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철호 공소장에 38차례 ‘지시’ 적시… ‘국정원 댓글’ 유죄 근거와 일맥상통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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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선거개입 의혹’ 공소장

‘①선거 국면에서 ②특정 후보자를 향한 ③반복된 지시.’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 공소장에서 검찰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판단한 경찰의 표적 수사 양상은 2012년 대선 댓글 조작 사건에서 법원이 국가정보원의 선거 개입을 유죄로 판단하며 거론한 핵심 내용들과 일맥상통한다.

검찰은 송철호 울산시장의 당선을 위해 청와대 비서실 7개 조직과 경찰, 기획재정부가 관여한 개별 과정마다 총 38차례의 ‘지시’ 관계를 적시했다. 지휘 계통에 따른 부당한 선거 개입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국가기관의 선거 개입이라는 공통분모 탓에 이번 사건을 ‘제2의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보는 시각이 검찰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 황운하, 하명 수사 32회 중 23회 지시


7일 공개된 송 시장과 백원우 전 대통령민정비서관 등 13인의 공소장에 따르면 검찰은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기현 전 울산시장을 겨냥한 하명 수사 과정에서 청와대와 경찰의 위법적 공모 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개입’이나 ‘관여’ 대신 ‘지시’란 표현을 32회 사용했다.

표적 수사를 주도한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이 수사팀 등에 내린 지시가 23회로 가장 많았다. 황 전 청장의 지시를 받은 수사팀 내부의 지시 하달(4회), 경찰 수사 상황을 챙기려는 청와대 파견 경찰관들의 보고 지시(3회) 등이었다.

황 전 청장은 2017년 8월 부임 이후 “선거사건 첩보를 수집하라” “울산 토착세력인 시장 등에 대한 사정 활동을 강화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같은 해 9월 지능범죄수사대에 “조별로 10월까지 양질의 첩보, 선거사건 첩보를 수집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회의 때마다 참모들에게 “다른 사건은 뒤로 미루더라도 김 전 시장 사건에 수사력을 집중하라” “일주일 단위로 사건 진행 상황을 보고하라”고 지시하며 집중 수사를 이끌었다.

이에 대해 황 전 청장은 페이스북에 “청탁 수사도 하명 수사도 전혀 근거가 없는 허위 날조”라며 “훗날 이 모든 과정이 특검이나 공수처에 의해 낱낱이 밝혀지는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는 반박 글을 올렸다.

수사의 단초가 된 청와대의 첩보 하달과 이후 21번에 걸친 수사 상황 보고 배경에도 윗선의 지시가 있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은 백 전 비서관의 ‘지시대로’ 위법 생산된 김 전 시장 관련 범죄첩보를 경찰청에 하달했고 민정비서관실은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보고받는 부서가 아님에도 당시 파견 경찰관에게 수사 상황 보고서를 받도록 지시했다.

검찰은 “송 시장 등은 대통령과의 친분을 배경으로 대통령비서실이 나서 김 전 시장에 대한 수사를 경찰에 지시해 표적 수사가 진행되면 선거에서 유리한 상황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했다”고 공소장에 수사 청탁 배경을 설명했다.

검찰은 또 다른 수사 갈래인 정부의 송 시장 공약 지원과 당내 경쟁 후보 회유 혐의에도 청와대 핵심 인사들의 지시가 있다고 봤다. 김 전 시장이 추진하던 ‘산재모(母)병원’에 대한 예비타당성 결과를 지방선거 전으로 늦춰 발표하게 한 것도 한병도 전 정무수석비서관, 이진석 전 사회정책비서관을 거쳐 장환석 전 균형발전비서관이 기재부에 지시한 결과였다. 임동호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에게 “어느 공직을 원하느냐”고 물었던 인사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의 전화도 한 전 수석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 후보자 결정된 ‘선거 국면’ 당일 압수수색도 논란


국정원 댓글 사건 당시 공직선거법 무죄를 선고했던 1심 재판부의 결정을 뒤집고 유죄를 선고했던 항소심 재판부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반복된 지시가 대선 후보자가 확정된 이른바 ‘선거 국면’ 이후에도 고수된 점을 들어 선거 개입의 고의와 목적을 인정했다. 원 전 원장의 지시가 지휘 계통을 거쳐 사이버 댓글 활동을 벌인 심리전단의 선거 개입 범행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를 하명 수사 사건에 대입하면 김 전 시장이 자유한국당 후보로 확정된 2018년 3월 16일 단행된 경찰의 울산시청 압수수색도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황 전 청장은 압수수색 이후에도 김 전 시장 형제 등에 대한 영장신청을 여러 차례 지시했지만 모두 기각돼 실행하지는 못한 사실도 공소장에 그대로 적혀 있다.

신동진 hine@donga.com·박상준 기자


#송철호 울산시장#청와대#선거 개입 의혹#공소장#국정원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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