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앞에 선 성전환 하사 “여군으로 최전방 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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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1월 22일 17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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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중 해외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고 돌아온 육군 부사관 변희수 하사가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노고산동 군인권센터에서 군의 전역 결정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뉴스1
휴가 중 해외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고 돌아온 육군 부사관 변희수 하사가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노고산동 군인권센터에서 군의 전역 결정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뉴스1
성전환 수술 후 강제 전역 판정을 받은 부사관은 22일 “성 정체성을 떠나 이 나라를 지키는 군인이 되고 싶다”며 군 복무를 계속 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육군 전역심사위원회의 전역 결정이 내려진 직후인 이날 오후 변희수 하사는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가진 기자회견에 직접 나와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스스로 얼굴과 실명을 공개한 변 하사는 “저는 어린 시절부터 우리나라와 국민을 수호하는 군인이 되는 것이 꿈이었지만, 꿈을 이루어내는 과정이 늘 즐겁고 행복한 것만은 아니었다”며 “줄곧 마음 깊이 가지고 있었던 성 정체성에 대한 혼란한 마음을 억누르고 또 억눌렀다”고 말했다.

변 하사는 “고등학교 시절 남성들과의 기숙생활도, 가혹했던 부사관학교 양성 과정 등도 이겨냈지만 제 마음 또한 무너져내렸고, 정신적으로 한계에 다다르기 시작했다”며 “젠더 디스포리아로 인한 우울증 증세가 공무를 계속하는 동안 심각해지기 시작했고, 간절한 꿈이었음에도 이대로라면 더이상 군 복무를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고 했다.

그는 “저는 계속 억눌러왔던 마음을 인정하고 성별 정정 과정을 거치겠노라 마음을 먹었다”며 “소속 부대에 저의 정체성에 대해 밝히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막상 밝히고 나니 후련했다”고 털어놨다.

변 하사는 “제가 계속 복무할 수 있게 된다면 저는 용사들과 같이 동고동락하며 지낸 그 생활을 직접적으로 경험한 유일한 여군이 될 것”이라며 “이런 경험을 군에서 살려 적재적소에 저를 배치한다면 시너지효과 또한 충분히 기대해 볼만한 것”이라며 군 복무 의지를 거듭 밝혔다.

변 하사는 “저를 포함하여 군이 트렌스젠더 군인을 받아들일 준비가 미처 되지 않았음을 알고있지만, 군은 계속해서 인권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진보해 나가고 있다”며 “저는 인권친화적으로 변모하고 있는 군에서 저를 포함해 모든 성 소수자 군인들이 차별받지 않는 환경에서 각자 임무와 사명을 수행할 수 있었으면 한다”며 말했다.

이어 “제가 그 훌륭한 선례로 남고 싶다”며 “저는 미약한 한 개인이겠으나 이 변화에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수술하고 계속 복무를 할 수 있느냐. 부대 재배치를 원하느냐는 군 단장님의 질문에 저는 최전방에 남아 나라를 지키는 군인으로 계속 남고 싶다는 답을 했다”며 “저의 성 정체성을 떠나 제가 이 나라를 지키는 훌륭한 군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다. 제게 그 기회를 달라”고 강조했다.

“저는 대한민국 군인이다”라는 말로 입장 발표를 마친 그는 거수 경례를 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변 하사는 이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얼굴과 이름이 보도되어도 괜찮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네”라며 “육군에 돌아갈 그 날까지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답했다.

앞서 육군 전역심사위원회는 이날 변 하사에 대한 전역심사회를 열고 “군인사법 등 관계 법령상의 기준에 따라 ‘계속 복무할 수 없는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며 전역을 결정했다.

육군은 “인권위원회의 ‘긴급구제 권고’의 근본 취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하지만 이번 전역 결정은 ‘성별 정정 신청 등 개인적인 사유’와는 무관하게 ‘의무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관련 법령에 근거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혜란 동아닷컴 기자 lastleas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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