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쭉날쭉 ‘나기복’은 잊어주세요”… V리그 국내선수 득점 1위 나경복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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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우리카드의 레프트 나경복이 지난달 29일 인천 송림체육관에서 배구공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지난 시즌까지 경기력이 들쭉날쭉해 ‘나기복’으로 불렸던 그는 이번 시즌 4라운드까지 토종 선수 평균 득점 1위(16.9점)를 기록하며 꾸준히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인천=김동주 기자 zoo@donga.com
프로배구 우리카드의 레프트 나경복이 지난달 29일 인천 송림체육관에서 배구공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지난 시즌까지 경기력이 들쭉날쭉해 ‘나기복’으로 불렸던 그는 이번 시즌 4라운드까지 토종 선수 평균 득점 1위(16.9점)를 기록하며 꾸준히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인천=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지난 시즌까지 프로배구 팬들은 나경복(26·우리카드·사진)을 ‘나기복’이라고 부르곤 했다.

잘할 때와 못할 때 차이가 얼마나 컸는지 몇몇 짓궂은 팬들이 ‘바이오리듬’을 근거로 나경복의 다음 경기 성적을 예측할 정도였다. 기복이 워낙 심해 빼어난 신체조건(198cm·90kg)이 아깝다는 비판도 심심찮게 들렸다.

그랬던 나경복이 달라졌다. 레프트 나경복은 이번 시즌 4라운드까지 경기당 평균 16.9점으로 토종 선수 가운데 가장 높은 득점력을 선보였다. 외국인 선수를 포함해도 전체 6위다. 지난 시즌까지 경기당 평균 7.6점에 머물렀다. 득점력이 두 배 이상 올라간 셈이다.

지난달 29일 우리카드가 훈련하는 인천 송림체육관에서 만난 나경복은 “솔직히 예전에는 ‘멘탈’이 자주 나갔다. 범실을 하나 저지르고 나면 너무 심하게 위축됐다”며 “우리 (신영철) 감독님이 스포츠심리학 박사 아니신가. ‘자기 리듬을 잃지 않았다면 범실은 전혀 문제가 아니다’라고 조언해 주신 덕분에 많이 극복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감독님께서 워낙 섬세하게 사소한 장단점까지 파악하시고 일대일로 맞춤형 지도를 해주신다. 내가 스파이크 할 때 정점에서 내려오면서 공을 때리는 버릇이 있었는데 잘 몰랐다. 감독님께서 ‘정점에서 공을 때리라’고 지도해 주신 다음부터 공격 성공률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지난 시즌까지 통산 47%였던 그의 공격 성공률은 이번 시즌 52.7%로 올랐다.

나경복은 “예전에는 힘으로만 해결하려고 했다면 이제는 감독님 덕분에 머리를 조금 쓸 줄 알게 된 느낌이다. 은퇴한 뒤에도 많은 팬들이 배구머리가 좋았던 선수로 기억하실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나경복이 무게중심을 잡아주면서 팀 성적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선두 우리카드는 18승 6패(승점 50)로 2위 대한항공에 승점 5가 앞선 채 4라운드를 마쳤다. 우리카드는 지난달 26일 삼성화재를 완파하면서 창단 후 최다인 8연승 기록을 세웠다.

나경복은 “대표팀 차출로 빠졌던 세 경기 모두 팀이 이겨 내 존재감이 옅어진 것 같다”며 웃은 뒤 “입단 이후 지금이 팀 분위기가 제일 좋다. 경기 도중에 뒤지고 있어도 동료들 얼굴을 보고 있으면 질 것 같지 않은 기운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2015∼2016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우리카드에 입단한 나경복은 이번 시즌이 끝나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다. 이미 ‘물밑’에서 ‘입질’ 중인 구단이 있다는 루머도 돈다. 나경복은 “팀이 우승하고 나면 배구계에서 나를 보는 평가가 더욱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지금은 FA가 아니라 우승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쩌면 나경복은 배구머리뿐 아니라 ‘세상 사는 머리’도 좋은 선수로 기억되고 싶은 모양이다.

인천=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나경복#프로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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