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킹 꿀팁은 공격수 살피기” “언니처럼 높은 자리 오를게요”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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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띠동갑 센터’ 양효진-이다현

현대건설의 신인 이다현(오른쪽)에게 국가대표 센터 양효진은 우상이다. 양효진은 “다현이는 배우려는 의지가 강하다. 공격과 
블로킹에서 모두 장점을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다현은 자신 앞에 놓인 계단을 올라 양효진 같은 선수가 되길 꿈꾸고 있다. 
용인=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현대건설의 신인 이다현(오른쪽)에게 국가대표 센터 양효진은 우상이다. 양효진은 “다현이는 배우려는 의지가 강하다. 공격과 블로킹에서 모두 장점을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다현은 자신 앞에 놓인 계단을 올라 양효진 같은 선수가 되길 꿈꾸고 있다. 용인=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전생에 무슨 덕을 쌓았기에 이런 행운이 찾아왔나 싶어요.”

프로배구 여자부 현대건설의 신인 이다현(19)은 요새 꿈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다.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2순위로 현대건설에 지명되면서 학창 시절부터 롤모델이었던 국가대표 센터 양효진(31)과 같은 유니폼을 입게 돼서다.

최근 경기 용인시 현대건설 체육관에서 만난 이다현은 “언니와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그 자체로 배구 인생에 플러스가 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띠동갑 후배의 찬사에 양효진도 “다현이는 정말 배구만 생각한다. 조금만 다듬으면 몇 년 안에 V리그를 대표하는 센터로 성장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팀원들의 배려 속에 두 선수는 식사 때마다 같은 테이블에 앉는다.

○ “개막 전에는 코트 밟아보는게 꿈”

이다현이 꿈같은 하루하루를 보내는 이유는 또 있다. 전체 6라운드 중 4라운드가 진행 중인 가운데 이다현은 신인상 1순위로 꼽힌다. 28일 현재 18경기 54세트에 출전해 신인으로선 가장 많은 59득점을 기록 중이다. 임팩트도 강했다. 27일 선두 싸움 중인 현대건설(1위)과 흥국생명(2위)의 경기에서는 5세트 22-22 듀스에서 결정적인 블로킹을 해내기도 했다. 경기 뒤 이도희 현대건설 감독은 “큰 역할을 해냈다”고 칭찬했다.

이다현은 “개막 전에는 코트를 한 번이라도 밟는 게 꿈이었는데 이제는 신인상 욕심이 생긴다. 꿈은 크게 꿀수록 좋다고 했다. 인생에 한 번뿐인 기회를 잡고 싶다”고 말했다. 신인상은 한국 최고의 센터 양효진도 받지 못했던 상이다.

키 185cm의 이다현의 목표는 양효진(190cm)처럼 블로킹에 강한 센터가 되는 것이다. 양효진은 11시즌 연속 블로킹 1위를 노리는 명실상부한 ‘블로킹 퀸’이다. 이번 시즌 세트당 0.904개로 이 부문 선두. 이다현은 “블로킹은 타고난 센스가 중요한데 효진 언니는 그 면에서 최고다. 언니와 함께 있는 동안 최대한 많이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이다현은 최근 도쿄 올림픽 아시아예선을 치르고 온 양효진에게 “결승전 상대인 태국처럼 세터가 좋은 팀을 만났을 때는 세터의 손이 아닌 공격수의 움직임을 봐야 한다”는 원 포인트 레슨을 받기도 했다.

○ “라바리니 감독 서브-블로킹 사인 매번 지시”

27일 25점을 올리며 팀 선배 황연주(34·5440득점)를 제치고 여자부 통산 득점 1위(5449점)에 나선 양효진에게는 새해 두 가지 꿈이 있다. 먼저, 팀의 세 번째 우승. 현대건설은 현재 승점 40점으로 2위 흥국생명(35점)과 5점 차다. 지난 시즌 5위에 그쳤던 현대건설은 자유계약선수 양효진을 잔류시키고 레프트 고예림을 새로 영입하면서 전력이 향상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양효진은 “우승이란 건 전력도 중요하지만 간절함이 있고 운도 따라야 한다. 여러모로 여건이 좋은 만큼 정말 우승하고 싶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올림픽 메달이다. 양효진은 “처음 나간 런던 올림픽이 설렘이었다면 리우 올림픽은 아쉬움이었다.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도쿄에서는 후회 없는 경기를 하고 싶다. (지난해 9월) 월드컵 때부터 짜임새가 좋아져 본선에서도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대표팀 사상 첫 외국인 사령탑인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에 대해서는 “매번 서브와 블로킹 사인을 따로 지시할 정도로 전략적으로 디테일한 지도자”라고 설명했다. 한국어 발음이 서툰 라바리니 감독은 양효진을 ‘지니’라고 부른다. 양효진이 램프의 요정 지니처럼 한국 여자배구의 메달 꿈을 이뤄줄 수 있을까.

용인=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라바리니호#배구#현대건설#띠동갑 센터#양효진#이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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