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신당, 사실상 사전선거운동”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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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 4시간 논의끝 결론… “정치인 이름 정당 非민주적” 제동
安측 “정당설립 자유 침해” 반발… 비례공천도 선거인단 투표 거쳐야
미래한국당 등 전략수정 불가피… 초중고 모의투표도 위법 결정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6일 경기 과천시 중앙선관위에서 4·15총선을 준비하는 선거종합상황실을 열었다. 권순일 선관위원장(왼쪽에서 네 번째)이 투표지 분류기를 살펴보고 있다. 과천=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6일 경기 과천시 중앙선관위에서 4·15총선을 준비하는 선거종합상황실을 열었다. 권순일 선관위원장(왼쪽에서 네 번째)이 투표지 분류기를 살펴보고 있다. 과천=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안철수신당’ 당명 사용을 허가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안철수 전 의원이 주도하고 있는 신당 구상에 시작부터 제동이 걸렸다.

이날 선관위는 선관위원 9명이 모두 참석한 전체회의에서 4시간 넘게 논의를 벌인 끝에 ‘안철수신당’ 이름 사용을 불허했다. 선관위는 불허 이유로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정치인의 성명이 포함된 정당명을 허용하면 정당 활동이라는 구실로 사실상의 사전 선거운동이 가능하고 다른 정치인들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선거운동의 기회를 갖게 된다”고 밝혔다. ‘안철수신당’이 당명으로 허용되면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기 전에 사전 선거운동을 하는 효과가 생긴다는 것. 공식 선거운동은 4월 2일부터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선관위는 투표용지 소속 정당명 칸에 ‘안철수’라는 이름이 포함되면 실제 후보자와 안 전 의원을 오인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도 불허 이유로 들었다.

특히 선관위는 ‘과두적’ ‘권위주의적’이라는 문구를 사용하며 정치인 이름이 들어간 정당 등장에 대해 “비(非)민주성을 유발할 수 있다”고 했다. 앞으로도 정치인의 이름을 그대로 넣은 정당명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은 셈이다.

안 전 의원의 인지도를 활용해 총선에서 수도권 중도 표심을 공략하겠다던 안 전 의원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안철수신당 창당추진기획단’은 즉각 성명을 내고 “선관위가 2008년 (친박연대 당명 사용 허용을 결정한) 법 해석을 정면으로 뒤집었다”며 “정치적 판단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이와 함께 선관위는 이날 각 정당의 국회의원 비례대표 전략공천을 금지하면서 미래한국당 등 선거법 개정으로 출범한 위성정당의 총선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은 각 정당이 비례대표 후보자 순위를 짤 때 별다른 제한을 두지 않아 당 지도부가 비례대표 후보자를 ‘전략 공천’하는 데 사실상 제약이 없었다.

하지만 이날 선관위 결정으로 앞으로는 당원 대의원의 투표로 비례대표 후보자를 결정하게 되면서 당 지도부의 구상과 다른 인물이 비례대표 앞 순번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일각에서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며 정당이 난립하는 수준에 이르자 선관위가 비례대표 후보자에 대해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래한국당을 겨냥한 조치라는 시각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등은 미래한국당이 한국당 추천 인사를 공천할 가능성이 있다며 “헌법과 공직선거법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주장해 왔다. 이에 대해 미래한국당 측은 “모든 정당에 다 해당되는 만큼 별 영향은 없을 것으로 기대한다. 절차와 과정을 준비 못할 상황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선관위는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한 교육청 주관 모의투표에 대해 논의한 결과 “선거법에 위반될 수 있다”고 결정했다. 선관위는 지난달 28일 유권자가 된 만 18세 학생을 대상으로 정당 또는 후보자에 대한 지지도를 조사·발표하는 것은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서울시교육청은 4월 총선에 맞춰 3, 4월 초중고교 40여 곳에서 실제 정당과 입후보자 이름을 넣어 모의투표를 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중앙선거관리위원회#안철수신당#당명 사용 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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