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번 확진자 다녀간 명륜교회 ‘동영상 예배’…목욕탕, 식당도 손님 줄어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2일 17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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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 6번째 확진자가 다녀간 서울 종로구 명륜교회 앞에서 2일 오전 종로보건소 관계자들이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명륜교회는 이날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일요일 현장 예배를 취소했다.뉴스1
(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 6번째 확진자가 다녀간 서울 종로구 명륜교회 앞에서 2일 오전 종로보건소 관계자들이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명륜교회는 이날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일요일 현장 예배를 취소했다.뉴스1
평소라면 일요일 예배로 붐볐을 2일 오전 10시 반경 서울 종로구 명륜교회 인근은 한산했다. 굳게 닫힌 교회 문엔 ‘이번 주 주일 예배는 없습니다’라고 적힌 안내문이 걸려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6번 환자 A 씨(55)가 지난달 26일 이 교회 예배에 참석하고 교회 식당에서 식사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교회 측이 이날 현장 예배 대신 설교 영상을 홈페이지에 올리기로 했기 때문이다.

● 영상 예배로 대체…성수(聖水) 치우고, 성경책 비치도 안해

적막한 교회 인근 거리엔 보건당국이 급파한 방역차량이 소독약을 뿌리는 소리만 울려 퍼졌다. 자녀 셋을 데리고 교회 옆길을 지나던 인근 주민 안모 씨(38·여)는 “6번 환자가 이 근처에 다녀갔다는 얘기를 듣고 집 밖으로도 잘 나오지 않는다”라며 발길을 재촉했다.

신종 코로나 환자들이 다녀간 지역사회에서 교회 예배 등 단체 행사가 취소되거나 다중이용시설이 휴업하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명륜교회 박세덕 담임목사는 이날 홈페이지에 올린 설교 영상을 통해 “구약 시대에도 (감염병이 돌 땐) 교회에 가지 못했다”라며 “우리의 믿음뿐만 아니라 공중보건을 위해서도 이렇게 (현장 예배를 취소)할 수밖에 없음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명륜교회에 다니는 한 교인은 “이 교회에 다닌지 20년이 넘었지만 일요일 예배를 녹화 영상으로 대체한 건 처음 본다”고 전했다.

다른 대형 종교시설도 혹시 모를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었다. 서울 중구 명동대성당은 신종 코로나 환자가 찾은 적은 없지만 미사 전에 손끝에 묻혀 성호를 긋는 데 쓰는 성수(聖水)를 입구에서 치우고 본당 안에 성가책도 비치하지 않았다. 방문객들은 그 대신 손 세정제를 손에 바르고 성당에 들어갔다. 마포구 높은뜻광성교회는 주보를 통해 “기침과 발열 등 증상을 보이는 성도는 유튜브로 예배드리길 권한다”고 안내했다.

● 목욕탕, 식당 등 손님 줄어…지자체 행사 줄줄이 취소

8번 환자 B 씨(62·여)가 지난달 26일 오후 2시부터 2시간가량 전북 군산시의 대중목욕탕 ‘아센사우나’를 이용했던 사실이 이달 2일 추가로 공개되며 해당 목욕탕에도 손님의 발길이 끊겼다. 목욕탕 관계자는 “1일 오후 5시경 보건당국에서 나와 목욕탕 문을 닫고 욕조 등을 소독을 했다”고 전했다. 보건당국은 B 씨와 접촉한 73명(이 중 42명은 항공기 동승객)을 집중 감시하고 있다.

경기 지역 지방자치단체들은 신생 기업의 중국 등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해 준비했던 해외 시장개척단 활동을 취소하거나 연기하고 있다. 경기 수원시는 2월 10~14일 관내 4개 기업을 대상으로 추진중인 대만, 베트남 수출개척단 행사를 취소했다고 2일 밝혔다. 수원시는 다음달 베트남, 미얀마 시장개척단 방문과, 4월 하노이박람회도 모두 취소했다. 용인시는 5월 11~16일 예정된 싱가포르, 미얀마 시장개척단을 추진할지 여부를 고민 중이다. 성남시도 3월 9~14일 일정의 베트남 시장개척단을 하반기로 연기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는 올 3월부터 6월까지 중국에서 열리는 각종 박람회의 연기 여부를 신중히 검토 중이다. 다음달 1일부터 진행하려던 제30회 중국화동수출입상품교역회는 연기가 확정됐고, 제54회 광저우 국제 미용 박람회(3월)와 길림성 수입상품전(4월) 등 9개 주요 박람회는 불참을 검토 중이다.

● 우한 교민 701명 격리장소에 수용

충남 아산시와 충북 진천군에 수용된 우한 교민들은 차분한 격리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다.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는 2일 입소자 가운데 1명이 감염자로 확진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으로 옮겨졌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다른 교민 사이에선 큰 동요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개발원에는 귀국 직후 의심 증세로 병원에 따로 격리됐다가 음성 판정을 받은 교민 8명과 국내 자진 입소자 1명이 추가로 수용돼 528명이 생활하고 있다.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도 이날 교민 6명이 추가 입소해 수용 교민은 173명으로 늘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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