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흑 하늘 뛰어든 독도 소방헬기 영웅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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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賞 영남119특수구조대 5인

《 제9회 ‘영예로운 제복상’ 대상 수상자로 지난해 독도 소방헬기 추락 사고로 순직한 중앙119구조본부 영남119특수구조대 대원 5명이 선정됐다. 지난해 10월 31일 소방헬기가 응급환자를 이송하다 독도 인근 해상에서 추락해 김종필 기장(46·이하 당시 나이)과 서정용 검사관(45), 이종후 부기장(39), 배혁 구조대원(31), 박단비 구급대원(29·여)이 목숨을 잃었다. 희생자 유가족과 동료들은 “묵묵히 맡은 임무를 수행한 대원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목숨을 걸고 국민들을 위해 일하는 분들의 숭고한 정신을 잊지 말아 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 “사고직전 카톡에도 이송환자 걱정 한가득” ▼

‘영예로운 제복상’ 大賞 영남119특수구조대 5인

지난해 10월 31일 독도에서 응급환자를 헬기로 이송하다가 추락해 숨진 영남119특수구조대 대원들의 영결식. 슬픔에 잠긴 경찰관들이 영정을 향해 경례하고 있다. 숨진 김종필 서정용 이종후 배혁 박단비 대원의 동료들은 “목숨을 걸고 국민을 위해 일한 고인들의 정신을 기억해 달라”고 당부했다. 뉴스1
지난해 10월 31일 독도에서 응급환자를 헬기로 이송하다가 추락해 숨진 영남119특수구조대 대원들의 영결식. 슬픔에 잠긴 경찰관들이 영정을 향해 경례하고 있다. 숨진 김종필 서정용 이종후 배혁 박단비 대원의 동료들은 “목숨을 걸고 국민을 위해 일한 고인들의 정신을 기억해 달라”고 당부했다. 뉴스1
지난해 10월 31일 오후 9시 30분경 대구에 위치한 중앙119구조본부 영남119특수구조대에 출동 명령이 떨어졌다. 독도 인근에서 50대 선원의 손가락이 절단됐다는 신고였다. 김종필 기장(46·이하 당시 나이) 등 대원 5명은 소방헬기 ‘영남1호(EC-225)’에 탑승해 칠흑 같은 어둠이 깔린 바다로 출동했다. 독도에서 환자를 태운 헬기는 오후 11시 25분경 이륙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해상으로 추락했다. 헬기에는 소방대원 5명과 사고를 당한 환자, 동료 선원 등 7명이 타고 있었다.

박단비 구급대원(29·여)은 어릴 때부터 소방관을 꿈꿨다고 한다. 2018년 소방대원이 된 뒤에도 집에 로프를 가져가 연습할 정도로 열정이 가득했다. 어머니 이진숙 씨는 “사고가 났던 날 헬기에서 딸과 소방본부가 나눈 카카오톡 대화를 보니 환자에 대한 글로 가득했다. 우리 딸뿐 아니라 험지에서 목숨 걸고 나라를 위해 일하는 분 모두 기억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배혁 구조대원(31)은 대한민국 최고의 해난구조요원으로 꼽혔다. 해군해난구조대(SSU) 출신으로 천안함 폭침 당시 장병 구조 작업에 투입됐다. 소방대원이 된 뒤 2014년 경주 마우나오션 리조트 붕괴 사고와 지난해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유람선 침몰 사고 등 대형 재난 현장을 누볐다. 아버지 배웅식 씨는 “혁이는 누구보다 책임감과 사명감이 강한 아들이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서정용 검사관(45)은 안전한 항공업무 수행을 위해 늘 솔선수범했다. 동료였던 영남119특수구조대 이영민 구조대원은 “서 검사관은 쉬는 날에도 나와 헬기를 정비할 만큼 책임감이 대단했다. 몸을 아끼지 않고 정비하다가 다친 적도 많았다”고 떠올렸다.

김종필 기장은 2007년 공군 소령으로 예편해 중앙119구조본부에 입사했다. 350여 차례 사고 현장에 투입돼 항공구조전문가로 탁월한 역량을 발휘했다. 어떤 조종사보다 안전 운항을 늘 최우선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이종후 부기장(39)은 3000시간에 이르는 비행조종시간을 보유한 항공구조 전문가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조종사’란 신념으로 몸을 사리지 않았다. 영남119특수구조대 김정훈 구조대원(33)은 “김 기장은 뭐든 스스로 나서 늘 개선하고 보완하려 했고, 이 부기장은 내가 처음 소방헬기 교육을 받을 때 정말 열정을 가지고 친절히 알려줬다”고 회상했다.


▼ 국민 위한 헌신-봉사… 수상자 명단 ▼

○ 대상(상금 5000만 원)

고 김종필 기장, 고 서정용 검사관, 고 이종후 부기장, 고 배혁 구조대원, 고 박단비 구급대원 (중앙119구조본부 영남119특수구조대)

○ 영예로운 제복상(상금 각 2000만 원)

김태근 소령(해군 627비행대대)

김용필 준위(육군 항공작전사령부 항공정비여단 71항정대대)

박종배 경감(인천지방경찰청 수사과 지능범죄수사대)

신영환 경위(전북지방경찰청 고창경찰서 흥덕파출소)

서왕국 지방소방장(인천시소방본부 영종소방서 119구조대)

최문호 경장(중부지방해양경찰청 태안해양경찰서 1507함)

○ 위민경찰관상(상금 각 1000만 원)

고 이상무 경위(경남지방경찰청 김해중부경찰서 상동파출소)

국승옥 경위(전북지방경찰청 익산경찰서 생활안전계)

김양진 경위(부산지방경찰청 기장경찰서 일광파출소)

○ 위민소방관상(상금 1000만 원)

고 박찬희 소방령(소방청 운영지원과)

동아일보와 채널A가 제정한 ‘영예로운 제복상’ 제9회 수상자가 선정됐습니다. 이 상은 열악한 근무 여건에도 국민 안전을 위해 자신의 몸을 던지는 군인과 경찰, 해양경찰, 소방공무원 여러분의 노력과 희생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각 소속 기관의 추천을 받아 외부 전문가로 구성한 심사위원단의 심사를 거쳐 수상자 15명을 결정했습니다.

구특교 kootg@donga.com / 대구=명민준 기자
#영예로운 제복상#영남119특수구조대#독도 소방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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