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감염병 전문가가 없다[동아 시론/김남중]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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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사태 겪고도 10만 명당 전문가 美의 4분의 1 불과
감염병 또 온다… 국가 전략 수정해야

김남중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
김남중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
감염 전문의로 근무한 지 21년째다. 2003년 여러 나라에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유행했을 때 대책 수립에 참여했다.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가 한국을 포함한 각국에서 유행했을 때,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유행하였을 때 확진 환자 진료, 대책 회의로 정신없었다. 2018년 다시 유입됐던 메르스 환자를 치료해 환자가 회복했고 새로운 유행은 생기지 않았다. 그리고 요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발생으로 지난 기억들이 다시 떠올랐다. 21년의 기간 중 네 번째 새로운 감염병을 만났다. 앞으로도 새로운 감염병을 계속 만날 것이다.

지난달 20일 신종 코로나 환자가 우리나라에서 처음 진단됐고, 이후 14명의 환자가 추가로 진단됐다(3일 현재). 처음 발견된 5명의 환자는 모두 중국에서 감염됐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확진받은 6번째 환자는 중국을 다녀온 적이 없었고 이후 6번째 환자의 가족 2명이 확진을 받았다. 이제는 신종 코로나의 지역사회 전파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다행인 것은 아직 위중한 환자나 사망자가 없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새로운 감염병에 잘 대처하고 있는가? 전문가들도 생각이 다를 수 있다.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 2015년 메르스 유행 대처에는 부족함이 많았다. 2003년 사스, 2018년 메르스 사태는 우리나라에서 집단 유행이 없었으므로 잘 대처하였다는 평이 많았다. 하지만 발생한 환자 수만으로 잘 대처하였는가를 판단할 수 없다. 전문가 입장에서는 2003년부터 현재까지 우리나라의 대처 능력이 어느 정도 향상되었다고 생각한다. 국가지정 음압격리병상조차 변변치 않았던 시기에 비하면 지금은 여러 지역에 음압격리병상들이 준비되어 있다는 점, 신종 감염병 대응 체계나 매뉴얼을 갖추었다는 점, 그동안 쌓인 경험들이 있어서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의 준비는 부족하다. 우선 감염병 전문가들이 너무 부족하다. 감염 분야의 지식을 배우고 자격을 인정받고 경험을 쌓은 전문가들의 수가, 잘 준비된 나라들에 비해 많이 모자란다. 미국과 일본의 감염병 전문가는 각각 인구 10만 명당 2.4명, 0.9명인 반면 우리나라의 감염병 전문가는 인구 10만 명당 0.6명 정도다. 신종 코로나가 문제가 된 지 아직 열흘이 안 됐지만 전문가들의 피로감은 상당하고 앞으로도 대신 나서 줄 전문가가 없기 때문에 대책 없는 우려만 쌓이고 있다.

두 번째로 국가 차원 대처의 효율성을 언급하고 싶다. 감염병 확산에 대한 대책을 세울 때는 다른 어떤 재앙에 대한 대응보다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들어야 한다. 청와대와 보건복지부가 직접 책임지고 지휘를 하고 있으나 이때에도 질병관리본부의 의견을 따라 전략을 세우고 질본에 많은 권한을 주어야 한다. 신종 코로나를 막아내기 위해 앞으로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 감염 분야 전문가들은 개인 손 위생, 마스크 착용, 다중 이용시설 피하기 같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정도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국민들이 식상해하는 감이 있지만 이것들은 핵심적인 예방법이다. 손 씻기는 신종 코로나를 포함한 여러 감염병 예방의 가장 효과적인 전략임이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누구나 손 씻기를 잘할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손 씻기가 가장 강조되는 의료기관 내에서도 의료진의 손 씻기 정도를 몰래 관찰해 보면 50%에 이르지 못한다. 신종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한 개인 차원의 가장 중요하고 효과적인 전략은 손 씻기, 마스크 착용,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을 가능하면 방문하지 않기임을 다시 강조드린다.

국가 차원에서 신종 코로나를 막기 위해 가장 힘쓰고 있는 기관은 질본이다. 질본에 국가가 투자한 인력, 재정, 권한을 고려해 보면 현재 질본은 능력치의 최고를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국가 차원에서 신종 코로나를 막기 위한 초기 전략은 중국에서 들어오는 감염 환자를 빨리 찾아내고 우리나라에서 전파하지 않도록 격리하는 것이다. 이러한 전략을 적용해 1월 20일 첫 확진 환자를 찾아내고 격리했으며 이후 많은 인력과 노력을 투입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역 내 전파를 인정할 환자들이 보고되고 있어 국가 전략의 큰 수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은 질본, 복지부, 감염병 전문가들이 중국 방문자 입국 제한을 포함한 강화된 전략을 적용 중이다. 이 사태가 끝나면 지금의 어려움을 잊지 말고 더 많은 투자와 노력을 해야 한다. 새로운 감염병에 대한 대응 능력은 이전보다 좋아졌을 뿐 여전히 심각하게 부족하다.
 
김남중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
#사스#신종플루#메르스#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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