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기증하고 떠난 소녀, 그 장기로 살아난 소녀…추모의 동백나무

  • 뉴시스
  • 입력 2020년 1월 23일 16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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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유학 중 뇌사판정, 6명에 새 생명
이식받은 킴벌리 “유나는 나의 영웅”

“유나는 나에게 장기뿐만 아닌 새로운 삶을 선물했다. 유나는 항상 내 안에 살아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는 23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에 있는 ‘라파의 집’에서 장기기증으로 생명을 나눈 고 김유나(당시 19세)의 사랑을 기리는 동백나무를 심었다.

김양은 2016년 1월 미국 유학 중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를 당해 뇌사 상태에 빠졌다. 김양의 부모는 딸과 아름다운 작별을 위해 장기기증을 결정했다.

이 결정으로 김양의 심장은 33세 소아과 의사, 폐는 68세 남성, 오른쪽 신장은 12세 소년, 왼쪽 신장과 췌장은 소녀, 간은 2세 영아, 각막은 77세 남성에게 이식됐다.

이날 식수 행사에는 김양의 부모인 김제박·이선경씨, 신장과 췌장을 이식받은 킴벌리(24)씨가 참석했다.

국내에서 장기기증인 가족과 이식인이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킴벌리는 2세 때부터 당뇨병으로 오랫동안 투병 생활을 해왔다. 18세가 되던 무렵에는 당뇨합병증으로 신장이 모두 망가져 혈액 투석기에 의존하는 힘겨운 삶을 살았다.

그러다가 김양의 장기를 이식받아 건강을 회복했으며, 지난해 11월 결혼해 행복한 가정을 꾸렸다.

이날 킴벌리는 ‘유나는 나의 영웅이다’라고 적은 카드를 동백나무에 걸었다.

김양의 어머니 이씨는 “킴벌리가 건강하게 살고 있는 모습을 보니 정말 기쁘다”며 “유나가 사진을 찍는 것을 좋아했는데, 킴벌리도 사진 찍기를 좋아해 함께 많은 사진을 남겼다”고 전했다.

아버지 김제박씨도 “한국까지 우리를 만나러 찾아와 고맙고 앞으로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를 바란다”고 했다.

한편, 국내에서는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제31조 ‘비밀의 유지’에 의해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과 이식인의 정보 공개가 금지돼 있다.


[제주=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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