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이륙하고야 안도”…고립 우한 교민 368명 긴박했던 입국기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31일 18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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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감격스러웠고, 고국의 하늘이 예뻤습니다.”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에 거주하는 20대 교민은 자신을 태운 전세기가 31일 서울국제김포공항에 도착한 직후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교민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단체방에는 ‘고맙다’, ‘고생 많았다’는 메시지가 줄지어 올라왔다. 전세기 탑승객 안종현 씨(33)는 동아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몇 달이 걸릴지 모르는 상황에서 벗어나 2주 격리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에 기쁘다”고 말했다.

● “독방 생활보다 주민들에게 미안함 더 커”
서울의료원
31일 오후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서 의료진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송은석기자 silverstone@donga.com
서울의료원 31일 오후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서 의료진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송은석기자 silverstone@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발생지인 우한시와 인근 지역에 고립됐던 한국인 368명이 전세기로 이날 귀국했다. 이 가운데 18명은 발열 등 우한 폐렴 의심증상을 보여 공항에서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상 증세를 보이지 않은 교민 350명은 서울 김포국제공항에서 오전 10시 45분부터 버스 36대를 나눠 타고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과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으로 이동했다. 아산과 진천에 각각 200명과 150명이 격리됐다.

교민들은 1인 1실을 사용한다. 각 방에는 샤워 시설을 갖춘 화장실이 딸려 있다. 교민들은 마스크와 체온계, 손세정제, 속옷, 수건, 생수 그림책 등을 지급받았다. 각방에는 TV와 달력, 거울도 비치돼 있다. 2주간 외부로부터 외출은 물론 가족과 면회도 할 수 없다. 식사동 방 안에서 도시락으로 해결해야 하고, 방밖을 나설 때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안 씨는 “2주간 독방 생활이 걱정되지만 주민들에게 폐를 끼친 미안함이 더 크다”고 했다.

● ‘감염 의심자’ 발견에 긴장감 커져
우한 교민 도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명증의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한국 교민을 태우고 출발한 전세기가 31일 오전 김포공항에 도착해 계류장에 서 있다. 양회성 기자
우한 교민 도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명증의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한국 교민을 태우고 출발한 전세기가 31일 오전 김포공항에 도착해 계류장에 서 있다. 양회성 기자

이날 오전 6시경(한국 시간) 우한시를 출발한 대한항공 전세기는 7시 58분경 공항 활주로에 착륙했다. 두꺼운 외투 차림의 교민들은 방역용 N95 마스크를 쓴 채 전세기 계단을 내려왔다. 곧장 버스를 타고 자가용 비행기 터미널인 비즈니스항공센터(SGBAC) 인근으로 이동했다. 항공센터 격납고에 마려된 간이 검역소에서 검역을 했다.

정부 당국은 교민을 대상으로 2차례 검역 절차를 진행해 18명을 유증상자(우한 폐렴 증상과 유사한 사람)로 분류했다. 전세기 안에서 이뤄진 1차 검역 과정에서 12명이 발열 증상을 보였다. 간이 검역소에서 진행된 검사에서 6명이 추가됐다. 당국은 이들 18명을 소방 구급차를 이용해 국립중앙의료원(14명)과 중앙대병원(4명)으로 옮겼다.

비즈니스항공센터는 개인용 전세기 이용객들이 입출국하는 시설로 국제선 청사에서 약 800m 떨어져 있다. 경찰은 일반 이용객과 접촉을 막기 위해 교민들이 이동하는 통로마다 폴리스라인을 설치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흰색 방호복을 입은 경찰관이 교민들을 안내했다.

● 검역 또 검역, 고된 귀국길


교민들은 한국 시간으로 전날 오후 9시경 공항에 집결했다. 8시간가량 공항을 머무는 동안 침묵이이어졌다. 혹시나 우한 폐렴을 옮길까 교민 가족이나 지인도 서로 조심스러운지 대화를 나누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전세기 탑승 후에도 침묵은 계속됐다. 방호복을 입은 승무원들도 교민과의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입국 서류와 생수를 미리 자리에 비치했다. 기내식도 접촉 우려 때문에 준비되지 않았다. 우한 폐렴 감염 우려 때문에 다른 교민에게 자리를 비켜 달라고 할 때도 말 대신 눈짓, 손짓으로 의사를 소통했다.

전세기가 당초 2대에서 1대로 줄면서 교민들은 지그재그로 자리에 앉았다. 정부는 당초 교민 철수 과정에서 기내 감염을 막기 위해 탑승객의 앞, 뒤, 양옆을 모두 띄우고 앉힐 계획이었다. 그런데 이날 운항하기로 했던 전세기가 당초 계획했던 2대에서 1대로 줄면서 교민들은 간격없이 붙어앉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세기에 탑승했던 한 승무원은 “교민이 전세기에 내리며 고생했다, 고맙다는 말을 해주어 뿌듯했다. 교민의 수송에 힘이 되고자 전세기 탑승을 지원했다”고 말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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