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침 중국인 접촉” 밝혀도 정밀검사 제외… 16일간 무방비 노출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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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태국 다녀온 40대 여성 16번째 확진

태국에 다녀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국내 16번째 확진 환자는 지난달 1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발열과 오한 증세를 보였다. 그는 증상을 호소하기 전 동네 사우나 등을 다니며 일상적인 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환자는 지난달 15∼19일 친정어머니, 남편, 자녀 등 일가족 5명과 함께 중국인도 많이 찾는 방콕, 파타야를 다녀왔다.

○ 태국에서 무안국제공항 통해 입국


4일 광주시와 질병관리본부 등에 따르면 16번째 확진 환자인 A 씨(42·여)는 지난달 19일 오전 8시 10분 태국 방콕에서 출발한 여객기를 타고 같은 날 무안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해당 여객기는 승무원 6명을 포함해 172명이 타고 있었다. 광주에 거주하는 A 씨는 무안국제공항에서 차량 등을 이용해 광산구 산정동 자택으로 이동했다.

그는 이후 자택에서 일상적인 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달 25일부터 심한 오한과 발열 증상을 보여 이틀 뒤인 27일 자택과 가까운 21세기병원을 찾았다.

21세기병원은 A 씨의 상태가 이상하다고 판단해 질병관리본부(질본) 콜센터(1339)로 전화를 걸어 “태국을 다녀온 환자가 현지에서 기침을 하는 중국인을 많이 봤다고 한다”며 신종 코로나 검진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콜센터 상담자는 “중국을 방문하지 않아 신종 코로나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21세기병원은 평소 폐 질환을 앓은 A 씨의 증세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해 상급병원인 전남대병원으로 보냈고 A 씨는 X선 검사와 혈액 검사를 받았다. 다만 중국을 방문하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신종 코로나 의심 환자로는 분류되지 않았다. 전남대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마친 뒤 폐렴약 등 간단한 처방만을 받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A 씨는 이튿날인 28일에도 몸 상태가 좋지 않자 다시 21세기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은 뒤 입원했다. A 씨의 대학생 딸이 전날 발목을 다쳐 병원 3층 병실에 입원해 있었고 모녀는 같은 병실에서 지냈다. 이후 증세가 악화돼 이달 3일 전남대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A 씨는 광주시 보건환경연구원에서 신종 코로나 1차 확진을 받고 4일 오전 질본에서 최종 확진을 받았다.

○ 사우나, 병원 등 다니며 일상생활


보건 당국은 A 씨가 귀국한 뒤 동네 가게, 병원 등 여러 곳을 다녀간 것으로 보고 정확한 이동 경로를 파악하고 있다. A 씨 가족은 광주 등에 거주하는 다른 가족들과 함께 태국 여행을 다녀온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 나주에 거주하는 A 씨의 친정어머니는 여행을 마친 뒤 집으로 돌아갔다. 전남 광양의 한 기업에서 근무하는 A 씨 남편은 여행을 다녀온 뒤 광양에 머물렀지만 설 연휴 기간에는 광주 자택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교 졸업반인 큰아들의 학교에선 지난달 31일 졸업식이 진행됐다. 해당 학교는 A 씨의 큰아들도 참석했는지 확인하고 있다. A 씨의 작은아들은 이달 3일 자택과 가까운 어린이집에 하루 등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 광산구는 어린이집 4곳을 휴원 조치했다. 광주시는 4일 자치구, 의사회, 대학병원, 경찰, 출입국 사무소 등과 함께 유관 기관 대책 회의를 열었다. 자치구들은 방역대책반 24시간 대응 체계를 강화하고 접촉자 명단을 통보받으면 매뉴얼에 따라 관리하기로 했다.

A 씨는 현재 전남대병원의 국가지정 입원치료 병상(음압격리병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친정어머니와 남편, 자녀 등 가족 5명은 별다른 증상을 보이지 않아 자가 격리 중이다. 광주시는 현재 21세기병원과 전남대병원에 대한 방역 소독을 하고 있으며 현장 및 역학 조사 등을 진행하고 있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16번째 확진 환자#질병관리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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