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첫 발견 교수 “야생동물 먹는 습관 버려야 신종바이러스 막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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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폐렴, 올해 여름까지 갈 것”

2012년 세계 최초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바이러스를 발견한 이집트 바이러스 학자 알리 무함마드 자키 아인샴스대 의대 교수(67·사진)가 29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야생동물을 먹는 행위가 사라지지 않으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같은 바이러스의 공격이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30년 넘게 바이러스를 연구한 그는 1994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뎅기열을 처음 진단하는 등 바이러스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로 꼽힌다.

자키 교수는 “야생동물을 먹는 식습관이 남아있는 중국과 서아프리카에서 각각 우한 폐렴과 에볼라가 발병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식습관을 바꾸고 불필요한 개척 작업을 줄여 야생동물과의 접촉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아프리카와 중남미에서 도시 개발, 농업과 목축 용지 확보를 위해 밀림을 파괴하는 현실을 우려했다. 자키 교수는 “밀림을 없애는 과정에서 사람과 가축 모두 야생 환경에 있던 다양한 바이러스에 직간접적으로 노출된다. 경제적 이유로 개발을 완전히 멈출 수 없다면 최소한 위험 예방 교육 및 안전체계 구축에 더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키 교수는 우한 폐렴이 최소 올해 여름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사람 1명이 몇 명까지 전파시킬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확산 수치(reproduction number)’가 연일 상승세다. 세계 곳곳에서도 환자가 속출하고 있다”며 이번 사태가 단기간에 진정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또 중동과 아프리카의 관문 역할을 하는 아랍에미리트(UAE)에서도 폐렴 확진 환자가 발생한 만큼 중동에서 비교적 경제력이 우수한 UAE, 사우디 같은 나라들이 추가 전파를 막는 데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한 폐렴 같은 대규모 감염병 위기는 상대적으로 방역 체계가 취약한 개발도상국에서 더 많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자키 교수는 “한국처럼 보건의료 역량이 우수하면서 과거 위기를 겪은 나라들이 개도국에 도움을 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태 종식 후 체계적인 예방 및 대응 매뉴얼을 만든 뒤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기구를 통해 다른 나라들과 이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세계화 시대에 감염병은 단지 특정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인류의 공통 과제”라고 강조했다.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메르스#우한폐렴#이집트 바이러스#자키 교수#야생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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