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국 감염자’ 자진신고 안하면 속수무책… “검역대상 넓혀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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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일본 이어 태국 입국자 확진 판정
중국外 국가서 오면 발열 검사만… 건강상태질문서도 작성않고 입국
전문가 “태국-일본 등 발병국들… 中 수준으로 입국 검역 강화해야”
질본, 6시간내 진단시약 보급 예정… 접촉자 기준 넓혀 격리 확대 방침

광주 21세기병원, 신종 코로나 사태 첫 ‘코호트 격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국내 16번째 확진 환자가 입원했던 광주 광산구 21세기병원 현관에 4일 병원 관계자가 ‘병원의 사정으로 임시 휴진합니다’란 문구의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21세기병원은 신종 코로나 사태 이후 처음으로 ‘코호트 격리’ 조치가 내려졌다. 코호트 격리는 감염 질환자가 나온 병원을 의료진, 환자와 함께 폐쇄해 확산 위험을 줄이는 조치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광주 21세기병원, 신종 코로나 사태 첫 ‘코호트 격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국내 16번째 확진 환자가 입원했던 광주 광산구 21세기병원 현관에 4일 병원 관계자가 ‘병원의 사정으로 임시 휴진합니다’란 문구의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21세기병원은 신종 코로나 사태 이후 처음으로 ‘코호트 격리’ 조치가 내려졌다. 코호트 격리는 감염 질환자가 나온 병원을 의료진, 환자와 함께 폐쇄해 확산 위험을 줄이는 조치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태국 여행을 다녀온 42세 여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16번째 확진 환자(16번 환자)로 판명돼 ‘제3국 감염’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 중국 이외 국가에서 공항과 항만을 통해 입국하는 사람의 경우 강화된 신종 코로나 검역망에 포착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중국뿐 아니라 신종 코로나 환자가 많이 발생한 국가에서 오는 입국자도 검역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 ‘제3경로’ 가능성에 검역 비상


16번 환자가 만약 태국 여행 중 감염됐다면 중국 이외 국가에서 감염된 환자로는 일본에서 감염된 12번 환자(49·중국인 남성)에 이어 두 번째다.

정부의 검역 강화에 따라 4일부터 중국 입국자는 공항과 항만에서 별도 입국장을 이용하고 있다. 이곳에서 증상과 국내 주소, 연락처를 꼼꼼히 확인한다. 14일 이내에 발병지인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에 들른 외국인은 입국할 수 없다.

하지만 중국이 아닌 다른 국가에서 온다면 기본적인 발열 확인만 이뤄진다. 출발 국가가 감염병 오염지역으로 지정된 곳이 아니면 건강상태 질문서도 내지 않는다. 일본과 태국 모두 감염병 오염지역이 아니다. 태국은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확진환자(25명)가 발생한 곳이다.

제3국 입국자의 경우 한국에 온 뒤 증상이 나타나도 스스로 신고하지 않는 한 조기에 포착하기 어렵다. 현재 신종 코로나 검사 및 신고 대상은 ‘중국에서 입국한 사람’으로 돼 있다. 그 밖의 국가 입국자는 의무가 아니다. 입국제한 조치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입국 제한을 중국 전역으로 확대하고 태국, 일본 등 신종 코로나 발병 국가에 대한 검역도 중국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 걸러낼 수 없는 제3국 환자가 늘어나면 결국 지역사회 전파가 시작되고 우리나라도 중국 같은 ‘신종 코로나 오염지역’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는 상황을 좀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4일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에서 추가 비자 제한 등 입국금지 확대에 대해 “아직은 예의주시하고 (상황을) 관찰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 국내 감염이면 더 심각한 상황


질병관리본부(질본)는 국내 감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정은경 본부장은 4일 “국제보건규약에 따라 국가별 담당관들과 수시로 정보교류를 하고 태국 정부도 (우리나라) 접촉자가 있으면 우리에게 통보해준다. 아직은 통보받은 게 없어 환자의 감염 경로를 태국으로 특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우리가 판단해도 이상한 점이 많다”고 덧붙였다.

16번 환자가 감염된 곳이 태국이 아니라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이 환자의 거주지역인 광주와 전남에는 아직 확진환자가 없기 때문이다. 기존 환자들의 동선과도 겹치지 않아 감염경로를 특정할 수 없는 상황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국내 감염인데 경로를 알 수 없다면 이미 지역사회 전파가 이뤄졌다는 뜻이라 사태가 심각해질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 환자는 증상 발현부터 10일간 지역사회에 노출됐다. 입국 후 11일간 지역사회에 노출된 12번 환자의 접촉자가 4일 기준 666명에 이르는 걸 감안하면 16번 환자가 ‘슈퍼 전파자’(병을 널리 퍼뜨리는 환자)가 될 가능성도 높다.

○ 검사시간 24시간→6시간 단축


보건당국은 지역사회 방역망을 한층 강화할 계획이다. 질본은 확진환자 접촉자의 선별 기준을 ‘환자 증상 발열 후’ 접촉자에서 ‘증상 발현 하루 전’ 접촉자까지 넓히기로 했다. 이를 위해 7일 관련 지침을 개정할 예정이다.

접촉 기준이 바뀌면 자가 격리 대상자가 크게 늘어난다. 질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6시간 내 검출할 수 있는 진단시약 1개 제품의 긴급사용을 승인해 7일부터 민간 병원에 보급할 계획이다. 긴급사용 승인이란 국내 허용된 감염병 약이 없을 경우 질본이 요청한 시약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한시적으로 제조·사용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이렇게 되면 검사시간이 현재 약 24시간에서 크게 줄어든다. 정 교수는 “추가적인 입국 금지나 검역 강화가 어렵다면 국내 검역을 강화하는 방법으로 나가야 한다. 검사의 대상 범위도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국방부는 중국 여행을 다녀온 육군 병장이 발열 증상을 보여 검사를 진행 중이라고 4일 밝혔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확진자#제3국#감염 우려#질병관리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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