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BE BRYANT 1978~2020, 굿바이 ‘블랙 맘바’… 별이 되어 떠나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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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A 전설’ 코비 브라이언트 헬기 추락사… 전세계 충격-애도
둘째딸 경기 보러 가다 함께 참변… 동승 딸 친구-부모 등 9명 사망
전날 득점기록 깬 제임스 오열
사고 뒤 열린 올랜도-클리퍼스전, 첫 24초간 아무도 공격 않기도

농구의 살아있는 전설은 이제 영원한 별이 됐다.

미국프로농구(NBA)의 슈퍼스타 코비 브라이언트(42·전 LA 레이커스). 그는 26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칼라바사스시에서 헬리콥터 추락 사고로 둘째 딸 지아나(13)와 함께 목숨을 잃었다. 브라이언트는 부인 바네사(38)와 사이에 딸 네 명을 뒀다. 정확한 사고 경위가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 현지 언론들은 LA 동물원 상공에서 브라이언트 일행이 탄 헬기가 낮은 고도로 선회 비행을 하면서 안개가 걷히길 기다리다 산비탈 지역에 추락한 것으로 보고 있다. 헬기 조종사 1명을 포함해 탑승자 9명이 모두 현장에서 사망했다. 목격자들은 안개가 짙어 헬기가 아주 낮게 날았다고 전했다. 이 사고로 오렌지 코스트 칼리지(OCC)에서 야구 코치로 일하던 존 알토벨리도 아내 케리, 딸 알리샤와 함께 희생됐다. 이들은 모두 자녀의 농구 경기를 보기 위해 헬리콥터에 탔다. 알토벨리는 에런 저지(뉴욕 양키스), 제프 맥닐(뉴욕 메츠) 등을 지도한 경력이 있다.

아프리카 독사에서 따온 ‘블랙 맘바’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브라이언트는 NBA에서 20년을 뛰는 동안 통산 득점 3만3643점(역대 4위), 우승 5회, 득점왕 2회에 18번 올스타 선발,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1회, 챔피언결정전 MVP 2회, 올스타전 MVP 4회, 올림픽 금메달 2회 등 눈부신 기록을 남겼다. 레이커스에서 달았던 ‘8’과 ‘24’는 NBA 최초로 2개가 영구 결번이 됐다.

브라이언트의 비보가 알려진 뒤 26일 NBA 올랜도-LA 클리퍼스 경기에서는 선수들이 첫 공격에서 그의 배번처럼 24초 동안 공격을 하지 않고 8초 동안 하프라인을 넘지 않았다. 8번으로 10년, 24번으로 10년을 뛴 브라이언트에 대한 애도의 의미였다. 27일 한국프로농구 SK와 KGC의 경기에서도 같은 추모 세리머니가 이어졌다.

코비 브라이언트와 딸 지아나(왼쪽)가 2016년 브라이언트 마지막 올스타전을 앞두고 입을 맞추고있다. AP 뉴시스
코비 브라이언트와 딸 지아나(왼쪽)가 2016년 브라이언트 마지막 올스타전을 앞두고 입을 맞추고있다. AP 뉴시스
딸과 농구를 하기 위해 아카데미로 향했던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전 세계가 충격과 슬픔에 빠졌다.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은 “고통을 표현할 길이 없다. 친동생 같았던 코비를 사랑했다. 코비는 맹렬한 경쟁자이자, 위대한 선수였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NBA 간판스타 르브론 제임스(36·LA 레이커스)도 ‘롤 모델’의 비보에 큰 충격을 받았다. 25일 필라델피아전을 마친 후 LA로 돌아오는 팀 전용기에서 소식을 접한 제임스는 공항에 내려 동료들을 부둥켜안고 한참 눈물을 흘렸다. 제임스가 필라델피아와의 경기에서 자신의 통산 득점 기록을 넘어서자 브라이언트는 자신의 트윗에 ‘킹 르브론, 내 형제에게 많은 경의를 표한다’는 글을 남겼다. 이 덕담은 브라이언트 생애 마지막 글이 됐다.

1998년 처음 한국을 찾은 브라이언트는 2006년과 2011년에도 방한해 농구 클리닉을 열고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했다. 오전 4시 인터벌 트레이닝(질주와 러닝을 반복)으로 시작해 웨이트트레이닝 2시간, 1시간 줄넘기, 슈팅 1500개(5개 지점)로 마무리하는 브라이언트의 엄청난 훈련량이 알려지기도 했다. KBL에서 뛰고 싶다는 애정을 보이기도 했다.

현역 시절 브라이언트의 플레이스타일과 닮아 ‘변코비’라는 별명을 얻었던 변연하 농구해설위원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같이 사진도 찍었다. 그의 플레이를 보고 영감을 얻었는데 너무 슬프다”며 명복을 빌었다.

고교 때 달던 24번을 다시 단 것일까, 아니면 하루 24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겠다는 의미였을까. 아니면 조던의 배번 23보다 하나 높은 숫자여서였을까. 궁금증을 자아냈던 등번호에 대해 그는 정답을 내놓지 않고 세상과 작별했다. 전 세계 수많은 팬은 저마다 사연을 간직한 채 브라이언트를 그리워하고 있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코비 브라이언트#la 레이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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