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랜드 카지노 눈뜨고 털렸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9일 14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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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0여만 원 든 슬롯머신기 현금상자
외국인 3명이 통째 훔쳐 택시로 도주
경찰 “신원 파악…행방 좇는데 주력”

강원 정선군 강원랜드 카지노 영업장 내부모습/뉴스1 © News1
강원 정선군 강원랜드 카지노 영업장 내부모습/뉴스1 © News1
강원 정선군 강원랜드 카지노에서 외국인들이 슬롯머신 속 현금상자를 털어 달아났다. 9일 강원랜드와 정선경찰서에 따르면 7일 오후 6시 55분경 강원랜드 카지노에서 30~40대 외국인 3명이 슬롯머신 속 현금상자(빌스테커)를 뜯어내 통째 들고 도망쳤다.

상자 안에는 현금과 이지티켓 등 총 2400여만 원이 들어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지티켓은 슬롯머신에서 게임을 한 뒤 잔액이 있을 경우 현금 대신 나오는 티켓. 돈으로 바꾸거나 다시 슬롯머신에 투입해 게임을 할 수 있다. 강원랜드 측은 2400여 만 원 가운데 현금과 이지티켓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이 어렵지만 현금이 대부분일 것으로 보고 있다.

범인들은 주위 시선을 피하기 위해 구석진 곳에 놓인 슬롯머신기를 택해 2명이 몸으로 가리고 1명이 직접 현금상자를 뜯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슬롯머신기에 강제로 뜯어낸 흔적인 없는 것을 감안할 때 이들이 만능키 등을 활용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범인들의 수법에 강원랜드 측은 혀를 내둘렀다. 이들은 슬롯머신기에 현금을 넣은 뒤 잔액이 이지티켓으로 나오는 점을 악용했다. 200만 원을 현금으로 넣은 뒤 1, 2차례 게임을 하고 잔액 199만여 원을 이지티켓으로 찾아서 현금으로 바꿨다. 다시 같은 슬롯머신기에 현금 200만 원을 넣고 이지티켓으로 찾는 수법을 수차례 반복했다. 해당 슬롯머신기에는 이들이 채워놓은 현금이 고스란히 쌓인 셈이다.

해당 슬롯머신기에서는 이상 신호음과 경보등이 울렸지만 소음에 묻혀 눈에 띄지 않다가 이날 오후 8시 24분경 강원랜드 측이 알아채고 도난 사실을 확인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카지노에 올 때는 렌트카를 이용했고 달아날 때는 택시를 이용하는 등 치밀하게 준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카지노 출입 때 제시한 여권을 토대로 이들이 홍콩인 남성 1명, 페루 국적 남녀 2명인 것으로 확인했다. 그러나 경찰은 위조여권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행방을 좇고 있다. 경찰은 이들의 출국 가능성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기법 상 현재로선 위조 여권 여부와 이들의 동선 등을 밝힐 수 없는 단계”라며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선=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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