다”고 평가했다. 수상 직후인 오후 2시 경 일본 최대 포털사이트 ’야후 저팬‘에서는 기생충의 영어 제목인 ’패러사이트‘가 검색 순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27일 도쿄 오사카를 시작으로 일본 전역에서 개봉한 기생충은 한 달 반 째 상영 되며 흥행 몰이를 이어가고 있다. 일본 내 배급사 ’비터스엔드‘에 따르면 기생충은 누적 관객 100만 명(5일 기준)을 돌파했다. 관객 100만 명 이상 동원된 한국 영화는 2005년 배용준 주연의 영화 ’외출‘ 이후 15년 만이자 ’쉬리‘(199년)’,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2004년)에 이어 4번째로 일본 내 관객 100만 명을 넘은 한국 영화로 기록됐다.


흥행 수익에서도 현재까지 15억 엔(약 162억4000만 원)을 돌파하며 기록을 세우는 중이다. 한국 영화가 일본에서 개봉해 10억 엔 이상의 수익을 올린 것도 2005년(일본 개봉 기준) ‘내 머리 속의 지우개’(30억 엔) 이후 역시 15년 만이다. 소위 ‘100만(관객)-10억 엔(흥행)’ 기록을 세운 것이다.

이날 도쿄 신주쿠 복합 상영관 ‘도호시네마’에서 기생충을 본 관객 스이 네오 씨는 “아카데미 수상이 납득이 갈 정도로 매우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젊은 관객들은 특히 반 지하라는 주거 형태에 사는 한국의 빈곤층에 대해 관심을 보였다. 사이토 히요리 씨는 “일본에서 본 적이 없는 공간이어서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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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라면)’는 SNS에서 새로운 한류 음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날 오후 도쿄 최대 한인타운인 신오쿠보의 한 대형마트에서는 ‘기생충에 나오는 짜파구리’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시식 행사를 열기도 했다.

일본은 프랑스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등 권위 있는 시상식 수상 경력이 있는 작품에 대해 ‘꼭 봐야 하는 영화’라는 인식이 강한 편이다. 2018년 고레에다 히로카즈(是枝裕和) 감독이 ‘어느 가족’으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기생충의 선전에 대해 ‘해외 수상작’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한일관계 악화 속에서도 일본 사회에서도 통할 수 있는 빈민층의 이야기가 공감을 얻어냈다고 분석했다. 데라와키 겐(寺脇硏) 교토조형예술대 교수는(전 일본 문화청 문화부장) 10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1990년대 초 버블경제 붕괴 이후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일본의 30~40대 취업 빙하기 세대를 비롯해 편부모 가정, 비정규직 등 빈곤층이 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을 정도로 많아졌다”며 “일본 사회가 해결해야할 사회적 약자의 문제가 ‘반 지하 가족’을 통해 기생충에 고스란히 녹아 한국 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공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일본 언론들은 영화 ‘밤쉘’로 아카데미 분장상을 받은 세계적인 메이크업 아티스트 쓰지 가쓰히로의 수상 소식을 일제히 전했다. 그러나 현재 미국에서 활동 중인 그는 수상 후 기자회견에서 “일본에서의 경험이 수상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나는 지금 미국인이 돼 미국서 살고 있다”며 “너무 순종적인 일본 사회, 문화에 질렸고 꿈을 이루기 어렵다”며 독설을 내뱉기도 했다.

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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