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간 철강유통으로 성장, 종합물류회사로 우뚝 서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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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중소기업]
철강유통 선도기업 |태성철강㈜ 배원섭 대표

22년 전 국내 철강유통업계에 첫발을 내디딘 ㈜태성철강(대표 배원섭)은 오늘날 종합물류회사로 거듭났다. 인천 중구에 본사를 둔 태성철강은 토목용 철강자재인 H형강, 이형철근 등을 국내외에서 매입해 전국의 건설사와 철강회사에 판매하는 철강유통회사다. 이와 함께 전문운송서비스를 하는 태성물류㈜, 수출입 및 대행 전문 업무·전문 포워딩 업무를 하는 대인글로벌㈜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배원섭 대표는 1998년 회사를 창립한 후 지금껏 흔들림 없이 사업을 주도해왔다. 창립 당시 건설 경기 호황으로 회사를 순조롭게 경영했지만 건설 경기뿐 아니라 조선업 등 철강 관련 업종이 점점 쇠락하면서 덩달아 어려움을 겪을 때도 있었다. 그러나 배 대표는 사채, 어음 등을 전혀 사용하지 않으면서 수입 철강을 선매입해 유통하는 방식으로 거래처의 신뢰를 얻어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

치열한 철강유통업계에서 투명 경영으로 거래처 신뢰 얻어


또 배 대표는 사업 초창기 때부터 직원들과의 상생 속에 회사를 키운다는 경영철학을 고수해왔다. 직원들을 위해 자녀 학자금 지원, 직위를 막론한 출퇴근 유류비 지원, 탄력근무제 등 복지 혜택을 꾸준히 제공한 덕에 태성철강은 장기근속 직원의 비율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배 대표를 만나 기업 경영에 대한 고민과 향후 경영 방침에 대해 들었다.

철강유통 분야 한길을 걸어왔는데, 창업 전에는 어떤 일을 했나.

젊은 시절 대현산업, 한국축산 등에서 근무하다가 1990년대 중반 기계 제조 사업에 뛰어들었다. 사업을 하던 중 1997년 외환위기 사태로 문을 닫아야 했다. 당시 물류회사도 운영하고 있었는데 중국 거래처와 계속 교류를 했다. 우연히 중국의 철강회사와 연이 닿아 철강 수입 판매 사업을 시작했고, 1998년 태성철강을 설립하면서 본격적으로 철강유통에 뛰어들었다.

철강자재도 종류가 많은데 구체적으로 어떤 품목을 다루나.

철골 구조용 형강을 주로 수입한다. 형강의 단면에 따라 T, C, Z 등 종류가 여러 가지인데 우리는 H형강을 주력으로 유통하고 있다. 납품은 전국의 아파트 건설현장을 비롯해 토목공사를 하는 기업 등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사실 회사 설립 초창기만 해도 건설 경기가 좋아 거래처에서 찾아와 납품을 부탁하는 경우도 많아 경영하기 수월했다. 하지만 지금은 건설 경기가 어려워져 우리 회사뿐만 아니라 많은 관련 업계 종사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회사 설립 이후 언제 가장 성과가 좋았는지 궁금하다.
배원섭 대표가 태성철강㈜ 물류창고에 쌓인 철강자재 위에 올라 포즈를 취했다. 지호영 기자 f3young@donga.com
배원섭 대표가 태성철강㈜ 물류창고에 쌓인 철강자재 위에 올라 포즈를 취했다. 지호영 기자 f3young@donga.com

창립 후 10∼15년 사이, 2000년대 후반에 가장 성과가 좋았다. 특히 10년차 이후에는 태성철강을 비롯해 계열사들이 전반적으로 안정됐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몇 년 전부터 경기가 나빠지고 있는 데다 동종업계 기업들이 출혈 경쟁을 벌이고 있다. 회사를 안정적으로 이끌어가기 위해 지난해 숨고르기를 했고, 올해부터는 매출을 늘릴 계획이다.

회사를 경영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나.

기본적으로 수입을 해야 사업을 계속할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한 순간이 많았다. 중국과 거래를 하다 보면 전달에 주문한 물건이 이달에 안 들어오기도 한다. 기다리면 이달 주문한 물량과 한꺼번에 들어오는데, 보름 뒤쯤 다음 달 주문할 물량까지 들어와 창고에 석 달치 물량이 쌓일 때가 있다. 한 번 주문할 때 평균 30억∼40억원씩 대금을 지급해야 하는데 이런 경우 적어도 100억원가량 결제해줘야 한다. 이러한 위급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에 무리하게 150%의 이익을 내려하기보다 여유 자금을 축적해 120%의 이익을 내는 방향으로 경영해오고 있다.

회사를 운영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낀 순간은.

아직까지 직원들 월급을 한 번도 밀리지 않았고, 거래처에 불편을 끼친 적이 없으니 이런 부분이 보람이라면 보람이다. 회사를 무리하게 확장하기보다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다 보니 물론 조금 처지는 건 있다. 그러나 회사가 적어도 빚 때문에 고생하지 않는다는 데 작은 보람을 느낀다.

주52시간제 도입, 최저임금 상승으로 중소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우리 회사는 20년 전부터 주42시간 근무를 해왔다. 오전 9시 출근, 오후 6시 퇴근이 철저히 지켜지고 있다. 지금은 직원 복지를 챙기는 회사들이 많아졌지만 우리는 22년 전부터 직원 복지에 신경을 썼다. 직원 자녀들의 경우 고등학교까지 학자금을 지원해주고 대학에 입학하면 일시금 500만원을 지급한다. 말단 직원이든 임원이든 출퇴근하는 데 발생하는 차량 주유비를 실비로 내준다. 그때 당시 중소기업치고는 파격적인 복지 혜택이었다. 지금 근속연수가 15년 이상인 직원들이 상당수다. 다른 업체들이 ‘그렇게 해서 운영이 되냐’고 묻기도 했는데 늘 ‘직원이 일하기 좋아야 회사가 성장한다’고 생각했기에 아낌없이 지원했다.

앞으로의 경영 계획이 있다면.

올해 63세인데 건강이 허락하는 한 80세 넘어서까지도 일을 하고 싶다. 최근 2∼3년간 업계 출혈 경쟁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올해는 좋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전국 거래처가 줄잡아 200군데 되는데 지난 1년 동안 주력 거래처만 남기는 식으로 거래처 구성을 조정했다. 이 덕분에 올해부터는 매출이 지난 몇 년 대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처럼 직원들과 상생하며 오래도록 일하는 게 꿈이다.

정혜연 기자 grape0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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